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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진 May 24. 2023

창업한 지 1년째 되는 날에 쓴 일기

창업이란 선택을 한지 얼마 안된, 햇병아리 시절에 쓴 일기 

 문득 마인드웨이가 1주년 때 썼던 #일기 가 생각나서 한참 동안 일기장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1년 전 그때의 일기를 읽으면서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ㅎㅎ 개인 일기장에 꽁꽁 숨겨둔 이야기지만, 오늘은 왠지 공유하고 싶단 생각에 공개하는 <창업한 지 1년째 되는 날에 쓴 일기>




 오늘은 네이버 메인에 마인드웨이가 뜬 날.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처음 경험하는 엄청난 매출 덕분에 일하는 내내 가슴이 콩닥콩닥하고 뛴 날. 오늘을 기억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날짜를 보니 사업을 시작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었다. (1년 동안 수고했다고 하늘이 준 선물인 건가?) 그래서 갑자기 짧게 해 보는 일 년간의 회고. 


(2021.05.20) 일매출이 몇 배로 뛰어서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팀원 분의 친구가 네이버 메인에 떴다고 알려줬다


 돌아보면, 소셜미션 하나만 가지고 '어쩌다' 시작한 창업이라 그런지 고군분투하던 날들이 참 많았다. 분명 경영학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은 '누구나 인생에 한 번쯤은 창업을 하는 시대가 왔다.'라며 창업을 쉽게 이야기하셨던 것 같은데, 생각한 것보다 훨씬 쉽지 않은 길이었다.


 '돈은 열심히 하다 보면 따라오겠지.'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던 내가 직원들의 월급을 주지 못할까 봐 극도의 초조함을 느끼던 날도 있었고, 기업운영에 있어서도 원천징수가 뭔지, 아니 내가 세금을 내겠다는데 세금을 내는 방법은 또 왜 이렇게 복잡한지, 지금 생각해 보면 엄청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당시엔 머릿속에 있는 물음표를 지우느라 고생이었던 날들도 있었다. 오랫동안 고민해서 세운 가설이 틀려서 좌절한 적도 많았고, 우리는 뭐든 다 할 수 있다며 호기롭게 대기업과 협업을 시작하고는 속으로는 일을 그르칠까 봐 밤마다 마음 졸이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또 참 많은 것들을 배우긴 했다. 나는 그동안 새로운 사람들과 합을 맞춰나가는 법을 배웠고, 내 옆에 있는 동료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언젠가는 일하는 이유가 '내 옆에 있는 팀원들과 계속 함께 하기 위해서'라고 말할 정도로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을 배웠고, 크게 번아웃이 왔을 때는 일에 몰입하는 것도 좋지만 일외의 삶을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도 배웠다. 진정성 있는 마음을 콘텐츠에 녹여내는 법을 배웠고, 이제는 콘텐츠를 만드는 노하우도 꽤 쌓였다. 그렇게 나는 백자가 구우면 단단해지듯이, 그동안 꽤 행복하고 꽤 힘들었던 경험들로 인해 이전의 내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하고 또 담담해졌다. 굳이 이런 길을 선택해서 '남들이 고민하지 않는 것'을 고민하고, 때론 세상은 상식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배워야 하는 건지 의문이 들 때면, 금방 '내가 이것보다 더 의미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이거 나 아니면 누가 하지?', '이 또한 지나가겠지.' 하는 생각에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돌아보면, 심리상담사가 되어 1:1로 누군가의 삶에 깊은 도움을 주는 것도 좋았겠지만, 이렇게 창업을 통해 더욱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만난 것이 참 의미 있는 선택이었단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1년 전에 컴퓨터 앞에 앉아 사업자 등록을 할 때는 이렇게 멋진 사람들과 뚜벅뚜벅 걸어 나가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앞으로 1년 뒤, 3년 뒤, 그리고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일지 더욱 상상이 안된다. 유현실 교수님이 항상 말씀해 주셨듯이, 지금의 내 모습이 나의 전부를 대변할 순 없을 것이다. 요즘 리더들의 마음관리에 관심이 가서 관련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들기도 했고, '지원사업에 합격하려면 50대 남성의 시선에 맞춰 써야 한다.'라는 RULE을 깨고 여성의 사업에 공감할 수 있는 VC나 심사위원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으니까.. 아, 또 코로나가 끝나면 전시회도 하고 싶고 오프라인에 진출하고 싶다. 1년 뒤엔 또 지금은 상상치 못한 회고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쓰다 보니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는 지난 1년. 남들이 자는 시간에 출근해서 남들이 자는 시간에 퇴근하던 지난 1년. 1년이 이토록 긴 기간을 뜻하는 단어였나 싶을 정도로 지난 1년간 참 많은 경험과 배움들이 있었네. 100명 중 1명만 살아남는다는 스타트업 시장에서 아직 살아남아 일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오늘은 그냥 나에게 많이 기특하다고 말해주고 싶은 하루다.



 +) 그리고 이 일기를 끝까지 읽어준 여러분의 오늘 하루도 어딘가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 멋진 하루였겠지요. 가만히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사실 엄청나게 대단한 것인 우리들의 삶. 오늘은 나와 우리 모두의 삶을 조용히 응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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