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등학교 첫 등교 날

“엄마, 이제 다섯 밤 자면 학교 가네?” “응, 그렇네!”


다섯 살 빛이는 미국 초등학교 내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빛이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엄마 마음은 달랐습니다. 설렘보다 걱정이 앞섰지요. 한국에서 영어 유치원이나 학원을 다닌 적은 없지만 네 살 무렵부터 영어 영상을 보여주고, 자기 전에는 한국어 책과 영어 책을 한두 권씩 꾸준히 읽어주었는데요.


한국에서도 첫 초등학교가 떨릴 일인데, 미국에서 첫 학교를 보내려니 더 긴장되는 것 같았어요. 빛이가 새 학교를 기대하고 있을지, 아니면 낯선 환경을 걱정하고 있을지 궁금해 물었습니다.


“다섯 밤 자고 가는 게 좋아? 더 적게 자고 가면 좋겠어, 아니면 더 많이?”
“음… 여섯 밤 자고 가면 좋겠어.”


하룻밤을 더 늘려 말한 걸 보면, ‘미국 친구들을 만난다!’ 하며 들떠하던 빛이도 사실은 조금은 긴장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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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날 아침. 저는 전날부터 긴장했고, 빛이를 보내고 나서도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학교 문 앞에서 안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교실로 들어가는데, 몸보다 커다란 가방을 매고 들어가는 뒷모습에 눈물이 터질 것 같았어요. 여러가지 감정이 섞인 마음이었겠지요? 몇년 전 제 결혼식때 울지 않으려고 떠올렸던 웃긴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며 간신히 참았습니다.


들어가면서 저 멀리, 다른 선생님의 인사에 “Hi”라고 대답하는 빛이의 모습이 기특해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2–3주 전만 해도 이웃 동생에게 “Hi” 하는 것도 부끄러워하던 아이였는데!) 학교를 나오는데, 저처럼 울컥하며 아이를 바라보던 미국 학부모들도 보였습니다. 모두 같은 마음이었겠지요.


그래도 하루 종일 집중이 안 돼 마켓에 가서 간식을 사고, 집에 와서는 시간표를 들여다보며 “지금은 수학 시간이겠네, 점심은 잘 먹고 있을까?” 하며 마음을 졸였습니다.


드디어 하교 시간. 조금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온 빛이를 꼭 안으며, 마음이 급한 나머지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아침, 점심 잘 먹었어? 간식은? 화장실은 잘 갔어?” 그런데 놀이터로 달려가고 싶은 빛이는 “몰라~” 하며 놀기에만 집중했습니다. (조급했던 건 결국 엄마였습니다. 빛이는 언어의 장벽 속에서 하루를 보내며 긴장을 풀 새도 없이 많은 자극을 받았을 텐데. 다음 날부터는 아이의 안정이 먼저라는 걸 마음에 새겼습니다.)


담임 선생님께 여쭈니, “She was fantastic!” 하시며, 다른 친구에게 “What is your name?” 하고 먼저 물었다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그제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며 웃는 빛이가 긴장을 다 내려놓은 듯 보여, 다시 가볍게 물었습니다.
“오늘 학교 어땠어?” “학교 재밌었어, 엄마.” 그 한마디에 긴장이 풀리고, 고맙고 기특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빛이 첫날이었는데 씩씩하게 잘 다녀왔네!” 하고 칭찬하자, 빛이가 말했습니다.

“심호흡 했어, 엄마 안 봤을 때 몰래!”


며칠 전, 종이접기를 하다 짜증이 나 속상해할 때 알려주었던 ‘심호흡’을 실제로 해봤다는 이야기에, 기특하고 뭉클한 마음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아, 빛이도 긴장했구나. 그리고 자기 나름대로 긴장을 풀려고 애썼구나.


주변에서 자주 하시던 말씀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걱정 안 해도 돼요. 어른이 걱정이지요.”

아직 첫 날이고, 앞으로 느끼겠지만 우선 '걱정'에 있어서는 그 말이 맞는것 같아요.

걱정은 대부분 어른의 몫이고, 아이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적응하며 성장해 나갑니다.


앞으로도 빛이가 학교를 즐겁게 다니기를, 그리고 저 역시 아이의 하루를 있는 그대로 믿고 응원하는 부모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