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어린이 뮤지엄에서 깨달은 것

"아, 옷 다 젖었네. 아휴, 우비 입었는데 다 젖은 거야?"


시카고 어린이 뮤지엄의 '워터시티'라는 물의 원리를 체험하는 공간에서 신나게 놀고 이동하려고 아이가 우비를 벗었는데 바지고, 상의고 흠뻑 젖어있었어요. 어린이박물관에서 더 놀게 할지, 이후에는 네이비피어 산책도 하고 대관람차도 타려고 했었는데 다 접고 당장 호텔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도 되었죠. 아직 바람이 좀 차가웠거든요. 티를 내지는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에구, 안 젖게 놀지,,'라는 생각도 스쳤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한숨도 나왔어요.


미니 탈의실이 있어 옷을 드라이기로 대강 말리고, 화장실에 갔는데 '시카고 어린이 뮤지엄 선언문'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먹구름이 잠시 끼었던 마음이 다시 가벼워졌어요.


"젖을 수도 있어요. 더러워질 수 있죠. 우스꽝스럽거나, 피곤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게 바로 어린 시절인걸요!"

_시카고 어린이 박물관 선언문 3번


어린이 뮤지엄 체험 중간에 발견한 1~10번의 선언문은 꼭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요. 그날의 경험뿐만 아니라 교육 철학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죠.




시카고 어린이 뮤지엄은, 시카고의 랜드마크인 '네이비피어'내에 위치한 체험형 박물관입니다. 탁 트인 미시간호수가 바로 앞에 있어요. 내부의 통창으로 바다가 아닌가 싶은 끝없이 펼쳐지는 호수가 보여요.

image.png 뮤지엄 내부 창으로 보이는 미시간 호수


아이와 실내에 들어갔을 때 보이는 거대한 등반시설, 미끄럼틀 같이 보이는 구조물이 가장 먼저 보였고, 그 외에도 소방체험부터 건축, 물의 원리, 각종 전시 등 다양하였습니다.


첫 소방체험에서 소방옷을 입고 불 끄기 체험 등 크지 않은 공간인데도 그곳에서만 서도 30분 넘게 놀았어요. 아트워크숍을 예약해 놓아 이동하지 않았으면 더 놀았을 거예요. 여기까지 왔으니 다양하게 해 봐야지, 하는 조급함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나중에 발견하게 된 어린이박물관 선언문의 문장에 웃음이 났습니다.


"빨라도, 느려도 괜찮아요. 소방체험만 하고 가도 괜찮아요. "

_시카고 어린이박물관 선언문 6호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고, 관심을 믿어주기. '많이'보다 '깊게'를 허용하기. 사실 아이들이 얕고 빠른 경험 10개보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깊은 몰입'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으니까요.




아트스튜디오는 시카고의 스트리트작가로 시작하여 유명해진 헤브루 브랜틀리 작품 Fly Boy로 꾸며져 있었다.

어린이 뮤지엄 내 아트스튜디오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아티스트의 전시를 연계한 미술활동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보는'전시로 끝나지 않고, 체험해보게 함으로써 예술을 자연스럽게 즐겁게 접하게 되더라고요.


자연주의 화가 '찰리하퍼'의 'I AM WILD'란 전시가 진행 중이었어요. 사막, 바다, 열대우림 등 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을 단순화하여 표현하였는데요.


아트스튜디오에서는 다양한 재질의 종이재료와 모형자가 준비되어 있었어요. 동그라미, 네모 등으로 그리고, 찢고, 잘라 모양으로 동물을 만들어 보는 체험이었죠.





"당신은 아티스트예요. 우리 모두가 아티스트죠. 무언가를 만들어보아요."

_시카고 어린이박물관 선언문 7호



아름답고 독특한 건축물로 유명한 시카고.

직접 나무막대를 조립하여 무엇이든 자유롭게 만들어 볼 수 있는 공간도 있었습니다.

빛이도 여기서 집을 만들어 보겠다며 나무막대와 막대를 이어보며 한동안 놀았어요.


"만들어봐요. 다시 해체해요. 그리고 다시 만들어요."

_시카고 어린이박물관 선언문 5호


한 번에 완성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게 합니다. 그래서 이 문장은 여행 다녀와서도 아이가 만들기를 하다가 부서지거나, 다른 친구가 실수로 부서서 속상해할 때 아이에게도 말해주곤 했어요.




이후, 워터시티에서 신나게 놀고 옷은 물에 젖었지만, 다른 공간에서 신나게 노니 아이 옷도 곧 말랐답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교육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양육, 교육 방향을 생각합니다.


"놀이는 학습의 반대가 아니라, 학습 그 자체다."

놀이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배우는 방식입니다.


image.png 시카고 어린이 박물관 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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