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피코리아 1차 탈락]
구글 면접을 본 후 그동안 저의 환경이 너무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지원 동기
지금은 K-뭐시기의 전성기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제 커리어를 글로벌로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와중에 쇼피코리아의 채용 공고가 눈에 띄었습니다.
Shopee는 동남아의 아마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자다라는 다른 쇼핑 플랫폼과 여러 나라에서 점유율 싸움 중) 국내에서도 팬데믹과 한류의 흐름 속에서 굉장히 많은 셀러들이 다양한 상품을 수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매년 출생률 최저치를 찍으며 소멸해가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인도네시아만 해도 현재 인구가 2억 명이 넘고 출산율도 2%대. 무엇보다 평균연령이 30세 정도인 매우 젊은 국가입니다. 모바일 친화적인 MZ 유저들이 가득하고, 세계 5위 스타트업 창업 국가이기도 하지요. (통계는 제가 면접을 보던 시절에 찾아본거라 최신 데이터는 아니에요.)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동남아 시장에서 사업을 하든 현지 기업으로 이직을 하든 하겠단 포부를 안고 쇼피코리아의 공고에 지원했고, 바로 인사팀과 20분 간의 전화 인터뷰가 잡혔습니다.
2. 전화 면접
- 지원 직무 : Cross Border Korea - Marketing Solutions
- 메일은 영어로 주고 받았으나 인사 담당자도 한국인이셔서 인터뷰는 우리 말로 했습니다.
- 줌 인터뷰였고 특이하게 카메라를 끈 상태로 진행이 됐어요.
- 기억 나는 질문
Q. 쇼피는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Q. 쇼피에서 어떤 직무를 기대하고 있는지?
Q. 해당 직무에 광고 세일즈 업무도 추가된다. 이런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Q. 전 직장에서 어떤 업무를 했는지?
Q. 현 직장 이직 사유?
Q. 쇼피 지원 동기?
이렇게 보면 평이한 질문들인데, 전체적인 면접 경험은 조금 물음표였습니다.
저는 해당 직무를 '해외 수출하는 국내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광고 컨설팅 및 세일즈'로 이해했습니다. 직접 광고 영업을 해보진 않았어도 제휴사로부터 비용을 펀딩받는 제휴 마케팅 경험은 적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어요.
처음엔 '브랜드' 셀러를 담당하는 포지션이라길래 대기업 제조사에 광고를 파는 줄 알았어요. 설명을 더 듣다 보니 리셀러가 아닌 나머지 셀러를 모두 브랜드 셀러라고 칭하는 것 같았습니다.
중소 판매자는 마케팅 예산이 적은 편이니, 공격적인 광고 매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광고 영업에 필요한 타겟팅이나 데이터 분석 툴이 어느 정도 지원되는지 여쭤보았는데, 정확한 답변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질문은 컨설팅 역량에 대한 검증보단 거의 '영업할 수 있겠어요?' 같은 뉘앙스였어요. 차라리 '아직 고도화된 광고 분석 툴은 준비되지 않았지만, 많은 유입과 구매 전환이 보장된 상품이 있다. 이걸 당신이 중소 셀러를 설득해 팔아야 한다.'라고 말해주셨다면 좀 더 상황이 이해됐을 거예요. 하지만 그런 설명 없이 '어떤 걸 기대하세요?' '어떠세요?' '괜찮으신가요?' 등의 스무고개 같은 질문이 이어져서, 면접이 체계적으로 준비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동남아 시장 및 유저를 분석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지원했지만, 당시는 아직 인프라를 갖춰나가는 단계로 보였습니다. 답변을 못 한 것 같진 않은데 탈락한 것을 보면, 쇼피코리아도 좀 더 영업 경험이 많은 셀러 관리자를 찾았던 게 아닐까 싶어요.
서로 원하는 바가 달랐지만 쇼피가 계속 성장할 거란 생각은 변함이 없어서, 면접이 끝나고 Sea Limited* 주식을 찔끔 샀었습니다.
*Sea Limited 그룹은 쇼피의 모회사로 쇼피를 포함해 게임회사와 디지털 페이먼트 자회사도 운영 중이며, 동남아 시장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뉴욕 증시에 상장한 동남아의 첫 테크 기업이기도 해요.
코로나 이후 돈 잔치가 벌어지고 IT 산업이 호황일 땐 수익률이 꽤 높았었지만, 매도 타이밍을 놓치고 끝내 손절했습니다. 아직도 고점 회복을 못 하고 있네요.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어서 이머징 마켓 대신 미국에만 투자하고 있고, 쇼피 같은 벤처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