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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잔잔 Aug 02. 2020

일곱 번째 인터뷰 : 윤가람

윤가람과 나의 이야기

흔쾌히 본 인터뷰를 수락해주신 글로작가님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깊은 물속에 햇빛이 들어올 때가 있다. 오르락내리락 물결이 울렁거리면 그 노란빛도 함께 흔들리며 물의 본색을 드러낸다. 청록색, 청남색, 연두색……짙은 먹색으로 가려졌던 물빛들이 햇살에 찰랑거린다.
과연 물이 햇빛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걸까, 햇빛이 물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걸까.

Q1.

이곳에서 불리고 싶은 이름과 그 이유를 말해주세요. (본명도 물론 가능합니다.)      

-

오늘은 윤가람이라고 불리고 싶습니다. 문득 생각난 이름인데 입에서 부드럽게 굴러가네요. 이름이라 함은 부르는 맛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윤가람으로 하겠습니다.           


Q2.

현재 인터뷰를 응하고 계신 장소와 시간이 궁금합니다.

(장소 자체를 묘사해주셔도 좋고 혹은 이 장소에서 인터뷰를 하게 된 연유나, 장소가 지니는 의미가 있다면 덧붙여주셔도 좋아요.)     

-

폭력적으로 비가 쏟아지는 주말 오후입니다. 오전에 수해를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뉴스에서 전해 들은 터라 비가 반갑지만은 않네요. 저는 언제나처럼 글을 쓰러 카페에 왔습니다. 카페가 좋은 것은 아는 사람이 하나 없기 때문에 온전히 글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인터뷰를 작성하는 동안 흐름이 끊기지 않았으면 해서 카페에 왔습니다.

이 질문에 잠시 머물렀습니다. 장소가 지니는 의미, 내가 카페에 온 이유, 내가 좋아하는 장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다녔지만,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모든 공간은 제게 조금씩 불편함을 주고, 이런 불편함이 내가 공간과 사랑에 빠지는 일을 방해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3.

고개를 돌려 잠시 하늘을 봐볼까요? 오늘의 날씨는 어떤지 자세히 묘사해주세요.     

-

오후 7시 같은 오후 2시입니다. 비구름에 해는 가려지고, 매미 소리는 빗소리에 가려졌습니다. 카페에 나가는 순간 습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겠지만, 카페 안은 에어컨 덕분에 시원한다 못해 춥기까지 합니다. 이렇다 보니 꼭 비가 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빗방울이 땅바닥에 처박히는 것이 눈에 보이지만, 내 몸은 차가운 겨울 바람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찌 지금이 여름 장마라는 것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바깥은 여름에 살지만, 나는 겨울에 살고 있습니다.          


Q4.

요즘의 기분을 날씨에 빗대 표현해본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우연히도 3번 질문의 날씨와 제 기분이 같네요. 온도차가 심한 요즘입니다. 제가 바깥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오늘 날씨가 춥다 한들, 바깥에 있는 사람이 제게 오늘 날씨가 습고 덥다고 한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각자 하고 싶은 말만 내뱉으면서 결국은 무엇도 이어지지 못한 채 살아갈 것입니다. 나는 이 사실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음이 답답하고, 무력해서 오늘도 커피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Q5.

오늘 했던 생각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생각을 찾아 이곳에 풀어본다면?     

-

어제 친구에게 배운 일을 미루고 딴짓하는 습관을 없애는 법입니다! 방법은 정말 간단합니다. 딴짓을 하고 있는 나를 인식하는 순간, 마음속으로 5초를 세는 겁니다. 5초가 지나면 딴짓을 그만두고, 다시 일을 시작합니다. 오늘 직접 해 보니 정말 효과가 있어요! 와! 시난ㄴ다!          


Q6.

세상에는 셀 수 없을 만큼 저마다 다른 사랑(愛)의 모습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가족, 형제, 친구, 연인처럼 대상도 제각각이고 애증, 정렬, 헌신 등 담고 있는 감정도 달라요. 인생에서 당신이 꼭 경험해보고 싶은 사랑의 모습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잠시 생각해보고 그 이유와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해주세요.     

-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사랑받고, 또 사랑하고 싶네요....          


Q7.

내 인생의 전체나 한 부분을 영화로 만든다면 어떤 장르로 만들고 싶나요? 왜 그런지, 꼭 넣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해주세요.     

-

실험 영화로 만들어서 절대 끝나지 않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은 채 사는 게 제 꿈이거든요. 꼭 넣고 싶은 장면은 늙지도 죽지도 않는 방법을 발견하고 검증한 제 자신의 모습입니다 핫핫핫          


Q8.

특별하게 여기는 물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물건에 담긴 이야기도 함께 해주세요.     

-

저는 시를 쓰기도 하는데, 한번은 제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와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투덜대면서도 멋진 그림을 그려 주었고, 저는 가끔씩 거실 한 구석에 전시된 그 그림을 보면서,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Q9.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중 가장 예민한 곳을 순서대로 꼽자면?

(ex. 시각 > 후각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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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각, 후각, 시각, 미각, 청각          


Q10.

어린 시절의 가장 강렬한 기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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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기억은 행복한 것도 많았지만, 역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가장 강렬합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어린 시절 저는 밤마다 죽을 듯이 울었습니다. 늘 울고, 울다 지쳐 잠이 들고, 다시 밤이 되면 울고, 다시 지쳐 잠이 들고... 그 순간과 감정이 기억속에 강렬하게 자리 잡아서 여전히 생생합니다.          


