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 어렵지 한 번 면접과 이직 경험이 쌓이니까, '괜찮다' 싶은 기업에서 채용 제안이 오면 일단 지원했습니다.
노동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연차이기도 하고, 지금 연봉을 많이 올려놓아야 할 때이기도 하고.
그동안 쌓은 경험 덕분에 서류 지원이나 면접 준비에 긴 시간이 걸리지도 않고.
무엇보다 제 커리어가 계속 시장에서 먹히는지(?) 테스트해 볼 수 있으니까요.
[최종 합격 후 연봉 협상 포기]
SSG닷컴은 제가 일했던 이베이코리아와 같은 커머스 업계고, 지금은 아예 지마켓을 품어 한 식구가 되었어요. 저보다 먼저 SSG으로 이직한 예전 동료가 지원 당시 추천서를 써 주었습니다. 그리고 최종 면접을 본 당일에 바로 기분 좋은 합격 소식을 들었습니다.
면접관의 인상도 좋았습니다. 직무는 업무 강도는 좀 있어 보였는데 마케팅 커리어 개발에는 당시 카카오페이에서 하던 일보다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하지만 한편으론 이제 카카오페이에서도 조직이 개편되고, 처우와 문화가 개선되고, 어느새 저도 업무 환경에 꽤 적응된 상태였습니다.
첫 이직과 다르게 도망치듯 옮길 필요가 없었고, 면접을 매우 잘 봤다고 느꼈기 때문에 나름 도전적인 희망 연봉을 불렀어요.
1, 2차 면접 모두 빛의 속도로 합격 발표가 나왔습니다. 제가 면접을 잘 봤거나, 그만큼 사람이 급하거나. 어쨌든 저에게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말까지 껴서 거의 열흘을 기다렸건만 1차 제안서도 받지 못했습니다. 대신 전화로 '어떻게든 모시고 싶었는데…. 저희가 제안드릴 수 있는 연봉은 00수준입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면 제안서를 보내드리겠습니다'라고 연락을 주셨어요.
스타트업이 아니어서 기본 테이블로 제안을 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핑퐁도 해보지 못할 줄이야…!
순간적으로 깜짝 놀라서 '앗?! 제 연봉이 딱히 높은 편은 아닌데;;'라고 마음의 소리가 튀어나왔습니다. 그러자 인사담당자께서 제가 희망하는 조건은 개발자에 한정해 협의가 가능하다고 에둘러 설명해 주셨어요.
그렇지. 잊고 있었습니다…. 문과 계열은 워낙 박하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저보다 적은 연봉으로 같은 일을 하겠다고 손드는 지원자를 구하는 게 어렵지 않았을 겁니다.
잠시 고민하다 더 이상 협상을 하지 않고 채용 과정을 마무리 짓기로 했습니다. 조금 허탈했지만, 이것 또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덕분에 버티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