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직을 결심하고 가장 먼저 눈에 띈 공고는 라인프렌즈였습니다.
[채용 직무: 온라인 세일즈 마케팅]
자사몰을 비롯해 다양한 온라인 유통 채널을 관리하며 콘텐츠 마케팅(세일즈 프로모션)과 퍼포먼스 마케팅을 동시에 수행하는 포지션이었어요.
파는 건 자신이 있었습니다. 네이버의 자회사니 문화와 시스템도 괜찮을 것 같았고요. 또 IP 산업에서 경력을 만들면 언젠가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기업으로 가게될 지도 모를 일이죠. 무엇보다 취준한 지가 6년이나 흘렀기 때문에 일단 면접 경험이라도 쌓기 위해 지원을 했습니다.
[1차 면접 주요 질문]
1. 자기소개 / 지원 동기
2. 자사몰 및 유통 채널을 본 적 있는지? 어떻게 느꼈는지?
3. 좋아하는 캐릭터와 구매해 본 캐릭터 상품은?
4. 회사에서 일하며 힘들었던 경험은?
5. 매체 집행 경험은 있는지?
6. 마케팅 예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7. 여러 브랜드를 담당했다고 했는데, 그중 마케팅을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는 브랜드는?
면접을 본 지 벌써 수년이 지났지만 요즘도 나올만한 평이한 질문이었네요. 저는 당시만 해도 퍼포먼스 마케팅 경험이 거의 없던 터라, 5번은 약점이 될 만한 질문이었어요. 그래서 경험보다 저의 기질적인 역량을 강조했습니다.
“매체 집행 경험은 많지 않지만, 퍼포먼스 마케터에겐 경험만큼 변화 탐지와 빠른 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많은 마케터들이 네이버 실시간 검색에 특정 키워드를 띄우기 위해 ‘실검 마케팅’에 집중했고, 토스에서는 이에 맞춰 행운 퀴즈라는 광고 상품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포털 정책이 바뀌며 실검 노출이 사라지자, 실검 마케팅도 의미가 없어졌죠.
마케팅 트렌드는 계속 변합니다. 기존 지식대로만 집행하기보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효율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라고 제가 생각하는 모범 답안을 말했고, 면접관께서도 동의해주셨어요.
실시간 검색어라니 정말 옛날이네요.
하지만 LLM이 대중화되며 SEO(검색 엔진 최적화)에서 GEO(생성형 엔진 최적화)로 화두가 넘어간 것을 보면, 변화 대응력은 점점 더 중요한 역량이 되는 것 같습니다.
7번 질문에는 "☆☆기업이 OO한 이유로 마케팅을 잘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더니, "그럼 왜 거길 안 가고 여길 왔느냐"라고 하셔서 약간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웃으며 다시 지원 동기를 설명했어요.
면접관께서 한 번도 웃지 않으셔서 분위기가 좀 딱딱하다고 느꼈어요. 그래도 저는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하니까 모든 질문에 방긋방긋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면접 현장에서 '긴장하지 않고 차분하다'라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어요.
[2차 면접]
정확한 질문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히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질문은 1차와 많이 겹쳤습니다.)
1차가 당장 세일즈 실적을 낼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자리였다면, 2차는 캐릭터의 브랜딩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어요.
평소에 아쉬웠던 캐릭터 설정에 대해, 밀레니얼의 지지와 사랑을 받으려면 어떤 방식으로 변화가 필요한지 제 아이디어를 얘기했습니다.
온라인 마케팅 트렌드에 대한 질문도 있었는데, 특별한 답변을 준비하진 못해서 '타깃팅'과 '라이브 커머스'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제 생각에도 베스트 답은 아니었지만 무난하게 넘어갔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연봉을 물어보셔서 '아, 최종까지 가겠구나' 짐작했습니다.
사실 당시 잡플래닛 평점이 워낙 좋지 않아 1차 후에도 마음이 계속 왔다 갔다 했는데, 2차 면접 후에는 일단 최종까지 가보자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최종 면접]
1. 자기소개 / 지원 동기
2. 브랜딩과 퍼포먼스 중 어느 쪽이 강점인지?
3. ROAS를 개선한 경험은?
4. 콘텐츠 마케팅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5. 본인이 낸 최고의 성과는 무엇인지? 실적 수치는?
6. 현 직장에 안 좋은 소문이 있던데, 요즘 사내 분위기는 어떤지?
면접관이 총 네 분이었고, 1·2차보다 인원이 늘어나니 부담이 됐습니다.
일부러 압박 면접을 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높은 분의 질의 태도가 다소 고압적으로 느껴졌어요.
게다가 4번 질문의 의도를 제가 잘못 이해해서, '마케팅 콘텐츠'를 묻는 것이었는데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받아들이고 엉뚱한 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순간부터 면접이 매끄럽지 않게 느껴졌고, 분위기도 다소 불편했지만 겉으로는 계속 미소를 유지하며 답변하려고 노력했어요.
쉽지 않은 면접이었고, '아, 이건 떨어졌다' 싶어 나오자마자 머릿속에서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3주쯤 지났을까?
의외로 최종 합격 연락이 왔습니다.
저 이후로도 몇 명의 면접을 더 본 것 같은데 마땅한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에요.
하지만 저는 그동안 마음이 비워진 상태라 처우 협의 없이 바로 입사 포기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첫 이직 면접을 최종까지 경험하면서, 이직 준비 초반에 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 면접관들이 좋아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힌트를 얻었고요. (차분한 말투와 미소!)
무엇보다 경력 이직은 신입 취준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더 이상 ‘합격’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이직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지가 지원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요.
그 이후에는 합격 후에 고민이 되지 않을 기업들에만 집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