Q11.

'우리의 힘은 우리의 약점에서 자라난다. 그래서 위대한 사람은 언제나 자진해서 낮은 자리에 서려한다.' 랄프 왈도 에머슨이 쓴 <자기 신뢰>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있는데요. 스스로 생각하는 약점이 있다면?     

-

약점에서 자라는 힘이라는 관점이라면, 제 약점은 의심하는 것이고, 그 누구도 믿지 않는 불신입니다. 의심과 불신은 제게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늘 의심하기 때문에 인간 관계에 대한 이해를 얻었고, 2차 정보를 믿지 않고 늘 정보의 출처를 찾았기 때문에 남들보다 폭넓은 지식의 체계를 세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모든 능력과 장점을 합쳐봤자 다른 사람을 의심하고 불신하면서 생기는 단점이 더 큽니다.ㅋㅋㅋㅋㅋ          


Q12.

오랫동안 이어져 온 버릇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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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버릇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고 나누는 것입니다. 실제로 독서 모임을 8년째 이어 오고 있습니다. 제가 만든 것도 있고, 누군가가 만든 모임에 참여한 것도 있지만, 모임이 사라지면 곧바로 새로운 모임을 찾아 1개 이상의 독서 모임에 참여했습니다. 일종의 버릇이자, 중독이자, 행복이라고 할까요. 책은 혼자 읽는 것도 좋지만, 같이 읽을 때 더 행복한 법이니까요.          


Q13.

현재 어떤 디자인과 색깔의 옷을 입고 있는지 궁금해요. 평소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차림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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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의 반팔과 베이지색 반바지를 입었습니다. 평소엔 불편해서 잘 안 입지만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차림은 복고풍입니다. 흔히 아저씨 스타일........... 화려한 무늬........카고바지..........패치가 덕지덕지 붙은 청자켓......... 오버롤이나....... 핫핫핫          


Q14.

이루어지지 않을지라도, 대통령에 출마한다면 가장 먼저 내세우고 싶은 공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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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싶습니다. 4대강이나 달탐사 같은 것에 돈 쓰지 말고, 당장 더 필요한 연구에 돈 쓰고 싶습니다. %^^% 연구하고 싶은 나라, 대한민국! 얼마남 멋진감....          


Q15.

내 인생의 BGM을 한 곡만 꼽자면? 그 이유와 주로 어떤 때 그 노래를 듣는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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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한 곡이라니... 신영숙님의 황금별도 좋고........ 김도빈님의 끝이 없는 밤도 좋고....... 홍광호님 노래는 다 좋고........ 아..... 진짜..... 겟세마네 빼먹을 뻔 함;;;;;; 아니..... 하.... 그래도 한 곡을 굳이굳이굳이꼽자면 레미제라블 넘버 중 하나인 empty chairs at empty tables입니다.... 이유는 한때 제게 꿈을 심어 준 노래이기도 하고,,, 너무 아련하기도 하고,,,, 굳이 한 곡만 꼽자면.. 네.. 그렇습니다.                     


Q16. 특별 질문

지금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물질적이든 비물질적이든,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다 괜찮아요. 단 하나여도, 여러 개라도 좋아요.     

-

제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까 말했듯이 오래오래 사는 방법이고... 그 다음은 글에만 온전하게 집중해서 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고, 그 다음은... 잘 모르겠네요. 사실 필요한 것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Q17.

마지막은 반대로 인터뷰어에게 보내는 질문입니다. 제게 묻고 싶은 질문 하나를 작성해주세요. 이번엔 제가 정성껏 답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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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책 3권과 인생 영화 3편을 고른다면 무엇인가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질문을 보자마자 '아 너무하잖아' 육성으로 튀어나왔습니다. 허허. 인생작을 세 권, 세 편씩 이유와 함께……(사실 좋아하는 것이 많아 고르면서 아쉬웠다는 징징)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공지영)
여름의 마지막 장미(온다리쿠).
앞의 두 권은 여러 번 읽어도 매번 처음처럼 감정이 복받쳐요. 아마 제가 60살이 되어도 침대 옆 서랍에 꽂혀 있을 것 같은 책들이네요. 마지막 책은 어떻게 이런 책을 썼을까, 읽다가 홀린 경험 때문에 빼놓을 수 없었어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올리비에 아사야스)
인터스텔라(크리스토퍼 놀란)
인셉션(크리스토퍼 놀란)
첫 번째 영화는 본 지 얼마 안 됐는데, 이유를 말하기 어렵지만 '아 좋다'하는 생각이 마음에 자욱했던 영화입니다. 나머지 두 영화는 모두 다섯 번 이상 본 것 같네요. 사고의 틀을 깨는 영화의 세계관이 너무 재밌어서 볼 때마다 짜릿짜릿!

질문에는 없지만 드라마 하나 덧붙이고 싶네요.
디어 마이 프렌즈(노희경)
윽, 정말 말이 필요 없습니다. 보세요. 봐주세요!

⟪ 인터뷰를 끝낸 시각 : 2020년.  8월.  2일. 오후  15시.   13분. ⟫     

   

겉에서 바라본 물은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다 없어지길 바라는 것 같았는데 웬걸, 평생 흐르고 싶었던 그는 큰 바다로 몸을 틀며 내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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