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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율하 May 13. 2024

사(事)생활, 사(私)생활, 사(社)생활

뭐하나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이놈의 회사생활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떤 행동이나 가치에 있어서 지나치게 부족하거나 과도한 것이 아니라 적당한 중간지점에 있는 것 즉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며 중용이라는 단어를 정의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바로 이 중용을 선택할 것이다.

© miracleday, 출처 Unsplash

  나는 회사가 단순히 하나의 단어로 회사(會모일회 社모일사)로 표현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 가지 관점으로 회사를 표현해 봤는데 일이 모이는 회사(會事), 개인이 모이는 회사(會私) 그리고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회사(會社)다. 직장생활은 이 세 가지 관점이 모두 어울어져 있다.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에 이 모두에서 꼭 필요한 단어가 바로 중용 인 것이다. 그래서 이 각각의 사(事)생활, 사(私)생활, 사(社)생활에서 중요한 점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 dylandgillis, 출처 Unsplash

   먼저 사(事)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직장에서 일을 잘해야 함은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직원으로 갖춰야 하는 역량임이 분명하다. 누구도 일을 잘 못하는 직원을 팀원으로 두거나 상사나 부하직원으로 두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럼 일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일 잘하는 직원이 되고 싶지만 정작 그 일을 잘한다는 것에 대한 개념을 설명해 보라고 하면 모두가 머뭇거린다. 사(事)생활에서의 중용은 명확하게 해야 하는 일을 아는 것을 인지하고 행동함을 말한다. 해야 하는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 업무에 맞춰서 업무를 수행한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 교육을 듣고 스킬을 익히고 독서를 하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역량을 갖추는 노력 이전에 회사에서 내가 해야 하는 업무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지하고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도록 잘 조율하는 사람이 바로 일을 잘 하는 사람이다. 성장하기 위한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상사에게 지시받은 업무나 내가 루틴하게 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면 회사생활은 삐거덕거리기 마련이다.


과거 팀원에게 보고서에 들어갈 이야기하며 작업을 요청한 적이 있다. 보고서의 목적과 해당 데이터가 어떻게 반영될지 충분한 설명을 마친 후 기한이 되어 자료를 확인했다. 메일을 보면서 첫째 내가 업무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못 했는지 의심했고 둘째 작성된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해당 직원을 불러서 내가 어떤 자료를 요청했는지 되물었다. 우물쭈물 거리던 팀원이 해당 파일명을 읊었다. 그리고 그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다시 한 번 물었지만, 여전히 대답이 시원찮았다. 그 직원은 자기가 하는 업무가 명확히 무슨 일이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업무를 수행했다가 이 사달이 난 것이다.


© sadswim, 출처 Unsplash


   사(私)생활에서의 중용은 사생활에 대한 오픈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사생활이 공개되는 경우가 생긴다. 요즘은 덜한 편이라고 하지만 같은 팀에서 일을 하다 보면 사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묻지 않을 수 없는데 이때 중요한 태도는 어느 정도까지 열 것인지 본인만의 중용을 정하는 것이다. 회사에 놀러 온 것도 아니고 친구를 사귀로 온 것도 아닌데 굳이 사생활을 오픈 할 필요가 있나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이라는 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그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서로에 관한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느 선까지 내 사생활을 오픈 할 것인지 고민하고 신중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평소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별로 거리낌 없이 사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이러면 크게 고민 없이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았을 때 어떤 내용까지 말해야 되고 어떤 내용을 말하지 않을지 고민이 될 수 있다. 그런 경우 나에게 플러스 요소가 될 만한 것들은(취미, 일상생활 등) 이야기 하되 마이너스 요소가 될 만한 것들은(이직, 부업, 커리어전환 등) 이야기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팁이 될 수 있다.

© towfiqu999999, 출처 Unsplash


   마지막으로 사(社)생활에서의 중용은 평판(reputation)이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자신에 대한 평판 따위는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했다. 인간이란 항상 옳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평판이나 평가 따위에 지나치게 신경 써서 괜한 분노나 원망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지나치게“라는 단어를 집중해서 볼 필요가 있다. 과하게 타인의 평가에만 매몰되어 본래의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은 지양하지만, 회사에서는 적절한 선에서 타인이 바라보는 평가가 매우 중요하므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포드 자동차의 설립자 헨리 포드는 ”앞으로 할 행동으로 평판을 쌓을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평판은 지금 회사에서 뿐만이 아니라 이직을 하는 경우에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레퍼런스 체크는 회사에 지원한 사람에 대해 이전 직장에서의 인식 및 태도에 관해 확인하는 과정을 말한다. 구직자로서 회사에 대한 정보를 체크하는 것처럼 회사에서도 평가하는 것이다. ”내 할 일만 잘하면 되지 뭐“ 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국 회사라는 조직은 사람들과 부대끼는 조직이기에 타인의 시선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 scoutthecity, 출처 Unsplash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앤드리아는 1년 동안 온갖 수모와 거지 같은 모멸감을 견디며 미란다의 비서직을 수행한다. 미란다는 뉴욕 최대의 영향력있는 패션 매거진의 편집장이다. 1년 뒤 다른 회사의 구직자가 된 앤드리아의 평판 요청에 미란다는 ”그녀는 나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비서이다“ 라는 문장으로 앤드리아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를 했지만, 마지막에 ”그녀를 채용하지 않으면 당신은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라는 최고의 찬사로 마무리했다. 이렇듯 적절한 평판을 유지하는 것이 사(社)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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