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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훈 Apr 06. 2016

교양과 무질서

두 개의 공연에 대한 단상

(아시아예술극장aat 뉴스레터 기고문, 2015년 5월)


Exodos International Festival of Contemporary Performing Arts (엑소도스 국제현대공연예술제)는 슬로베니아의 첫 국제 공연예술 페스티벌로 1995년 시작되었다.  

올해 페스티벌의 주제는 An Africa Focus, 아프리카였다. 아프리카 예술은 토속신앙을 바탕으로 그들의 희망과 공포를 강렬하게 내포하고 있다. 또한 근원으로 돌아가려는 순수한 생명력을 허식과 모방 없이 원초적으로 표현한다.  

페스티벌의 공연은 '장소성(Place)'의 유무로 분류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라는 아티스트의 근원적 배경, 장소성을 인정하는 공연과 부정하는 공연, 그리고 장소성을 배제한 공연이 있었다. 나는 내가 관람한 공연 중 아티스트 자신과 장소성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느껴지는 공연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Faustin Linyekula' <Le Cargo>

이 공연은 한 사람의 성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무대에서 그는 몸으로 말하는 이야기꾼(Story teller)이다. 무대는 선형조명이 설치된 우측, 원형조명이 설치된 좌측, 그리고 약간의 소품이 준비된 무대 전면(前面)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무대 전면에서 무용 교본과 그의 고향(Congo) 사진을 노트북으로 보여준다. 이어서 무대 우측에서 현대적인 몸짓을, 좌측에서 원형조명을 따라 돌며 토속적인 몸짓을 한다. 몇 차례 반복되는 이 행위는 경건하다. 그리고 무대 중앙으로 이동하여 현대적인 몸짓과 토속적인 몸짓을 함께하다가 마침내 두 몸짓은 뒤섞여 구분이 어려운 하나의 무용이 된다.

이것은 그의 근원과 장소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다. 그는 아프리카를 극복의 대상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유럽의 현대무용을 공부했다. 하지만 그에겐 고향에서 체득한 몸짓에 대한 기억이 있다. 그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두 몸짓 모두를 자신의 일부로 인정한다.  

'Radouan Mriziga' <55>  

이 공연은 공간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고 있다. 아티스트는 아프리카 모로코 태생이나 벨기에와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활동했다. 그는 언제나 이방인이었다.  

그의 공연은 무대와 자신의 몸에 대한 철저한 이해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자신의 몸이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단위를 습득한다. 그리고 그 단위를 통해 신중하게 무대를 측량하고 공간을 구축한다. 오랜 시간 정성스러운 행위의 반복으로 마침내 공간은 건축이 된다.  

그는 아프리카에서도, 프랑스에서도 늘 타자였다. 그에겐 안식처(Shelter)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자유롭게 만드는 무대에서 가장 자신 있는 방법으로 자신만의 안식처를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유일한 위안이었던 예술을 통해 안식을 얻었다.


M. 아널드(Matthew Arnold)는 그의 저서 ‘교양과 무질서(Culture and Anarchy)’에서 "예술은 무엇보다도 존재의 부족한 부분을 해석하고 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예술에서 "인간의 잘못을 없애고, 인간의 혼돈을 정리하고, 인간의 곤궁을 줄이고자 하는 욕망"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예술이 그림이나 음악, 건축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한 것들은 단지 예술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나에게 예술이란 훨씬 많은 것들을 포함한다. 그것은 인간의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에 의해 생겨나는 아름다움이며, 인간이 대지 위에서 그 환경 전체와 더불어 보내는 생활 속에서 얻는 감흥의 표현이다. 두 가지 공연은 인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다 무엇이 인간을 움직이는지에 대한 공연이었다. 외형적 꾸밈보다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정신과 감정에 대한 욕망의 표현이었다. 나는 공연을 관람하며 긴장과 불안에 대한 해법을 얻었다. 나에게 예술은 삶의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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