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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서른아홉부터 Aug 12. 2024

'좋은 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드라마 감사합니다 - 킹마우스 의 몰락


내 주말 저녁을 풍성하게 만들어줬던 드라마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내가 가끔은 세상을 살면서 공감하면서도 또 가끔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좋게 융통성 있게 좋게 좋게 넘어가면 모두가 다 편안하고 모두가 다 행복한데, 왜 너만 이렇게 유달리 툭 튀어나오느냐. 모두가 yes라고 하는데 왜 너만 no라고 하느냐,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여기 나오는 신차일(신하균) 팀장은 진짜 말 그대로 모두가 yes라고 하는데 자기 혼자 no! 를 외치는, 그래서 가는 곳마다 원리원칙이라는 핵폭탄을 떨어트리고 그렇게 떨어진 핵폭탄을 피해 도망쳐 나오는 속칭 곳간 털어먹는 '쥐새끼'전문 킬러이다. 여기서 쥐새끼란 건전한 기업문화를 해치는 이들이다.


현실은 외부감사법인이 아닌 이상, 대한민국 법인 기업의 90% 이상은 법인카드 및 법인자산을 오너일가의 자산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가 아주 팽배해 있다. 법인자금으로 슈퍼카, 법인자금으로 주택자금, 법인자금으로 자녀들 유학비, 법인자금으로 오너일가의 생활비 등등등.


당장 법인차량 문제만 보더라도 법인차의 사적 이용은 업무상 횡령, 배임 혐의 대상이지만 일일이 감시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런 도덕적 부패현상을 막기 위해 8천만 원 이상의 법인차는 연두색 번호판을 달게 하는 걸로 안전망을 만들어 놨다고는 하나, 이미 웬만한 법인차들은 그 행정이 시행되기 이전에 미리 다 무슨 꼼수를 써서라도 다 차 바꿔놓은 상태라. 저게 뭔 그렇게 큰 효용이 있나 싶을 정도의 늦장행정에 혀가 끌끌 차인다.


현실에는 신차일 같은 인물이 주변에 존재하기 너무 어렵다. 쥐새끼들의 마음은 내심 Yes라고 말해줬으면 하지만, No라고 말하게 된다면, 드라마에서나 자기 고집대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들쑤시고 다니지만 현실의 결론은 딱 이렇다.


1.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조용히 해서 넘어가지 왜 너 혼자 튀고 싶어 그러냐며 구슬리기 작업이 들어가고 그럼에도 굽히지 않는다면 2. 잘하고 있던 업무에서 꼬투리를 잡아 인격모독을 하거나 배제당하고 3. 주변에 사람을 끊어 왕따 당하고 4. 결국 Yes를 말할 수밖에 없게끔 상황을 만들어 자기주장을 굽히고 납작 엎드려 사과해야지 그래야지 겨우 '그놈이 사과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라고 결론 난다.


자기들은 아무런 죄가 없었다는 듯, 애초에 반기를 들고 나온 놈이 역적이라는 듯.


이 드라마는 진짜 말 그대로 횡령, 기술 유출, 비자금 조성 등 굵직한 사건들부터 사내 괴롭힘이나 불륜을 비롯한 개별적인 문제들을 일으키는 쥐새끼들을 통쾌하게 잡아내는, 말 그대로 사이다 결말이라 내가 더 열광했던 부분도 없잖아 있다.


쥐새끼 전문킬러 신차일의 사정도 없는 쥐새끼 사냥은 그것이 비단 회사 임원 및 오너라고 할지라도 피해 갈 수 없었다. 모든 일의 흑막엔 쥐새끼 왕이 있었고 그 반전은 결말이 되어서 진짜? 정말? 하며 날 소름 돋게 만들었다. 결국 쥐새끼왕은 처절하게 몰락했고, 신차일은 쥐새끼들을 잡으러 떠난다. 




우리는 그동안 살면서 양심선언자들을 너무 많이 봐왔다. 


2009년 군납비리 관련 양심 고백하는 김영수 전 소령 [사진 MBC PD수첩 캡처]


당장 군납비리만 하더라도, 국민의 혈세로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쓰여야 할 국방비를 곳곳에서 온갖 쥐새끼들이 착복하고 결국 불량 부품, 불량 부식으로 국방을 위협하고 군장병들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이는 곧 국방력 약화로 이어질 만한 중차대한 일들에 no라고 말한 사람이 찍혀 나와 얼마나 큰 고통을 받는지 너무나도 똑똑히 목격해 왔다.


당장 뉴스지면에 뜬 채상병 사건부터 시작해서 여야를 막론한 법인카드 유용사건. 대통령 영부인의 명품백사건 기타 등등등. 보고 있으면 한숨밖에 나지 않는다.


특히나 나는 백 원 썼고, 백만 원 쓴 저놈이 더 나쁜 놈이에요! 네 편 내 편 갈라 싸우며 불을 지피는 야당의 행태도 눈뜨고 못 볼 꼴이지만, 여아를 떠나 국민의 혈세로 녹을 먹고 산다는 사람들이 고작 그 따위로 밖에 행동할 수 없는 게 국민의 대표란 건가. 


결국 본인들이 떳떳하지 않았기에 당당하게 주장하지 못했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못했고, 그러했기에 말도 안 되는 사람이 또 국민의 녹을 먹는 자리에 있는 온 국민이 불행해지는 결론으로 치닫게 되었다.


그런 놈들이 자기들은 마냥 깨끗한 척 누가 누굴 보고 법인자금 횡령하지 말라. 누굴 보고 법인차 유용하지 마라 말할 수 있다는 건가. 당장 자기들부터 깨끗하지 않으면서?


드라마에선 쥐새끼들의 왕은 결국 몰락하고 만다. 자신의 모든 행각들이 낱낱이 까발려 진채. 하지만 현실의 우리는 어떠한가. 당장 쥐새끼왕의 노예가 되어 살고 있는 민초들은 과연 안녕들 하신가. 쥐새끼들을 내편이라서 스리슬쩍 서로 눈 감아주며 살고 있는 이 현실은 과연 행복들 하신가?


나는 드라마에 나왔던 이 대사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궤변입니다. 당신은 어떤 말로 포장해도 당신은 가장 크고 위험한 쥐새끼일 뿐입니다. 그리고 당신에게는 법에 처벌을 받는 것 외엔 어떠한 선택사항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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