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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율하 Jun 28. 2024

꼰대와 프로불편러


꼰대 :  자신의 생각이나 방식이 항상 옳다고 여기는 권위적인 사람 

프로불편러 : 매사 예민하고 별것도 아닌 일을 과대 해석해서 논쟁을 부추기는 유난스러운 사람


이번 달은 아침에 수영을 하지 않아서 남편과 같이 출근을 한다. 집 앞에 있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면 동네를 한 바퀴 훑고 나가는 길이라 마을버스가 만석이다. 그래서 조금 일찍 나와서 2~3정거장 정도 이전 정류장으로 산책 겸 걸어가서 버스를 탄다.


© rozetsky, 출처 Unsplash


평소와 같이 나와서 정류장을 지나가는데 교복을 입은 친구가 의자에 앉아서 가방을 뒤적인다. 그러더니 가방 안에 있는 휴지, 비닐봉지 등 자질구레한 쓰레기들을 가방에서 꺼내서 바로 제 몸 아래로 던져버린다. 물론 정거장 옆에 쓰레기통이 놓여있다. 학생 위치에서 두세 걸음 남짓한 위치에 말이다.


© thebarlemy, 출처 Unsplash


잔소리를 해? 말아?


학생 앞에 멈춰 서서 가만히 하는 짓을 보고 있는데 남편이 손을 당기며 참으라는 제스처를 한다. 목 끝까지 나오던 말을 삼키고 다음 정거장으로 걸어갔다. (+우리 부부는 성격이 정말 비슷해서 밖에서도 자주 화가 나는(?) 편이다. 그럴 때마다 옆에서 한 명은 가라앉혀주고 워워 진정시켜주는 역할을 번갈아가면서 한다.)

우리는 다음 정거장에서 버스를 탔고, 그다음에 저 학생이 버스를 탔다. 당연히 학생이 버스를 탈 때 앉아있던 자리 밑에는 쓰레기가 가득했다.


어떤 행동에 대해서 적당한 것인지 아니면 부적당한 것인지 혹은 이기적인지 아닌지를 생각해서 결정하는 도덕적 판단이 결여된 학생의 저 행동은 다시 생각해 봐도 어렵다.

그 행위 자체보다 그 순간의 학생의 표정이 전혀 아무렇지 않다는 것이 가히 충격적이다.

지금은 세상이 너무 흉흉해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큰 사달이 날 수 있다. 가족도 남편도 늘 그런 부분을 제일 걱정하기에 이런 상황에서 요즘은 말을 많이 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화가 잔뜩 끓어댄다. 

세상이 변하고 가치와 기준이 달라졌다고 한다.

예전에 옳지 않은 일이라도 평가받지만 지금은 올바른 것이 있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졌다 하더라도 언제나 옳은 것들은 있기 마련이다.


© lajaxx, 출처 Unsplash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은 절대적 옳음, 보편적 가치를 부정했다.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윤리적 가치가 결정된다고 주장한 이들은 상대주의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의 사상과 대척되는 이야기를 한 사람이 소크라테스다. 소크라테스는 객관적인 진리를 추구했다. 그리스 사상가들은 진리에 대한 회의를 강조했고 현실적인 영향력의 극대화를 중요시했다. 기원전 5세기의 이 논쟁이 2024년 현재에 다시 고민하게 된다. 이래서 인문학을 공부하고 철학 공부를 해야 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글을 쓰면서 할 말이 많으니까 자꾸 옆으로 얘기가 새어 버리네.(웃음))


다양성이 중시되는 사회로 변해왔다. 나이가 곧 무기가 되던 과거 어느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나이만 믿고 다양성을 무시하다가는 바로 꼰대로 몰려 비난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결코 우리가 생각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지 만은 않는다는 점을 안다.


근래의 사회 분위기는 소수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용하며 다른 입장에 대해서 서로 이해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좋은 생각에서 시작됐다고 믿는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는 당연한 것까지도 이게 맞나를 고민하게 만드는 지경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 안 된다.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

이런 공중도덕에 대한 것도 다양성과 의견을 수용해서 고려해야 하는 대상이 되는 걸까? 


오늘 아침 사소한 경험에서 많은 생각이 든다. 이런 당연한 것에서도 내 의견이 꼰대 혹은 프로불편러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고민을 하게 되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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