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 않은 밤

아이가 시간의 틈을 채우는 방식

by 미동

독일은 3월 마지막 주말에 시간을 바꾼다. 긴 여름의 빛을 조금 더 오래 쓰기 위해 자정이 지나면 시계가 한 시간 뒤로 미뤄지고, 그렇게 한 시간 적어진 밤과 함께 썸머타임이 시작된다. 어른에게는 익숙한 일이지만, 아이들의 몸은 그 약속을 모른다. 아직 졸리지 않은데 자야 할 시간이 오고, 몸은 여전히 잠에 머물러 있는데 아침이 시작된다. 그래서 며칠간은 하루가 늘 어딘가 어긋나 있다. 어제도 그런 밤이었다. 둘째가 도무지 잠들지 못했고, 결국 첫째를 먼저 방에 들여보냈다.


매년 이 시기를 겪었지만, 아이가 둘이 된 이후로 만나는 썸머타임은 처음이었다. 하나의 리듬 안에서 움직이던 하루가 둘로 나뉘고, 그 사이에 예상하지 못한 틈이 생긴다. 어젯밤처럼. 둘째가 잠들지 못하는 동안, 첫째와 단둘이 남게 되는 시간. 원래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시간이 조용히 생겨난다.
아기의 투정이 늘었던 밤. 아기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아이와 함께 방 안에 들어갔을 때 공기가 조금 달랐다. 늘 둘의 숨이 겹쳐져 있던 자리에서, 어제는 한 아이의 숨만 또렷하게 들리고 있었다. 그렇게 그 밤은 조금 느슨해졌고, 조금 길어졌다.
아이는 오랜만에 엄마와 둘이 있는 밤의 시간이라는 걸 금방 알아차렸다. 평소보다 더 가까이 붙어 앉아 괜히 더 많은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있었던 일을 다시 말해달라고 했고, 오늘 읽었던 책 이야기를 다시 해달라고 했다. 말투도 조금 달라져 평소에는 쓰지 않던, 더 어린아이 같은 말투로 어리광을 부렸다. 이 시간 자체가 즐겁다는 걸 숨기지 않아 엄마와 함께하는 이 시간의 설렘이 몸 밖으로 그대로 흘러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형제가 있는 아이에게 이런 단독의 시간은 생각보다 다르게 남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엄마의 시선을 나누지 않아도 되는 시간, 엄마가 나만 바라봐주는 시간. 그 안에서 아이는 스스로를 조금 더 또렷하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맞춰진다. 며칠이 지나면 아이들의 몸도 새로운 리듬을 받아들이고, 어긋났던 하루는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틈은 메워지면서 사라지고, 어떤 틈은 메워지면서 무언가를 남긴다. 어제의 밤이 그랬다. 계획되지 않았기에 오히려 온전했던 시간. 아이가 나를 향해 열려 있는 기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것이 소리 없이 닫혀가는 중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그 밤을 조금 더 천천히 보냈다. 첫째는 내가 전하는 옛날이야기로 잠을 청하고 둘째는 사랑하는 아빠의 품을 오래오래 파고들었다. 아이들이 잠들기 전까지의 작은 순간들은 스스로 채워지고, 그 안에는 또 다른 형태의 평온이 있는 듯하다.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지나간 시간이, 결국 하나의 밤으로 남는다. 누구의 시간도 헛되이 흘러가지 않고, 다만 서로 다른 자리에서 쌓여간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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