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하교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빛이 표정이 굳어 있었습니다.
“저기 놀이터로 갈 거야. 아니야, 저기!” 만나자마자 심통이 난 목소리로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고 했어요. ‘학교에서 무슨 속상한 일 있었나?’ 걱정스러운 마음에 제 표정도, 마음도 함께 어두워졌습니다.
어제는 하교하며 저를 발견하자 환하게 웃엇습니다. 그리고 친구와 놀이터에서 한 시간 넘게 깔깔 웃으며 놀았어요. 미끄럼틀을 같이 타고, 그네도 같이,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내며 또 깔깔깔. 그 에너지와 웃음소리를 보는데, 제 마음까지 밝아졌습니다.
아이의 표정에 따라 제 감정이 오르내리는 걸 느끼며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나도 아이에게 영향을 받는데, 아이는 부모에게 얼마나 더 크게 영향을 받을까?’ 몇년 전 빛이, 어린이집에 처음 들어가면서, 원장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어요. “아이에게 밝게 인사하고, 아이가 울어도 같이 눈물을 보이지 마세요.” 엄마가 우는 걸 보면 아이는 ‘어린이집은 위험한 곳이구나’라고 느낀다는 설명이었죠.
실제로 아이는 부모의 얼굴이 평온하면 ‘괜찮은 상황이구나’, 부모가 긴장하면 ‘불안한 일인가 보다’ 하고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생각했어요. 아이의 좋은 감정은 마음껏 함께 즐기되, 속상하거나 불안해할 때는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별일 아닌 듯, 밝고 안정된 태도로 반응해야겠다고요. 아이는 부모의 표정과 긴장, 말투, 눈빛까지 정말 빠르게 캐치합니다.
그리고 아이의 감정 변화는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 같잖아요. 맑았다가 흐려지고, 금세 다시 맑아지기도 하지요. 그 모든 날씨에 놀라기보다, ‘그럴 수도 있지, 이런 날도 있지’ 하고 받아들이려 합니다.
부모가 평온하고 명랑하면, 아이는 속상한 일이 있어도 더 빠르고 건강하게 회복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