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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혁 I Brown Oct 20. 2024

[일과 연애] 제품이 아니라 고객과 사랑에 빠지세요

연애를 잘하려고 하는 나의 모습이 아니라 상대방 그 자체를 사랑하듯

연애할 때 친구에게 들었던 얘기가 있다.
“너를 지켜보면 여자친구를 사랑한다기보다, 이 연애에서 네가 좋은 사람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퍼주는 너의 모습 자체를 사랑하는 것 같아." 
머리가 새하얘지는 수준의 피드백이었다.

나는 나를 꽤 괜찮은 남자친구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거 안 해줄 것 같은데, 나니까 그래도 이렇게까지 해주는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이런 생각과 행동까지 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잘한 것 같아' 같은 생각을 하며.

상대방도 당연히 그렇게 열심히 하는 나를 싫어하진 않았으나, 그게 과연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뜨끈하고 든든한 국밥 한 끼가 절실한 연인에게 남들은 사고 싶어도 못 사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의 조막만 한 음식들을 선사했다면, 나는 당신에게 남부러울만큼 대단한 사랑을 준 것일까?'

내가 취해 있는 건 상대방이 아니라 이 연애를 나의 로망에 맞춰가려는 나의 행동과 모습이라는 이야기에 놀랐고, 각성한 후에 보니 나와 비슷한 남자들이 많아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모습을 일하면서도 또 마주했다. 
프로덕트(product)와 사랑에 빠지지고 만것이다. 고객이 아니라 제품과...

공들여서 만든 제품은 그만큼 애정이 많이 담긴다. 장인 정신으로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제품을 갈고 닦다 보면 왜 이렇게 좋아 보이고 완벽해 보이는지. 
그런데 이 제품은 애초에 왜 만들었을까? 결국 제품은 고객을 만족시킬 가치를 전달하는 도구이다. 제품은 매개체다, 본질이 아니다. 
연애를 잘해보고자 하는 고민이나 행동 자체가 본질이 아니라 그로 인해 기뻐하고 감사하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연인과의 상호작용이 본질이듯이.

제품과 사랑에 빠지면 본질을 놓치게 된다. 공급자중심으로 생각하게 되고, 이것을 몰라주는 고객과 거리가 더욱 멀어진다. 애초에 고객에게 필요한건 멋진 제품이 아니라 내 문제를 해결해줄 제품인것을.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진정으로 사랑할 대상은 고객이다. 고객은 시시각각 변하기도 하고, 표현을 시원하게 안 해줘서 당최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는, 마치 내 여자친구 같은(????)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그 마음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은 만족시켜야 하는 대상이다.

그래서 내가 만들어낸 제품에 감탄하고 도취하는 게 아니라, 그 제품이 가치 전달의 대상에게 어떻게 느껴졌고, 다가갔고, 반응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내가 도취하는 것은 상대가 거기에 진정으로 만족하고 가치를 느끼는 순간이어야 한다. 
“내가 이렇게 멋진 이벤트를 했어 = 내가 이렇게 신박한 피쳐를 추가했어”가 끝이 아니라, “그랬더니 그 사람이 진심으로 행복해앴어 = 그랬더니 고객의 행동이 의미있게 변화했어”에서 좋아해야 한다.

언제나 우리는 프로덕트나 나의 행동이 아닌, 끝단에 있는 고객과 연인을 진심으로 마주해야 한다. 그들을 사랑하고, 집착(?)하고,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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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만큼 상대를 만족시키려고 하는 나의 노력을 잘 알아주고 기뻐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연인으로 만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제품이 Ideal Customer를 만나는 것과도 상통한다!! ..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나도 좋아하지만, 또 동료들이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가 연애나 결혼을 일에 빗대 설명하는 거라.... #일과_연애_결혼과_협업 시리즈를 써볼까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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