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종료와 함께 권고사직을 받은 커리어 10년 차 PO의 사업 도전
"사업이 많이 어려워져서 육아휴직 종료 후 함께 일하기 어렵겠습니다."
2025년 5월 29일, 육아휴직 종료를 11일 앞두고 회사로부터 받은 일방적인 통보였다.
어느 정도의 예견은 했었다. 1년의 육아휴직 기간 동안 회사 사정이 많이 어려워져 100명 이상이었던 직원을 20명 수준으로 감축했다는 소식, 사무실도 더 작은 곳으로 이사했다는 소식, 예정된 후속 투자가 잘 진행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대해 직전 상사들과 동료들로부터 간혹 들어왔던 터였다. 회사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육아휴직 이후 회사에 복직을 하더라도 일할 수 있는 기간이 그리 오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육휴 종료 11일 전에서야 비로소, 그것도 내가 먼저 요청한 대면 미팅을 통해, 복직 없이 곧바로 퇴사해야 한다는 소식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크고, 무겁게 다가왔다.
2025년 6월 10일 수요일, 어제는 바로 육아휴직 종료 후 복직이 예정된 날짜였다. 그러나 이 날은 나의 퇴직일이 되었고, 나는 이 날 부로 공식적인 실업 1일 차를 맞았다.
그렇다. 공식적으로, 법적으로 실업 1일 차다. 실업의 상태에 놓였고 이제 곧 실업급여를 신청할 것이다. 나는 지금 이 시기를 어떻게 바라보기로 결정해야 할까? 공식적이고 법적인 신분이 곧 지금의 나를 설명하도록 해야 할까? 이 시기를 어떻게 정의하고 또 어떤 시간들로 채워가야 할 것인가?
이러한 고민 끝에 나는 2025년 6월 10일을, 내가 고민해 왔고 꿈꿔왔던 새로운 사업의 시작일로 우선 정의하기로 했다. 이처럼 나는 비자발적인 방식으로 실업자가 되었으나, 동시에 자발적인 방식으로 사업가가 되기로 다짐했다.
그리하여 <권고사직받은 억대 연봉자의 사업 도전기> 연재를 시작한다.
<권고사직받은 억대 연봉자의 사업 도전기>는 크게 두 영역으로 나누어 연재할 것이다.
첫 번째는 나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다.
어떤 생각을 나누게 될까. 아마도 지난 10년 간의 커리어, 또는 그보다 더 이전의 학창 시절까지도 거슬러 갈 수도 있겠다. 아마도 내 인생의 비전이라든지, 65세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또는 그보다 더 이후 내가 꿈꾸는 노년의 모습까지 상상해 볼지 모른다. 어쩌면 육아에 대한 생각이나 나의 종교적 신념에 관한 내용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무튼 과거와 미래에 얽매이지 않고, 주제를 막론하면서 <사업 도전기> 과정 중에 드는 나의 생각들을 차근히 나누려 한다.
두 번째는 나의 일상을 나누는 것이다.
이것은 나에겐 생각보다 큰 결정이다. (정말 그렇다.) 나의 가장 최근 SNS 게시글을 보면 1년 전에 올린, 그마저도 아내의 게시글을 리포스팅한 게시글이다. 이처럼 나는 나의 일상을 공개된 공간에 올리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다. 매력적으로 사진을 찍고, 글 쓰고 댓글로 공감하는 것도 잘 못한다. 그러나 오로지 살기 위해, 잘 살아내기 위해 이러한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 권고사직이라는 이벤트는 그것을 겪은 사람에게는 꽤나 임팩트가 큰 일이며, 실업자의 신분은 실제 내가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와 무관하게 사회적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강력한 낙인이 된다. 따라서 나는 "나는 괜찮아"라는 말을 백 번 되뇌는 대신에 정말 "괜찮은 삶"을 살기로 했다. 나의 의지가 얼마나 보잘것없고 그날 그날의 기분에 좌우되는지를 매우 잘 인지하고 있는 나로서는, 나의 일상을 나누는 이 결정이야 말로 정말 괜찮은 나날을 살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도전기', '연재'라는 거창한 말을 썼지만 사실 이마저도 몇 번이나, 며칠이나 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선 오늘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나의 일상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해 정리해 본다.)
일상 나눔의 방법 #1. 데일리 점검표
아래 템플릿은 조금 전 맥북의 Keynote를 켜 급하게 만들어 본 데일리 점검표다. 나는 이렇게 핵심영역을 점검하고, 나의 하루일과를 돌아보며, 하루를 평가하고 새로운 하루 앞에 다짐하며 일과를 살고자 한다. 주말까지 할 자신은 없고, 사무실에서 일과를 보내는 평일 중에 한하여 이러한 데일리 점검표를 작성하고 공유하겠다.
일상 나눔의 방법 #2. 타임랩스
하루의 일과를 아래 영상과 같이 타임랩스로 기록하여 공유한다. 사실 지난 2달여간, 나는 공유오피스에 앉아 대략 4~5시간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거의 3~4시간은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 웹 서핑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정작 몰두해서 배우려 했던 AI Agent에 관해서는 하루 1~2시간도 집중하지 못했다.
주어진 시간에 과연 어떻게 몰입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과거 한 가지 프로젝트에 몰입하기 위해 시도했던 '타임랩스 기록'을 도입해 보기로 했다. 방법은 매우 단순하다. 일과의 시작과 함께 안 쓰는 오래된 휴대폰을 사무실 자리 쪽으로 향하게 켜두고 내가 일과 중 어떤 일을 하는지를 기록하는 것이다. 책상에 스톱워치를 둬서 얼마 동안 집중하는지를 점검한다. 당시엔 그저 나의 휴대폰에 소장용으로 남겨두었지만 이번에는 연재글에 함께 첨부하여 주어진 시간을 더 밀도있게 살겠다.
현재 나는 사업을 운영하시는 지인 분의 배려로, 지인 분 회사의 일부 사무공간을 이용 중이다. 이렇게 타임랩스 영상을 찍는 것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동의를 받았다. (아직 하루 밖에 되지 않았지만 타임랩스 기록의 효과는 매우 크다고 느낀다.)
자, 이렇게 나의 권고사직 1일 차, 아 아니. <권고사직받은 억대 연봉자의 사업 도전기> 1일 차의 글을 마무리한다.
(P.S.) 어제 아무런 글도 없는 채로 브런치 작가신청을 했는데 대차게 거절당했다. 과연 작가 신청이 마침내 될 것인지, 된다면 얼마나 걸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매일의 사업 도전기를 작성하면서 종종 작가의 문을 두드려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