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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율하 May 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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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를 바꾼 세 가지 습관


유명한 걱정쟁이였다. 성격도 보통 예민한 것이 아니었다. 중학교 때부터 시험 기간에는 밥을 먹으면 토하는 것으로 늘 괴로웠던 기억이 있다. 위경련으로 애를 먹고 신경성 위장염을 달고 살았던 학창 시절에는 뭐가 그렇게 매사 걱정거리였는지 모르겠다. 지금 주변 사람들은 ’유리씨가 그렇게 성격이 예민하다고? ‘라고 의문 가득한 목소리로 되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는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많이 변했다. 우리 가족은 내가 변화한 시점을 앞서 말한 유럽 배낭여행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2011년의 여행은 확실히 인생의 전환점이 맞다. 여행을 기점으로 일상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달라지게 만든 세 가지 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 aoun17, 출처 Unsplash

첫 번째는 쓰는 것이다. 모던패밀리 라는 미국 드라마에서 “인생의 어떤 순간이 나를 나타낸다.”라는 나레이션이 있었다. 각자의 성격과 마음가짐으로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삶의 어떤 순간들에서 나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신념이 투출된다는 의미다. 나의 현재는 내 모든 과거가 모여 일궈낸 결과물이듯 내 모든 행동과 말 그리고 생각은 나의 역사를 찬찬히 만들어간다. 그래서 모든 사람의 삶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모두가 자기 자신만의 역사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사람은 그 모든 순간을 다 기억 할 수 없다. 지금도 아쉬운 점은 과거의 내가 어떤 점들 때문에 힘들어했고 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다. 과거의 내가 내 감정에 대해서 잘 적어뒀다면 나는 그것을 보고 반성하고 나아가지 않은 삶의 방향을 잘 설정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적기 시작했다.


© neonbrand, 출처 Unsplash


어떤 때는 속상한 일을 적었다. 회사에서 반복해서 실수를 했을 때의 반성과 자괴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늘 바람이 많이 불고 하늘이 그림같이 예쁘고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복작이는 곳. 유명하지 않지만 우리 부부의 역사가 기록되어 쌓여가는 이 장소는 동선에 늘 포함된다‘ 제주 여행을 갔을 때의 메모다. ‘문득 찾아와 앉았다 다시 제 갈 길 가버리는 나비의 초연함이 아닌 너에게 머무르다 그 안에 갇혀버리는, 너의 달콤함에 매혹되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꿀벌의 절박함으로 너를 사랑하고 싶어져 버렸다. ‘는 김지훈 작가의 너라는계절 이라는 산문집을 읽다가 적어놓은 글귀다. 이렇게 내 일상에서 잊고 싶지 않은 나의 추억을 기록하고 있다.


꼭 뭔가를 시작하려고 하면 ’잘‘해야 하는 강박이 시작된다. 남이 보는 것도 아닌데 잔뜩 힘이 들어간다. 그리고 아무런 문장도 쓸 수 없게 된다. 국내 1호 기록학자인 김익한 교수가 쓴 ’거인의 노트‘에서는 그 해답으로 어미를 쓰지 말라는 조언이었다. 굳이 문장을 끝맺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여태까지 살아온 내가 바로 나다. 현재의 나를 만드는 건 과거에 내가 했던 행동들이다. 장면기록은 나다움을 찾는 첫걸음이다. 회상을 통해 떠오른 장면이 앞으로의 삶을 잘 살아가도록 도와줄 것이다.


두 번째는 의식적으로 걱정과 스트레스를 작게 만드는 것이다. 심리학자 어니 젤린스키가 “걱정의 40%는 절대 현실로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의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다. 걱정의 22%는 사소한 고민이다. 걱정의 4%는 우리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일에 대한 것이다. 96%의 걱정거리가 쓸데없는 것이고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걱정을 비중으로 수치화 시킨다는 것이 영 미덥지 않긴 하지만 어쨌든 과거의 나는 쓸데없는 96%의 걱정에 집중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걱정을 없앴다.

© helloimnik, 출처 Unsplash


친구라는 이름으로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었다. 분명 친해진 이유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며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을 찰나 나는 그 친구와 멀어지는 길을 택했다. 물론 함께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가 노력해서 맞춰 갈 수 있었겠지만 나는 그 과정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사람임을 알기에 관계의 단절을 선택했다. 또 이전 직장에서 내가 생각했던 기준이 틀어지며 걱정이 시작됐고 나는 이직을 결심했다. 결국 내가 결정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빠르게 결정함으로써 걱정을 없애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빠르게 인정하고 생각을 놓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걱정을 할 일이 아님을 인지하고 더 많이 털어 낼수록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을 날아다닐 수 있다.


© gamafilms1703, 출처 Unsplash


마지막은 입을 다무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깊은 생각이 필요한 내 일상에 대해 남에게 알리기보다 내 스스로 먼저 생각을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회사에서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다면 옆자리 동료와 이야기를 하고 털어버리면 된다. 그 일을 퇴근 후까지 가져가서 질질 끌고 갈 필요가 없다. 곱씹어서 생각이 난다면 다음에 동일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생각을 정리하자. 오늘 하루 중에 행복하고 즐거웠던 것들을 남들에게 자랑하기보다 나의 기록으로 곱씹으며 마음으로 느껴보는 것이다. ‘내가 오늘 이런 점 때문에 행복했구나.’라고 말이다. “저 이래서 너무 힘들어요.”라고 동네방네 소문 낼 필요가 없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내가 느끼고 겪는 내 일상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극복하며 일상의 주체가 내가 될 수 있는 연습을 해보자. 조금 더 행복한 하루를 느끼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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