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한 유치원에 붙은 안내문

어느 덴마크 유치원에서는 긴 연휴를 앞두고 이런 안내문을 붙였다고 합니다.


“얼마간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잊지 마세요. 아이들에게는 동물원이나 영화관에서 계획된 일정에 따라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만큼, 슬리퍼를 신고 집안을 빈둥거리며 돌아다니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이 글을 읽는데, 며칠 전 아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유치원이 끝나면 보통 놀이터에서 한 시간쯤 신나게 노는데, 그날은 잠깐 놀고 계획된 일정을 하러 가던 길이었어요.


“엄마, 나 자유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

5살 아이의 입에서 ‘자유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긴 처음이었어요. 이제 어린이집이 아닌, 한층 학교에 가까운 유치원에서 7시간을 시간표에 맞춰 생활하고 오니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거지요.


그 말을 듣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자유로운 시간을 아이도 원하겠구나.’ 원하는 일을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는 시간! 그게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필요하다는 걸요.

그 후로는 하교 후 놀이터에서 충분히 자유롭게 노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도 꼭 무언가를 계획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하루 정도는 딩구르르 빈 시간을 두기로 했고요.


미국에서도 ‘슬로 페어런팅(Slow Parenting)’이 하나의 교육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이의 일정을 과도하게 채우는 대신, ‘빈둥거릴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지요. 특별한 활동이 없는 날, 아이는 식탁 아래에 자신만의 집을 만들기도 하고, 카드 게임 카드를 보고 그림을 그리거나 도미노로 모양을 만들기 등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가며 놉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깨닫게 됩니다.


여백의 시간이 곧 채움의 시간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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