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을 떠나 설레는 마음으로 카카오페이에 합류했습니다.
곧 회사가 코스피 상장을 준비 중이란 소식이 들렸습니다. 코로나 이후 아직 유동성 파티가 끝나지 않았던 시절, 모두가 '따상 따따상'을 외치며 공모주 투자를 하던 때였어요.
카카오페이는 상장 당시 공모가 9만 원에 우리사주 317만 주를 배정했습니다. 우리사주가 '완판'되면 시장에서도 좋은 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주가 흥행을 위해 마지막 1주까지 원기옥을 모으자며 사내 게시판이 들썩였던 기억이 나네요. 전 직원이 회사가 연계해 준 1금융, 2금융에서 대출을 받아 인당 평균 3억 이상의 우리사주를 샀습니다.
바라던 대로 카카오페이는 화려하게 코스피 상장에 성공했어요.
딱 한 달 동안요.
유명했던 카카오페이 먹튀 사건.
저 역시 억대 손실을 입었습니다. 처음 공모가 가까이 주가가 떨어졌을 땐 '이게 무슨 일이지' 믿을 수 없었어요. 만져본 적 없는 사이버 머니는 고스란히 빚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9만 원에 산 주식이 2만 원대가 되어버리는 동안 서서히 삶아지는 개구리처럼 또 그냥 살아지게 되더군요.
애초에 회사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주식을 산 게 아니라, '다 같이 거지 되는 건 참아도 나 빼고 부자 되는 건 못 참지~~'하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스스로의 투자 실패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가 잃은 건 주식 가치만이 아니었어요.
여기에 댓글을 단 주주들은 그냥 투자자가 아닙니다.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였을 것이고. 저희 서비스를 신뢰하고 그만큼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해서, 유저에서 주주가 되기로 결심한, 정말 소중하고 고마운 로열티 높은 분들이시겠죠.
유례없는 행동으로 시장에 충격을 안긴 경영진은 지금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다고 합니다. 대표가 물러나고 먹튀를 함께한 다른 분이 신임 대표로 취임했지만, 몇 년 동안 회사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한때 모바일 시장의 변화를 이끌며 혁신의 상징이었던 카카오.
그중에서도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페이에게는 특히 유저의 신뢰가 중요한 자산입니다. 그러나 이제 서비스나 마케팅에 대한 기사를 내보내면 경영진의 의사결정으로 인한 비판이 먼저 달리지요.
신뢰, 잃기는 쉽고 쌓기는 어렵습니다.
태어나서 열심히 살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게으름 피웠던 시간조차 사실은 계속 열심히 살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어요.
하지만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론 원하는 삶을 살 수가 없었습니다.
가장이 벌어서 4인 가족을 부양하는 건 지난 시대의 이야기이죠.
신입 취업도 어려운데, 이제는 취업한 뒤에 재테크까지 잘해야 한다고 합니다.
무슨 대단한 재벌이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행복한 할머니로 나이 들고 싶을 뿐이었는데….
벌어지는 자산 격차에 불안하고 막막하고.
그래서 저처럼 돈, 경제, 금융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카카오페이로 이직하면서 연봉도 올리고, 새로운 업무에 도전하고도 싶고, 여러 세속적인 이유가 있었지만요.
한편으로는 카카오페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작고 소중한 소득을 잘 모을 수 있게, 자산을 잘 지킬 수 있게, 더 부자가 될 수 있게 해주고 싶었어요.
많은 마케팅 전략이 불안감을 자극하는 데 집중하지만 공포보단 응원을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제가 뭔가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저를 믿고 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절대 이런 무력감을 안기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어요.
공허한 마음을 달래가며 버틴 시간이 어느덧 몇 년이나 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