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보자. 착한 친구
SBS <맛남의 광장>을 보고
SBS <맛남의 광장>
이러다 나까지 먹여 살려주는 건가 싶었다. 골목 상권 살리기에서 지역 특산물 살리기까지. 백종원 대표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SBS <맛남의 광장>을 봤다. 이 프로그램은 “백종원 대표가 쉽고 간단하게 만든 지역특산물 요리를 제자들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장사하는” 로컬 푸드 부흥 예능이다. 지역 농민, 어민들에게 힘이 된다니.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기획의도 아닌가. 동참할 수 있다면 자연스레 지갑을 열 것 같다.
“입 앞까지 배달해드립니다”
지역 특산물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많다. 대표적으로 KBS <6시 내고향>이 있다. 30년 동안 지역민들을 찾아가고 그 지역의 농수산물을 소개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KBS <1박 2일>도 마찬가지다. 전국 각지를 다니며 지역을 소개한다. 특산물을 걸고 게임을 한다는 점에서 지역 농수산물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역할도 한다. 이렇게 많은 프로그램이 지역특산물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면 <맛남의 광장>은 너무 뻔한 거 아닐까? 그렇지 않다.
<맛남의 광장>은 시청자에게 더욱 친절하고 편리하다. 다른 프로그램들은 지역농산물을 소개하고 농민들과, 식당 사장님과 맛있게 먹는 데서 그친다. “OO로 놀러~ 오세요” 정도로 권유하며 마무리한다. 하지만 <맛남의 광장>은 지역농산물의 하나부터 열까지 시청자에게 ‘떠먹여’ 준다. 이 지역의 특산물이 무엇인지는 당연하고, 어떻게 직접 음식을 만드는지 세심하게 알려준다. 게다가 실제 휴게소에서 음식을 팔며 맛 좀 보라고 내 앞까지 음식을 가져온다. 대기업 부회장님도 발 벗고 나서서 프로그램이 소개한 음식을 매장에서 판매해주니 이보다 친절한 배달 서비스가 있을까.
“참 잘했어요, 도장 꾹”
착한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것. <맛남의 광장>이 화제가 되고,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찾아오는 이유다. 많은 사람이 지역 농민의 어려움을 느낄 기회는 제한적이었다. 가뭄, 홍수로 농가가 피해를 보았다는 단신 뉴스로, 시장에서 농수산물 가격의 폭락, 폭등으로 어렴풋이 짐작만 했을 뿐이다. 하지만 <맛남의 광장>은 지역 농어민들의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담는다. 인심이 넘치는 농촌이라거나 땀 흘려 일하는 어민들의 뿌듯함 같은 포장도 없다. 그리고 출연진은 “OO의 특산물로 만든 요리 많이 드세요!”라며 참여를 부탁한다. 참여를 안 할 이유가 없다. 손만 뻗으면 나도 착한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기 때문에.
“레시피는 인터넷에, 특산물은 마트에 있다”
너무 착한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스스로 던진 한 가지 질문에 대답하기 망설여진다. “그러면 이 프로그램 챙겨볼래?” “…”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레시피는 <맛남의 광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마트에서 농산물을 사면 지역 농어민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 나는 왜 1시간 30분 <맛남의 광장>을 챙겨봐야 할까? 프로그램을 보는 동안 몰입감은 좀처럼 높아지지 않았다.
<맛남의 광장>은 ‘장사 포맷’을 택했다. 휴게소에서 장사를 준비하고 실제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한다. 장사를 잘 해낼 수 있을지, 실수는 하지 않을지, 손님들은 맛있게 먹는지 시청자는 출연진을 마음 졸이며 지켜본다. ‘과연 백종원과 제자들이 해낼 수 있을까?’라는 긴장감이 몰입의 포인트다.
하지만 우린 안다. 미숙한 제자들 옆엔 백종원이 있다는 걸. 생판 처음 장사를 해보는 <윤식당>, <강식당>의 멤버와 비교했을 때 시청자는 확연히 긴장감이나 압박감이 떨어진다. 시청자는 그들이 휴게소 벽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잘 해낼 걸 안다. 고정 프로그램이기에 제자 3명도 매주 요리에, 장사에 능숙해질 것이다. 때문에 그들만의 장사는 시간이 갈수록 시청자에게 몰입감을 줄 수 없을지 모른다. <맛남의 광장>은 ‘착하긴 한데 사귀고 싶진 않은 이성 친구’가 될 수 있다. 미숙한 크루들의 당황, 긴장 스토리만으론 1시간 30분을 끌고 가기에 한계가 있다.
많은 타개책이 있겠지만 ‘게스트’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시청자에게 새로운 스토리, 장면을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양세형은 수제자, 김희철은 청결 장사꾼, 김동준은 비주얼 막내로 캐릭터를 잡아가고 있다. 3명은 충분히 잘하고 있지만, 갈수록 시청자는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매주 새로운 게스트와 함께 ‘로컬 푸드 살리기’ 장사를 해보는 건 어떨까. 휴게소 장사 일일 체험에 나선 게스트만의 새로운 스토리는 프로그램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다. 너무나 착한 <맛남의 광장>이 프로그램 안에서 기존 푸드, 장사 예능과 다른 본인만의 매력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