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예비창업자들
돌이켜보면, 처음 창업에 뛰어들 때 가장 큰 두려움을 느꼈었다. 이러다 망하기라도 하면 뒷감당은 어떻게 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동시에 밀려들어 온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행인건, 나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었고 어쩌면 이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다 즐거울 수 없는 인고의 세월이 되었다.
그래서 잘 되었을 때의 시나리오도 필요하겠지만, 고비를 만났을 때 자신이 어떻게 대처할지,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을지 미리 상상해두는 게 두려움에 대처하는데에 많이 도움이 된다.
자기 역량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점검해야할 것에는,
1. 기술 :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무엇인지,
2. 네트워크 : 나의 네크워크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3. 자산 : 내가 가지고 있는 자본이나 부동산, 권리 등 사업에 관련된 소유물들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이 부분을 고려해보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그 파악이 얼마나 세세할 수 있는지에서 차이가 난다. 아무리 미리 준비하고 시작한다해도 반드시 간과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주로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들에서 사고가 많이 난다.
내 경우에는 내 아이템에 필요한 자본이 충분하지 않았고, 검증되지 않는 개발자들과의 지난한 싸움들로 내 주된 에너지를 헛되이 써버리게 되었다. 개발 관련 네트워크 면에서 나름대로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사업을 시작하고 보니 그렇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이 부분은 어느 정도는 소위 "운"의 영역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리스크를 맞추기 위해서는 창업자 자신의 핵심 역량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작은 출발을 권하고 싶다. 함께 하는 팀이 있다면, "팀의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되겠다.
"그래도 사업은 가시밭길이니."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던 모 여행사 스타트업의 대표님이 어느날 갑자기 대표직을 내려놓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멀지 않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임원진들끼리 이래저래 논쟁을 벌이다가, 화가 나서 그럴거면 대표 자리 내놓으라고 누군가 말했다고 한다. 듣자마자 그 대표는 "알았다"라는 말을 남기고 그 자리에서 바로 대표직을 싱겁게 내놓다고 한다. 그렇게 쉽게 내려놓으니, 모두는 황당할 수밖에. 그 남 얘기를 듣던 자리에서 나는
"그럴 수 있다"
라고 말했다. 추측하건데(틀릴 수도 있겠지만) 그 대표는 아마도 "자유로운 영혼"에 가까운 사람일 것이다. 본디 여행을 좋아해서 시작한 사업일거고, 예상보다 회사는 쑥쑥 잘 커가다보니, 자신이 점점 거기에 매여있는게 불행하게 혹은 불편하게 느끼던 차가 아니었을까?
나도 사업을 하고 있을 때 미래에 내가 해야 할 일들과, 연관해서 내 삶이 어떻게 펼쳐질 지에 대한 상상을 자주 했었다. 그 상상의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내가 원하지 않는 삶이었다. 먼가 중간 어디서부터인가 세팅이 잘못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어떤 아이템을 할지를 결정하는 것보다 중요하고 우선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얼할지 정하기보다는 "그 선택"을 결정할 "자신만의 기준 혹은 목표부터 설정"하는 것이다.
창업은 길고 긴 여행과 닮아 있다. 내가 여행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재미가 있을 수도 있고, 힘들고 고되기만 한 여행이 될 수도 있다. 대개 여행은 고되게 했더라도 회상할 때는 늘 즐겁기는 하다. 그렇게 되려면 여행하려는 목표가 분명해야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무엇을 해볼까보다는 자신의 목표부터 정해보는 게 중요하다. 돈은 얼마나 벌고 싶은지, 성공으로 얻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그게 권력일지, 아니면 명성일지, 혹은 자유로운 디지털 노마드의 삶일지 말이다. 즉 자신이 희망하는 생활방식에 맞을지도 고려해보는 게 좋다.
일종의 오답노트를 써보는 거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 혹은 경쟁력이 부족한 것에 대한 정의도 필요하다고 본다. 섣불리 자기 비하를 하라는 것은 아니고,
자신이 하려는 일과 관련해서 무엇이 부족한가,
무엇이 필요한지 리스트를 만들어보자.
사업을 시작하고나면, 내가 못하는 혹은 몰랐던 일들이 이렇게 많았었나를 새삼 느끼게 되고, 그러면서도 닥치는 대로 해결해 나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능력은 자라나지만, 먼가 뒤죽박죽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까 해결이 능사가 아니다. 문제가 문제를 부르고, 해결이 또 다른 문제를 부를 수도 있다. 부족하거나 어려운 문제 중에는 자신이 극복해내는 게 답이 아니라,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서 해결하고 자신은 잘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이 부분은 자신의 역량에서 짚어보야 할 위의 3번 재탕 이야기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단순히 재산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 더해서 좀 황당한 예이지만, 본인의 집안에 숨겨둔 "박보검"이라도 있다면 꺼내어서 써야 하니,
활용할 만한 자산 리스트들을 최대한으로 작성해보자.
대학을 서울대나 카이스트를 나왔다면 당연하게도 훌륭한 자산이고, 혹시나~ 넥슨의 김정주와 가깝다면, 자신이 원래 부자라면 물론 경쟁력이다. 또는 아무것도 없는데, 외모만큼은 뛰어나다면 그것도 자산이고, 언변이 뛰어나다면 그것도 자산이다.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약육강식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무엇이든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무기를 잘 알고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요즘 나도 무형적인 내 자산에 대해 열심히 찾고 있다. 작년에는 내게 남은 실제 재산이 얼마인지 정리해보았는데, 나름 재미있었다. 그 무엇이든 자산 찾기는 생각보다 재미있을 것이다. 존재조차 몰랐던 통장에서 몇 십만원 발견했을 때는 야호~를 불렀다.
나이가 무슨 상관? 이라고 말해주는 분들이 있다면 우선 고맙다. 그러나 분명 연관이 있다. 20대라면 생각보다는 경험을 쌓는 것이 우선일 수도 있지만, 50대라면 많이 달라진다. 자신의 꿈의 크기와 욕심을 현재의 종합적인 자산과 비교해서 잘 생각해봐야 한다. 똑같은 출발선에 선 창업가들이라면, 아무래도 젊은이들이 유리하다. 그리고 젊은이에게 투자를 더 많이 하는 게 현실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는 비교적 젊었지만, 정리를 하고 보니 10년 가까이 시간이 훅 지나버렸다. 지금 내가 다른 시간에 와 있고, 10년전에 삶의 여러 요구사항들이 바뀌어 있는 현재의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앞서, 달라진 내 삶의 요구사항들을 점검하고 있는 중이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끝으로 머머 해라 라는 표현이 많다보니, 내가 꽤 잘나서 잘난 소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보다는 나 같은 실수를 하지 말았으면 하는 맘에서 쓴 것이니, 거슬리면 그저 지나가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