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힌 여행일기 5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려면 고객을 만족시키는 게 아니라 열광시켜야 한다고 하죠. 이번에 묵었던 숙소가 기대 이상의 서비스로 커다란 감동을 주어서, 꼭 좋은 리뷰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4성급에 애매한 가격. 익숙한 글로벌 체인의 브랜드도 아니면서 3박에 50만 원을 냈어요. 아무리 성수기여도 태국이 원래 이런 가격이었나? 싶었죠. 처음엔 그저 더위를 많이 타는 배우자를 위해, 대형 쇼핑몰과 가까운 위치만 고려해 선택한 숙소였습니다. (후아힌에 큰 쇼핑몰이 2개인데, 그중 하나인 마켓빌리지를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예요.)
이번 여행은 배우자의 생일 여행이었습니다. 특별한 기념일이니 고층의 좋은 뷰를 부탁했어요. 정말 수영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좋은 방이 배정되었더라고요. 베드는 킹사이즈라 이후에 묵은 5성급보다도 컸고, 룸 크기도 굉장히 넓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 귀여운 수건 코끼리 (코가 없는 것 같은데 코끼리가 맞겠죠?) 덕분에 방문을 열자마자 배우자가 너무나 좋아해 주었습니다. 다행이야 ㅠ ㅠ
체크인 당일, 마켓빌리지에서 망고 세트를 샀어요. 칼을 요청하니 위험해서인지 룸에는 못 빌려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이 망고는 어떡하지! 저희가 고민하니까, 대신 풀 바(pool bar)에서 망고를 잘라주신다는 거예요?
저희는 대충 칼집이나 쓱쓱 내서 먹으려고 했는데, 사진처럼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어여쁜 한 접시가 돌아왔습니다. 사실 이 숙소에 이 정도의 서비스를 기대하진 않있는데, 여기서부터 감동의 시작이었어요.
물론 이때가 바가 거의 마감할 때라 손님이 안 계신 한가한 시간대이기도 했습니다. 이틀 뒤 한낮에 남은 망고를 마저 손질하려고 다시 찾아갔더니, 그때는 바쁘셔서 그냥 브레드 나이프를 빌려주시더라고요.
과일 커팅이 당연히 제공되는 서비스는 아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첫날은 여건이 되는 한에서 저희에게 최대한의 도움을 주신 마음이 느껴졌어요.
밤이나 낮이나 수영장 자체도 꽤 근사해요. 하루 밖에 수영을 못한 게 아쉬울 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배가 고파서 둘이 거의 조식을 푸드 파이터처럼 먹었어요. 푸짐한 식사를 마치고 슬슬 일어서려는데, 저 뒤에서부터 직원 두 분이 접시에 초를 꽂고 들고 오시는 것이 아니겠어요.
어... 설마? 설마 이쪽으로 오시는 건가? 정신 차리니 커다랗고 조용한 식당에 울려 퍼지는 해피벌스데이투유 ㅋㅋㅋ 아웃백 생일 이벤트 같았습니다.
블로그의 조식당 사진은 사람이 없을 때 찍은 것인데, 저희가 다 먹을 즈음엔 여러 테이블에 투숙객들이 식사 중이었어요. 뜻밖의 시선집중 ㅋㅋㅋ
축하 받고 기분 좋아하는 배우자를 보니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어요. 선물로 받은 브라우니는 너무 배불러서 잠시 방에 놔두었는데, 개미 파티...가 벌어져 결국 먹진 못했습니다. 방에서 뭘 먹으면 개미는 어쩔 수 없나봐요. ㅠ
여기가 저희가 묵었던 415호입니다. 첫날은 그렇지 않았는데, 둘째 날이었어요... 해가 지고 어두워져서 슬슬 저녁을 먹으러 나가려 문을 연 순간, 졸도할 뻔했습니다.
저 현관문 앞 천장 등에 파리처럼 생긴 손톱만 한 날벌레 수십 마리가 달려들고 있었어요... (차마 사진 대신 그림으로 대체합니다.) 저희는 어떻게 방 밖으로 나오긴 했는데, 나와 보니 숙소 복도의 모든 문 앞마다 광란의 도가니였습니다....
저녁이고 뭐고 벌레 때문에 입맛이 싹 가시고 어떻게 다시 들어갈지 걱정이 됐어요. 문을 여는 순간 벌레떼가 방 안으로 습격할 것 같았거든요. 결국 리셉션에 찾아가 저희 방 문 앞만 조명을 끌 수는 없는지, 약을 쳐줄 순 없는지, 해결 방법을 여쭤봤는데요.
조명은 복도가 다 연결되어 있어서 저희 문 앞만 끄는 건 불가능하다고 하셨어요. 다행히 약을 뿌려주시니 벌레가 곧 사라져서 방에는 무사히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약효(?)가 얼마나 유지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밖에 다시 나가는 건 포기해야 했어요. 배우자 생일에 벌레 때문에 저녁 먹으러 나가지도 못하고 갇혀 있으려니 속상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죠.
그런데 갑자기 또 직원분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으아 또 벌레가 들어올까 봐 긴장하고 있는데, 걱정 말고 문 열어도 된다며.
알고 보니 이렇게 저희 방만 따로 전구를 빼 주신 거예요. 안심과 동시에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벌레떼의 존재 자체가 이 숙소에 커다란 마이너스인데, 직원분의 아이디어가 그걸 단숨에 긍정적인 경험으로 바꿔 놓았어요. 그리고 정기 방역 작업을 하시는지 그 뒤로는 날벌레들의 파티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습니다.
G후아힌 리조트는 부족한 시스템을 직원 개개인의 프로 의식으로 메꾸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정확한 직함은 모르지만, 특히 현장의 리더 역할을 하시는 분께서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을 갖고 계셨어요.
무엇이 직원들로 하여금 이런 책임감과 프로 의식을 갖게 만들었을까요? 어쨌든 덕분에 웃긴 해프닝과 추억이 많이 생긴 며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