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같았던 면접들 3 - 구글

by 에블린



[구글 1차 면접 탈락]


때는 2021년, 구글 면접도 봤습니다. 떨어졌지만 제가 언젠가 회사의 채용 시스템이나 문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참고해야겠다 다짐할 만큼 좋은 경험이었어요.




1. 서류전형

링크드인을 통해 구글 리쿠르터가 먼저 연락을 주셨습니다.


'지금 *** 포지션을 채용하고 있는데 당신의 커리어가 잘 맞는 것 같아.

관심이 있다면 인사팀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이력서를 보내주겠니?'


Inbox에 꽂힌 메일을 보자마자 그 주말에 바로 영문 이력서를 보냈습니다.

이렇게 리크루터한테 먼저 연락받은 경우엔 이미 서류상의 직무 적합성은 어느 정도 맞는 거라 별일 없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 같아요.



2. 스크리닝콜

저의 레주메를 검토한 후 새로운 담당 리크루터와 스크리닝콜이 잡혔습니다.

정식 면접은 아니고 다음 단계로 보낼지 말지 결정하는 30분 정도의 간이(?) 인터뷰예요.

사전에 구글 인터뷰 가이드 파일을 보내주시는데 어떤 기준으로 지원자를 판단하는지, 또 제가 말할 때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좋은지 상당히 세심하게 작성되어 있습니다.

리크루터들과 지원한 포지션의 매니저가 다 외국인이셔서 전 채용 과정은 모두 영어로 진행됐어요.


구글의 경우 본사와 해외지사 개념이 아니고 모두가 글로벌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문화라고 들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아요.) 제가 지원한 포지션도 근무는 코리아 오피스에서 하지만 직속 상사는 구글 재팬 소속이었습니다. 그래서 내부자에게 듣기론 코로나가 끝나면 재팬 오피스로 갈 수도 있다고 했어요.


무튼 정식 인터뷰 아니라더니!! 카메라도 켜고 질문도 다 진짜 인터뷰스러웠습니다


- 자기소개

- 이전 직장에서 이직한 이유?

- 레쥬메 상의 공백 기간은 뭔지?

- 나의 가장 큰 성과? 결과치 (숫자로)

- 그 프로젝트를 한 번 더 한다면 뭘 디벨롭하고 싶은지?

- (지원한 포지션과 관련된 가상의 KPI를 제시하고) 어떻게 달성할 건지?

※ 컨설팅 회사 면접에서 물어보는 hypothetical question 형식



사실 저는 비즈니스 회화가 안돼서 영어 인터뷰 중 갑자기 단어가 생각이 안 나 미칠 것 같았어요. 영어를 못하지만 제가 일을 할 수 있는 수준인지 아닌지는 제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 면접관이 알아서 판단하겠지 하고 일단 지원한 거거든요. 근데 다행히 금요일에 콜하고 월요일에 바로 정식 면접을 잡자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2-1. 리크루터와의 면접 준비(?) 콜

정식 면접을 잡고 나서, 담당 리크루터가 면접 준비를 위해 사전에 자신과 quick call을 원하는지 물어왔습니다. 도움을 주신다는데 마다할 리가 있겠습니까. 휴가 중에도 노트북을 들고 가서 리크루터와 구글미츠를 연결했는데, 연결이 좋지 않아 캠은 중간에 껐습니다.


구글 인터뷰 가이드 파일을 중심으로 이런저런 면접 팁을 20여 분간 설명해준 것 같아요. 예엣날에는 스쿨버스에 골프공이 몇 개나 들어갈까? 같은 게 구글 면접 기출 문제라고 돌았는데, 이제 그런 건 물어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구글의 비즈니스와 저의 커리어에 대한 질문을 할 거라고.


면접관으로는 누가 들어오는지, 그 분이 어떤 질문을 몇 개 정도 하는지까지 알려줬어요. 그리고 뻔하지만 잊기 쉬운 중요한 얘기도 있었어요.


"네가 그럴 거 생각하진 않지만.

어떤 지원자들은 준비를 너~~~무 많이해서 그걸 다 보여주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더라.

혼자서 말을 많이 하거나 대답이 길어지면 면접관이 말을 잘라야 하거나 필요한 질문을 못 받을 수도 있어.

면접은 테니스치는 것처럼 서로 주고받는 거란 걸 잊지 않으면 좋을 것 같아."

(대충 이런 얘기)


면접관과 면접자가 시간낭비하지 않도록 리크루터가 사전에 이렇게까지 디테일한 서포트를 해준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3. 1차 면접

구글미츠 화상면접으로 진행됐고, 면접관은 지원한 팀의 팀장님 한 분이셨어요. 질문은 스크리닝 콜과 비슷하면서 좀 더 deep 했습니다. 제가 대답하면 이에 대한 새끼 질문들이 계속 딸려왔어요.


- OO 사업의 매출을 기존의 10배로 증가시켜야 하는 KPI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달성할 거니?


당시에는 나름 열심히 쥐어짜 냈지만 돌아보니 너무 뻔한 답변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어가 모국어만큼 유창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질문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인상적일 만큼 치밀하지 못한 게 패착이 아닐까 싶어요.


질문이 2~3배 증가시키는 거였다면 기존 구글의 전략을 바탕으로 상상 가능한 모범 답안을 제출할 수 있지만 10배라면 얘기가 다르지요. 그들은 이미 내부에서 수백, 수천 가지 플랜을 고민했을 텐데, 외부자 관점에서 그들이 미 떠올리지 못한 idea를 실현 가능한 방식으로 설득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지금도 모르겠어요.)



4. 탈락 메일

면접을 본 후 2주 후에 리크루터에게 아쉽지만 논의 결과 다음 단계는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되었다는 메일이 왔습니다. 흐류규귝ㅠㅠ 알아, 알고 있었어!!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 다만 최종 합격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좀 더 올라가 보고 싶었는데 끝이 빨라 아쉬웠어요.


그런데 탈락을 전하는 메일 내용마저 감동이었습니다.

원래 구글 정책상 면접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 제공은 불가능하지만, 저의 노력과 열정에 고마웠다며 간략히 제가 탈락한 이유를 알려주었어요. 역시나 hypothetical questions에서 좀 더 구조화된 답변을 기대하셨다고 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지원서가 밀려 들어올 텐데, 이토록 채용에 진심인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경력과 면접 중심이라 학벌은 결정적인 요소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친구들 얘기를 들어 보면 아마존도 리크루터가 적극적으로 전 세계의 예비 지원자들을 물색(?)하고, 한때 쿠팡도 구글 채용 방식을 많이 따라 하려고 하는 거 같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쿠팡은 사람마다 경험이 다 다르더라고요.)


웃겼던 건 저와 비슷한 시기에 이직한 동종 업계 친구들과 탈락 썰을 공유했더니, 구글이 그해 사람을 진짜 많이 뽑아서 친구들도 이미 면접 보고 탈락해있었습니다. 우리 모두 googleyness 없는 인간들이라며.


주변엔 매번 다른 포지션으로 지원해서 여러 번 면접을 진행한 케이스도 꽤 있습니다. 몇년 전 4차까지 인터뷰를 봤다가 탈락하고, 최근에 재지원해서 결국 입사하신 분도 계시고요. 건너 듣기론 연봉이 엄청나다고. 국내에서 비개발자가 갈 수 있는 최상의 선택지가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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