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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서른아홉부터 Aug 11. 2024

마음을 보관하는 가게 2

탐욕

아주 오랜 옛날, 가난하지만 우애 좋은 형제가 살고 있었어요. 비록 어린 나이에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 형제 둘이 서로의 하나뿐인 편이 되어 오롯이 살아남았어야 했지만, 마음씨 좋은 이웃들이 있었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서 부족했지만,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어느 날, 그 우애 좋은 형제의 모습을 본 탐욕은 너무너무 심술이 났어요. 마음만 먹으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을 가질 수 있을 만큼 능력도 좋았고, 심지어 많은 것을 가지고 많은 것을 누리고 있었지만 정작 그에게는 편이 되어주는 어떠한 사람도 없었고 항상 외로웠기 때문이에요.


탐욕은 그 형제에게 골탕을 먹일 방법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몇 날 며칠. 먼저 그는 이웃 마을에 사는 질투에게 달려갔답니다.


질투는 자기 스스로는 아무것도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자기보다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을 항상 미워하고 그들이 망하기만 바라며 깜깜한 어둠 속에서 홀로 은둔하는 자였어요.


"질투여, 질투 자네 거기 있나?"

"..."

"질투여, 자네 거기 있으면 내가 먼저 들어가겠네."


탐욕은 굳게 걸어 잠겨진 대문을 삐걱 열고 질투가 사는 집 안으로 들어갔어요. 깜깜한 어둠 속 외로이 켜진 촛불 하나. 사람의 출입이 언제쯤 있었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빼곡히 쳐진 거미줄. 그 축축한 어둠 속에서 발견한 질투는 한껏 눈꼬리를 치켜세워 탐욕을 노려봤답니다.


허허실실 욕심 가득 탐욕은 잔뜩 긴장했지만 그런 질투를 개의치 않는다는 듯, 허허실실 한 웃음기를 띈 얼굴로 질투에게 다가갔어요.


"내가 재미있는 일을 좀 벌여보고 싶은데 말이지..."


그날 밤, 형제가 살고 있는 마을에는 쥐도 새도 모르게 탐욕이 만들고 질투가 뿌린 '비교하는 마음'이라는 꽃을 피우는 씨앗들이 집마다 배달되었어요. 형제들에겐 그 마을에서 가장 크고 예쁜 꽃이 피는 '비교하는 마음'이 배달되었답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마을 곳곳 양지바르고 거름기 그득한 마당 한편에 커다랗고 신기하게 생긴 새싹이 움을 틔웠어요. 그 새싹의 떡잎은 유리처럼 반짝이며 투명하고 예뻤고, 떡잎 끝에 달린 조그만 종은 산들산들 바람이 불 때마다 딸랑거리며 청아한 소리를 냈어요. 그 모습이 싫지 않았던 마을 사람들은 그 새싹을 애지중지 키우며 다들 자라는 모습을 보고 기뻐하고 즐거워했답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떡잎에서 본잎 한 쌍이 나와 있고,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또 두 번째 떡잎이 자라나 있으니 마을 사람들은 그 모습이 괴이하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해서 어디선 거름을 주기도 하고, 어디선 새싹이 쓰러지지 마라고 지지대도 갖다 바쳐 주며 애지중지 그 새싹을 돌봤답니다.


같은 정성을 붓는데도 불구하고, 어디선 벌써 키가 무릎까지 와닿고, 어디선 또 키가 허리까지 와닿고, 사람들은 점점 그 신기한 꽃을 보며 마음속에 정말 조그만 불신의 씨앗들이 자라기 시작했답니다.


그 와중에도 가장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형제의 마당에 있던 비교하는 마음은, 이미 어른의 키만큼 자라 끝에는 진귀한 보석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말 미치고 환장하기 일보 직전이었어요. 또 한편으로는 그 잎끝에 달려 빛을 내는 보석이 탐나기도 했답니다.


매일매일 웃음꽃이 피던 그 마을엔 누가 내 꽃을 해코지하지 않을까. 하는 불신이 자리 잡고, 누구라도 자기의 꽃에 해코지할까 봐 가족끼리 돌아가며 24시간을 돌아가며 그 꽃을 지키고 있던 그 어느 날 가난한 형제의 집에 누군가가 찾아왔어요.

