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하면 떠오르는 주제로 자유롭게 써주세요!
왕초보 주제 글쓰기 13
-학교의 겨울, 하루를 보내며-
학교에는 청소할 곳이 많다. 특히, 고학년을 주로 담임하는 나의 경우 1인 1 역할 분담을 잘해야 한다. 항상 2월 말이 되면 카리스마 넘치는 담임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각오를 단단히 한다. 3월 2일 첫날, 학급운영의 모든 분위기가 다 결정 난다. 역할분담이 완료될 때까지 친절함을 들키지 않으려고 카리스마 장착 표정 관리를 위해 애를 쓴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하여 등교도 늦어졌고 1인 1 역할 분담도 거의 정하지 않았다. 우리 학년은 2층에서 1층까지 내려오는 계단 청소를 맡기로 했고 담임교사들이 돌아가면서 밀대 청소를 한다.
어제 나는 밀대 청소를 하기로 마음먹고 출근했다. 그러나 청소하지 않았다. 나는 생각보다 청소에 게으른 편이다. 그리고 겨울 날씨도 한몫했다. 이번 주는 남쪽 지역도 영하권이다. 옆반 선생님과 나는 너무 추워서 내일 계단 청소하기로 마음먹었다.
옆반 선생님께서는 나의 성향을 잘 알고 계신다. 내가 계단 청소를 하려면 나의 폰에 '계단 청소'라고 24시간 이전에 스케줄 기록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완벽한 스케쥴러 사용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공동의 영역 청소를 위해서는 하루 전엔 마음의 각오를 하고 시간을 빼놓아야 된다는 뜻이다.
내일로 미룬 바로 오늘! 더 춥다. 정말 춥다.
오늘 계단청소를 꼭 해야 하기에 아이들에게 '선생님 오늘 계단청소할 거야'라고 공언하였다. 작년에 매일 계단 청소한 친구들 몇 명이 '작년에 청소 많이 했다'라고 한 마디씩 이야기를 한다.
"작년에 힘들었겠네?" 그랬더니 재미있었단다. 마치 톰이 울타리에 페인트 칠하는 것처럼. 아이들은 톰, 나는 톰의 친구!
그럼 이런 일을 싫다고 할 사람도 있냐?
나 같은 어린애가 울타리에 페인트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어디 그렇게 흔한 줄 아니?
톰 소여의 모험, 시공주니어 31쪽
밀대는 놔두고 빗자루 세트만 들고 슬슬 나가보았다. 빗자루로 깨끗이 쓸고 싶은데 잘 쓸리지 않는다. 먼지는 날아다니고 정전기 때문에 먼지가 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그나마 요즘에는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호흡기에 먼지 들어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19가 사라지더라도 계단 청소 당번은 마스크를 꼭 쓰고 봉사하라고 해야겠다. 먼지가 쓸어지지 않아서 결국 밀대를 빨러 갔다. 평소에는 거추장스러워 쓰지도 않던 고무장갑을 끼고 밀대를 빨아서 계단을 닦았다.
겨울이라 몸이 유연하지 못하다. 조심조심 살짝 닦다가 아이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방과후 수업을 들으러 가는지 양말만 신고 돌아다닌다. 안쓰럽다. 밀대질을 하다가 마음의 중앙선을 만들어 반만 닦아나가기 시작했다. 우측통행을 잘하는 학생들이지만 내가 닦는 것을 보고는 좌측통행을 해서 내려왔다. 반만 닦기를 잘했다 싶었다. 오~ 내 아이디어 좋은데? 밀대를 교체한 후 나머지 반을 닦았다. 먼저 닦았던 곳이 어느새 말라 있었다. 또 다른 아이는 지나가다가 인사도 해준다.
요즘 아이들 담임한테도 인사를 잘 안 하던데 선한 마음씨를 가진 학생이다.
나도 덩달아 대답을 해주면서
"물기 없는 쪽으로 걸어가라. 발이 축축해질까 봐 선생님이 길 만들어 놨어. 날씨 춥다. 조심해서 가!"
계단을 닦는 시간엔 딴생각을 하지 않아서 좋다. 날씨 추운 겨울, 학교의 계단 청소는 힘들지만
내 마음속 복잡한 생각은 사라져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이들에게 청소를 시키기가 갈수록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요즘처럼 학생들 사이에 간격 유지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청소 없이 그냥 바로 귀가해주는 것이 오히려 안심이 된다.
과거에는 담임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화장실 청소도 다 했었는데 요즘에는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추운 겨울 화장실 청소해주시는 여사님이 참 고맙다.
아이들이 하교한 교실은 더 춥다. 개인용 난방기기는 화재의 위험이 있을까 싶어서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냉난방기를 돌릴 수는 있으나 큰 교실에 혼자 켜기가 좀 아깝다. 너무 추운 오늘은 살짝 켜 두었다. 내가 난방을 켜 둔다는 것은 다른 날보다 더 춥다는 걸 의미한다.
춥다, 춥다! 겨울이 맞구나!
퇴근길 20리터 쓰레기봉투 두 개 들고 학교를 빠져나오는 내 손이 더 차갑다.
요즘 같은 겨울, 아이에게 부탁하지 않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