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괜찮은 걸까?
로스쿨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후, 나는 본격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로스쿨 입학이라는 새로운 목표는 설렘과 긴장감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단순히 도전하겠다는 의지만으로 될 일이 아니었다. 내가 꿈꾸는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하고, 내가 서 있는 현실은 어떤지를 냉정하게 파악해야 했다.
자료를 찾아보며 나는 로스쿨의 경쟁률이 내 예상보다 훨씬 치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정된 자리와 수많은 지원자들 사이에서 돋보이기 위해서는 뛰어난 학업 성적, 강한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논리적 사고력이 필수적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중학생 때부터 로스쿨 진학에 유리한 길을 철저히 설계하며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법학과와 정치외교학과 등 로스쿨 진학에 유리한 전공을 선택하고, 학점 관리는 물론 각종 대외활동과 논문 작성까지 일찌감치 경험을 쌓아 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사실을 접하며 자연스레 내 과거를 돌아보았다. "내 학점은 몇이었지?" 떠올려보니 학부 시절 내 학점은 4.0이었다. 당시에는 상당히 높은 점수라고 자부했지만, 지금 보니 이 점수는 로스쿨 지원자들 사이에서 그저 평균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정말 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현실을 직시하고 내 실력을 점검하기로 했다. 우선, 작년 로스쿨 입학시험 기출문제를 풀어보기로 했다. 입학의 첫 관문인 LEET(법학적성시험)는 언어이해와 추리논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는 그동안 회사 생활에서 문서 작업과 문제 해결을 많이 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시험지를 마주한 순간, 나의 자신감은 크게 흔들렸다.
먼저 언어이해 영역을 풀기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지문이 길고 난해했다. 글을 읽으며 빠르게 핵심을 파악해야 하는데, 익숙지 않은 주제와 복잡한 문장 구조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지문 하나를 읽고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결국 주어진 시간 안에 모든 문제를 풀지 못했다. 정답률도 절반에 한참 못 미쳤다. 언어이해는 내가 평소 자신 있다고 생각했던 영역이었기에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다음은 추리논증 영역이었다. 이 부분은 문제를 읽으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퍼즐처럼 느껴져 흥미롭기도 했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풀기에는 나의 사고 속도가 너무 느렸다. 문제를 풀 때는 생각하는 재미를 느꼈지만, 결과적으로 시간에 쫓기며 절반도 풀지 못했다. 맞힌 문제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렇게 처참한 결과를 마주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기출문제 풀이를 끝내고 나니 마음 한구석에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나는 평소 논리적이고 빠른 사고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현실은 달랐다. 시험이라는 환경에서 나의 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언어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를 한정된 시간 안에 발휘하는 능력,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꾸준한 훈련이 나에게는 부족했다.
이 처참한 결과는 나를 절망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동시에 깨달음을 주었다. 나는 지금까지 회사에서 익숙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해왔지만, 그것만으로는 새로운 도전에서 성공할 수 없었다. 로스쿨이라는 목표는 단지 내가 바쁘게 움직이고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하고 내 약점을 보완해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충격을 딛고 다시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이 첫걸음이 비록 처참하게 느껴질지라도,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었고,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방향이 명확해졌다.
"응애"
지유가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