 

"옛 헴. 자네들 집에 있는가?"

"네! 돌쇠 아버님! 무슨 일인가요?"


잔뜩 거들먹거리며 형제의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돌쇠 아버지였어요. 돌쇠는 형제들의 죽마고우로 형제들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고 가장 어렵고 힘든 처지 일 때 돌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 형제의 부모님을 대신해 그들에게 따끔한 매를 대기도 했고,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 삶은 감자와 밥으로 형제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시기도 하셨던 정말 좋은 분이셨어요.


"다름 아니라... 옛 헴.. 내가 자네들에게 베풀어준 은혜를 잊진 않았겠지?"


마치 당연한것을 받으러 왔다는듯 인사채 끝나기도 무섭게 거들먹거리며 성큼성큼 그 꽃 옆으로 가더니만 은 그 잎끝에 매달린 보석 중 가장 크고 빛나는 것을 어루만지며 말했어요.


"네, 베풀어 주신 은혜 잊지 않고 갚기 위해 열심히 이 꽃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럼 오늘 좀 그것을... 받았으면..."


말이 채 끝나기가 무섭게 돌쇠 아버지는 이미 점찍어놨던 그 크고 빛나는 보석을 뚝! 하고 끊어 따냈어요. 비린 풀냄새와 함께 보석은 금세 돌쇠 아버지의 주머니 속으로 쑥! 들어가 버렸고, 누가 잡으러 오는 거처럼 꽁무니가 빠지도록 집으로 달려가 버렸답니다.



사실 날마다 몸을 쓰는 힘든 일로 형제도 지쳐가던 찰나에, 진귀한 보석이 달리는 그 꽃을 보며 의아했지만 또 때론 보살피기도 하며 그렇게 지내왔어요. 그 꽃이 있거나 없거나 간에 그들은 당장 주어진일들을 성실히 해내 왔고, 또 그렇게 정직하게 번 돈으로 어렵지만 행복한 삶을 유지해 왔답니다.


돌쇠아버지가 다녀간 뒤, 그 소문은 마을 곳곳 전국에 퍼졌고 온 나라에 사람들은 모두 다 형제의  앞에 길게 줄을 서 자신들이 형제에게 예전에 얼마나 무엇을 잘해주었는지 몇 시간을 설명하고 몇십 년 전에 연이 닿았던 기억이라도 그 기억을 짜내고 짜내서 뭐라도 하나 받아 나오는 것이 그들의 하루 시작이자 끝이었답니다.


길게 늘어선 줄에 누군가는 새치기를 하려고 했고, 누군가는 자신의 마당에 핀 그 꽃을 담보로 대신 줄을 서줄 사람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때마다 큰 소란이 일어났고, 이런 나날들이 지속되자 형제들은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답니다.


호롱불이 호롱호롱하며 어둔 방안을 밝히고 있는데, 형제 둘 마주 앉아 짚신을 꼬고 있어요.


"형님, 우리가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되겠소?"

"글쎄다. 저 꽃이 지는 날?"

"저 꽃이 언제 질 줄 알고요?"

"글쎄다..."

"그렇다면 우리가 저 꽃을 절단 내 버리면 되지 않겠소?"


성격이 호탕하고 뒤끝 없는 동생 덕배는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가 마당 한편 깊게 뿌리내린 그 꽃을 단박에 갖다 휙! 하고 뽑아 뒷간 쪽으로 던져 버렸어요. 뿌리가 뽑히는 순간 피식하는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선 고약한 냄새가 풍겼고, 뽑힌 그 꽃은 금방 흐늘흐늘 녹아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답니다.


신기하게도 형제의 집 마당에서 꽃이 뽑히는 순간, 온 마을에 뿌리내리고 살던 '비교하는 마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푸쉬쉬 하는 소리와 함께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시들고 말았어요.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 어느덧 깊게 뿌리 내리고 훌쩍 커버린 불신은 뿌리 뽑히지 않았답니다. 되려 그 불신은 다른 열매를 맺기 위해 열심히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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