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개들이 짖으며 쫓아와요..!

후아힌 여행일기 2

by 에블린

자 이제 서울 - 인천 - 방콕 - 후아힌 이동을 시작합니다.




인천에서 방콕으로

인천 공항에서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고 푸드코트에 자리를 잡은 뒤, 잠시 혼자 먹을 것을 계산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그사이에 배우자에게 부재중 전화가 3통이나 와있는 거예요. 비행기가 보이는 자리로 옮겼다며.

'이 사람은 끼니를 때우는 이 짧은 시간에도 설레는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구나' 고마운 한편, 볼 거 없다는 후아힌이 점점 더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배우자의 덩치가 큰 편이라, 항공기는 에어프레미아를 선택했어요. 이코노미석 중에는 에어프레미아의 기내 좌석이 가장 넓다고 하더라고요.
기내식 비빔밥도 먹을 만했어요.



방콕에서 하룻밤​

첫날은 밤 9시에 태국에 도착해 방콕에서 잠만 자는 일정이었습니다. 공항에서 그랩을 타고 바로 숙소로 향했어요.

짜뚜짝 시장 근처의 심플스테이입니다.
베스트 웨스턴 호텔에서 함께 운영하는 하위 브랜드인데, 딱 잠만 자는 사람들을 위해 최소한의 것을 갖춘 가성비 숙소예요. 내부가 좁고 냉장고도 없지만, 침구는 베스트 웨스턴과 같이 관리돼서 그런지 깔끔하고 포근했습니다. (그런데 샤워기 필터 쓰자마자 누래짐 이슈)


큰 개들이 짖으며 쫓아와요...!​

저는 항공권과 숙소만 예약하고 교통, 맛집은 다시 배우자에게 결정권을 넘겨줬어요. 그랬더니 새벽에 나가서 아침을 먹자고 하더군요. 제가 좋아할 것 같은 식당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면서요.

둘 다 시차 적응이 덜 돼서 일단 새벽 5시에 눈이 떠지긴 했습니다만, 문제는 아직 해가 안 떴습니다.
6시면 식당이 문을 연다는 구글맵의 정보를 믿고 나가봤는데 역시 깜깜했어요.

그리고... 어둠 사이로 호텔 주변의 들개들이 웡웡웡 짖으며 저희를 향해 달려왔습니다... 목줄도 입마개도 없는 개들이라 물릴까 봐 무서워서 얼른 다시 호텔 입구로 돌아왔어요.

사실 저는 이쯤 되면 아침은 대충 해결해도 되는데 배우자는 포기하지 않고 베스트 웨스턴 리셉션을 찾아가 식당이 지금 문을 연 것이 맞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번역기에 뭘 적어서 보여주더라고요.
'큰 개들이 짖으며 쫓아와요.'​

개보다 몇 배 큰 아저씨가 무서웠다고 이르는 게 얼마나 웃기던지. 조용한 새벽에 직원분이 빵 터지셨어요. 결국 호텔 경비원께서 랜턴으로 휘휘 쫓아주신 덕분에 무사히 식당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사진은 밝을 때 찍어서 강아지 같이 귀여워 보이는데, 어둠 속에서는 안광이 빛나는 '개'였습니다... 저런 애들이 떼로 몰려 왔어요. ㅠ ㅠ




현지인들의 아침 식당

식당에 와 보니 왜 배우자가 꼭두새벽부터 어둠과 개들을 뚫고 저를 여기 데려오고 싶어 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제가 채소가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는데, 여기가 비건 위주의 뷔페라고 하더라고요.

통인시장에서 엽전을 화폐처럼 사용하듯, 여기도 돈을 쿠폰으로 바꿔서 밥을 사 먹어요. 남은 쿠폰은 다시 현금으로 바꿔줍니다.

저희는 죽처럼 생긴 것과 돼지갈비처럼 생긴 메뉴를 주문했어요. 죽은 정말 죽이었는데 밥 위에 생강, 고수, 마늘(?) 후레이크, 그리고 라면스프 같은 것이 뿌려진 튀긴 당면(?)이 올라가 있었습니다. 밥 말고는 간과 향이 너무 강해서 먹기가 힘들었어요. 돼지갈비도 비쥬얼은 익숙했지만 향이 낯설었습니다. 사과케일 주스 맛이 났던 과채믹스 주스만 다 먹고 나머진 남겼어요.

먹고 나면 음식물은 음식물 찌꺼기 통에 넣고, 나머지 식기도 푸드코트처럼 반납하는 곳이 있습니다.

많이 먹진 않았지만, 따뜻한 음식이 들어가니 컨디션이 풀렸어요. 그리고 '현지인 분들은 이런 음식을 드시는구나', '이 시간엔 닭이 정말 서럽게 우는구나', '개들은 무섭지만 물진 않는구나' 같은 걸 알게 돼서 너무 웃기고 재밌었어요.



저 혼자였다면 숙소에서 최대한 미적거리다 편의점 음식으로 대충 때웠을 텐데, 유난스러운(?) 배우자 덕분에 여행 시작부터 도파민이 치솟았습니다.

다음엔 후아힌행 기차 후기로 돌아올게요!

매거진의 이전글어쩌다 이곳에 오게 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