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산여자김작가 Dec 14. 2019

벌써, 크리스마스

(feat. 눈 깜짝할 사이에 연말)



 서른넷의 김가현, 그야말로 단짠단짠이었던 한 해였다. 그 어떤 해보다 행복했고 그 어떤 해보다 씁쓸했던 2019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결혼을 하고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참 바쁜 시간을 보냈다. 33년 동안 일을 하면서 살림을 살아 본 적이 없던 터라 우여곡절이 많았고 시행착오를 밥 먹듯 했던 시간이었다. 엄마가 해주던 밥이, 빨래가 그렇게 그리울 수 없었다. 육아가 없어서 천만다행이었다 싶을 만큼. 어느덧 4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 드디어, 브런치가 떠올랐고 늦잠 잔 주말 오후 몇 자 적어보기로 했다. 늦잠을 자고 났더니 남편은 어디 갔는지 다. 신혼부부의 삶도 현실이었다.


 달달하기도 했고 지지고 볶기도 했던 우리의 신혼생활, 집안일 때문에 다투기도 했고 내 맘 같지 않아서 서운하기도 했다. 동갑이라 가끔 피(?) 터지게 싸울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이 좋다. 결혼이 주는 안정감과 (아직까지는) 마냥 내 편인 남편 덕에 하루하루 마음이 넉넉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은 일이 있어 회사 출근했다가 집에 들어온다는 남편의 전화를 받고 오늘 저녁 메뉴는 뭘 해줄까 고민하는 나 자신을 보니 딱 결혼이 체질인가 싶기도 하다. 남편이 좋아하는 돈가스로 늦잠 잔 마누라의 찔리는 양심을 채워볼까 한다. 결혼 초반 우리의 전쟁은 짧다면 짧은 3개월 안에 끝이 났다. 그 뒤로는 나름 평화를 유지하며 즐거운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주말마다 유독 경조사에 집안일에 내 시간이 많이 없었던 터라, 오늘 같이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날이 참 고맙기까지 하다. 아무것도 안 하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토요일, 결혼하고 나서 느끼는 나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결혼하고 나서 새로운 곳에서 다시 일을 시작하니, 아가씨 때와는 다른 경험들을 많이 하게 된다. 결혼했다고 하면 다들 일단 놀라는 표정을 한 번 지어주신다. 아줌마(?)라서 남자 직원들이 더 편하게 대하는 것도 같고 아줌마라서 회사 식당 맛있는 반찬이 남으면 집으로 싸들고 오기도 한다. 결혼한 다른 직원과 남편 이야기, 시댁 이야기, 집안일 이야기하면서 친해지기도 쉬웠다. 아줌마라서 편한 것도 참 많은 것 같다. 물론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고 아가씨 때와 다르게 억울한 일이 생긴다고 해서 성질대로 화를 내고 그만둘 수도 없었다. 아줌마가 주는 무게감인가 싶기도 한데, 이 무게감이 결코 무겁지만은 않으니 그것 또한 다행이다. 온통 처음 해보는 것들이 많았던 한 해이지만 그 처음이 마냥 불편하지마는 않은 걸 보니 결혼이 체질이 맞는구나 또 한 번 깨닫는다.  


 글감을 생각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을 사진으로 찍고 순간 드는 생각들로 글을 써 내려갔다. 주저리주저리 썼을 뿐인데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는 게 참 묘하다. 결론은 올 한 해도 참 수고했더라. 쓰담 쓰담해 주고 싶을 만큼 나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한 해였다. 2020년, 서른다섯의 김가현이 유독 기다려지는 주말 저녁이다. (남편 돈가스 구워주려고 급하게 마무리하는 아줌마의 글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계절이 바뀌듯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