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백란현작가입니다.
3월 10일 수요일 1~2교시 봉사위원 선거가 있었다. 2학년 친구들은 선거를 처음 해본다. 1학년엔 봉사위원을 뽑지 않았을 것이다.
전날 옆반 선생님께서 투표용지를 만들어주셨다. 내도장을 찍고 선거 준비는 끝. 교사는 공정해야 한다.
매년 하는 일인데 2학년과 진행하려니 긴장부터 된다.
먼저 봉사위원의 역할을 안내했다. "봉사위원이란 돕는 사람입니다. 친구도 돕고 정리정돈도 돕습니다. 봉사위원이 되면 교장선생님께서 임명장을 주십니다......"
"봉사위원 하고 싶은 친구는 일어나 보세요."
거의 다 일어섰다.
동점도 나올 것 같았다. 4교시 수업 하루 종일 선거만 할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의 이름을 가나다 순으로 적었다. 앉은자리가 원래 가나다 순이다.
"칠판에 적힌 친구 말고 봉사위원이 되었으면 하는 친구가 있으면 말해주세요."
추천을 하는 과정이다. 2학년 앞에서 말을 쉽게 하려고 애쓰는 중.
"♡♡♡이요."
"♡♡♡은 칠판에 있네요."
서너 명 추천을 받은 후 후보 확정을 하려는데
"저 안 할래요. 봉사할 시간 없어요."
후보가 정해졌다. 차례대로 나와 소견 발표도 했다. 긴장한 친구들은 한참있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후보들이 많아서 이름을 까먹을까 봐 다시 처음 소견 발표한 친구부터 한 명씩 이름과 얼굴을 알려주었다.
"내가 누구를 적었는지 말해주면 안 됩니다. 비밀이에요."
후보자인 친구도, 아닌 친구도 같은 질문을 한다.
"선생님 제 이름도 써도 돼요?"
앗! 설명하려고 하는데 선수 친다.
"칠판에 적힌 친구들은 자기 이름 쓰세요. 그리고 칠판에 있는 이름 중에 다른 친구 이름도 1명 쓰세요."
"내 이름이 칠판에 없는 친구는 내 이름 쓰지 않습니다. 이 종이는 시험지가 아니에요."
못 알아들을 수도, 처음 해보는 것이니까^^
어제까지 자기 물건과 공책, 학습지 매번 이름 쓰라고 했으니 질문을 하는 학생이 대견하지.
"투표용지를 두 번 접으세요.
선생님이 바구니 들고 가면 담아주세요."
앗 이렇게 안내했는데 종이 적어서 일어서려고 한다.
앞으로 자주 나오는 학생들의 특징은 연필도 들고 나온다는 것.
매 순간 안전지도 중^^
개표를 해야 한다.
혼자 읽고 혼자 작대기를 긋기엔 뭔가 찝찝했다.
자체 선거관리위원 두 명을 불러냈다.
후보가 아닌 친구들 중에 빠른 번호 2명을.
"선생님이 부르고 작대기, 아 아니 막대를 그을 테니까 ♡♡이와 ♧♧이는 종이 이름 확인해줘. 선생님이 틀리게 부르면 말해줘."
이렇게 개표를 진행한 후 4명의 봉사위원을 뽑았다.
5명이면 요일별로 반장 시키면 되는데 4명이라 어중간해졌다. 그러나 4명이라 동점자가 없어서 1차 투표로 끝.
그다음이 더 중요하다.
개표 결과 네 명의 봉사위원들은 친구들 앞에 인사 끝났고
떨어진 친구들을 격려해야 한다.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친구들 앞에 용기에 대해 칭찬 샤워를.
1표 받은 아이 챙기기가 젤 어렵다. 자기 표뿐이기 때문. 나는 이런 경우 굳이 드러나게 말하지 않는다. 대신 내가 개표할 때 조짐이라 해야 할까, 촉이라 해야 할까?
1표 나온 아이 이름은 투표용지에서 두 번째로 불렀다. 아무도 눈치못채겠지만 18년 차 담임인 내 나름의 배려다.
1표 아이는 어떻게 챙겼냐고?
일일이 말을 걸었다. 화장실 보내는 시간이나 급식시간에 살짝 토닥토닥, 이땐 교사의 비언어적 표현도 중요하다.
"2학기에도 기회는 있지? 아마도 친구들이 며칠 만나지 못해서 너에 대해 몰라서 못 뽑았나 보네." 용기에 박수!
사실 1표가 누가 썼는지는 후보 자기 자신만 알겠지.
아이들도 나도 조금 더 당당해지고 자존감도 높아지길 바란다.
덧붙여서 봉사위원 선거 후 주고받은 문자도 첨부한다. 어머님의 자상함을 나도 배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