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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 Sep 12. 2023

핼리해성의 추억

다시 만날 날이 있겠죠

문득,

1987년, 어느 과학잡지에서 읽은 핼리해성에 관한 얘기가 떠올랐다.

핼리해성이 75~6년을 주기로 지구를 찾아온다는 내용이었다.

1910년에 관측되었고, 86년 2월에 지구에서 관측되었다.

2061년 7월 28일 다시 지구 근처를 스쳐 지나간다고 한다.

당시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언젠가는 다시 찾아올 헬리해성을 볼 때까지

살면 좋겠다 생각했던 것 같다.


소설가 김훈 선생님은 자신의 수필집 '연필로 쓰기'에서 지인의 조부나 부친의

장례식을 가다가,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니 친구의 장례식에 가게 되었고,

자신의 차례가 다가옴을 느낀다고 하였다.

가끔 아들이 장년이 되었을 때, 나는 몇 살이 될지 계산해보 본다. 아찔하다.


지난해 두 번의 장례식에 다녀왔고, 올 해도 두 번 장례식에 다녀왔다.

네 번의 장례식 중, 둘이 50대 초반이었다.


오랜 전 TV 광고였는지 토크쇼였는지 기억이 가물하지만, 배우 차승원이

나이 40이 넘으니 가만 있어도 몸이 고장 난다는 말을 했다. 요즘에  TV에한 때 '청춘스타' 였던 중년의 연예인들을 보고 있으면 세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느낀다.

그러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반골적 저항 구호를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도 있다.

몇 년 전, 십수 년 만에 만난 친구가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세월의 흐름은 온데간데없고,

20살 봄, 처음 만났던 그때와 마찬가지로, 자석처럼 서로를 잡아당겨 끌어안았다.

우리는 밤이 늦도록 세월의 빈 공간을 서로의 추억으로, 또 쉽지 않은  현실로 채웠다.

헤어질 때가 돼서야,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왠지 모를 서글픔에 조금은 처진

어깨를 서로 두드리며, 예전 보다 더 거칠고 두툼해진 손을 맞잡고 다시 만나자 약속하고

헤어졌다.



.......

가장 빛나는 별은 지금

간절하게 길을 찾는 너에게로

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으니   

- '별은 너에게로' 中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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