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1차 탈락]
카카오페이에 입사 한 후로도 한동안 마음을 잡지 못하고 계속 이직을 시도했습니다.
이미 작성해놓은 경력기술서와 포트폴리오를 채용 직무에 맞게 워싱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하지만 자기소개서 쓰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경력 지원할 때엔 자기소개서가 필수가 아닌 경우가 많지만 저는 자유양식이어도 가능한 한 쓰려고 하는 편이에요. 자기소개서에는 지원 동기와 저의 강점을 적는데, 이게 잘 써지면 저와 잘 맞는 회사일 확률이 높고 서류통과도 잘 됩니다.
당근마켓에서는 지원한 지 1주 정도 만에 면접 제안이 왔습니다. 기억나는 질문은,
- 자기소개, 지원 동기
- 이직사유
- 내가 했던 일
- cross service 경험을 유도할 아이디어?
- 브랜드 마케터의 업무 범위가 어디까지라 생각하는지?
- 나이에 상관없이 유저를 잘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등
면접관으로 총 3분이 들어오셨는데 어쩐지 다 저보다 어리신 것 같았어요.
이베이코리아의 주 사용자는 3040이었다보니, 면접관들이 제가 담당한 서비스를 잘 모르셔서 커리어를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느껴졌어요.
그럼에도 편안한 분위기로 면접을 진행해 주시려 노력해주신 덕분에 저도 준비했던 내용은 다 쏟아냈습니다.
다만 JD에서부터 면접관분들은 좀 더 광고쟁이스러운 지원자를 찾으시는듯했고, 내부 사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뱉은 아이디어가 fit하지 않았을 수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고자 했으나 뚝딱이처럼 보였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결과는 면접 다음날 바로 탈락!
결정적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에 확실한 답변을 드리지 못한 게 문제였습니다.
카카오페이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본 면접이라 이직 사유를 물었을 때 좀 더 설득력 있는 답변이 필요했는데, 당근마켓이어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 카카오페이에서 나가고 싶은 마음인 게 다 드러났겠지요.
하지만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스타트업이란 게 막연하게 환상만으로 일하는 곳이 아니란 게 실감 났어요. 대학교 팀플 같은 인원구성으로, 마케팅을 하기 위해 마케팅할 수 있는 환경부터 다져 나가야겠죠? 상대적으로 연차가 있는 만큼 책임도 따를 것입니다. (코로나 시절 본 면접이니 지금은 훨씬 커지고 안정된 조직이 되어 있겠지만요.)
근본적으로 저의 사업이 아닌데, 기존에 계신 분들처럼 회사에 몰입할 수 있을지 고개가 갸우뚱했습니다. 빠르게 성장한 벤처를 보면 구성원들의 청춘과 성과를 맞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어릴 땐 새벽 2시까지 야근해도 지치지 않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회사 밖 제 인생과 건강이 훨씬 소중합니다. 카카오페이 먹튀 사건을 통해 아무리 회사에 열정을 다해도 회사는 나의 삶과 별개라는 걸 배웠거든요.
비록 면접엔 떨어졌지만 당근마켓은 여전히 좋아하는 서비스이고, 직원분들이 계속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이길 응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