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BOOKing [Dear ME] 5
응원 소리와 쿵쾅쿵쾅 내 심장의 두근거림까지 더해져 시끌벅적한 운동장에는 흰 색 선이 가지런히 그려져 있다. 선생님이 손수 그린 선 안으로 달리다 보면 어느덧 결승선을 통과한 내가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다. ‘헉헉’ 숨이 차고 입 안 가득 피를 머금었다 뱉은 것처럼 비릿하다. 힘들지만 함께 달리는 친구들이 있어 결과와 상관없이 환하게 웃는다.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을 달리던 그 날들이 얼마나 소중한 추억인지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가며 일으킨 흙먼지가 운동장의 흰색 선을 지워버렸다. 현재의 나는 내 옆을 스치는 낯선 이와 나란히 걷다가도 내 발걸음이 뒤쳐지는 느낌이 들면 얼굴을 구긴다. 너무 많은 길이 한꺼번에 눈 앞에 펼쳐지고 선택을 강요하니 머릿속이 뒤엉킨다. 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두리번거리고 있는 내가 바보 같아서 화가 난다.
어른이니까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주변에서 하는 조언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살지는 않을 것이라 다짐했고 또 마음이 닿지 않는 사람에게 듣기 좋은 말을 건네는 일도 하지 않겠다고 나 자신과 약속했다.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일만큼 피곤한 일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분명하고 당당하게 좋고 싫음을 표현한다.
그런데 요즘 나는 불편하다. 좋은 마음으로 내 옆자리를 지키다가 분풀이 대상이 된 가장 소중한 지인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해서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잘못이니 가능한 한 빨리 사과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에 진심을 담아 전하는 것이 어쩐지 너무 어렵다.
부족한 부분을 연습하면 나아질까? 잘 사는 인생은 무엇일까? 나는 왜 사는가? 수많은 물음표로 한 해를 시작했다. 물음표 숫자만큼 욕심도 많아졌다. 물음표의 해답을 찾기 위해 첫 발을 떼며 모든 상황을 즐기자는 생각이었는데 내 마음처럼 모든 일이 술술 풀리지는 않으니 답답하다. 해답을 찾는 기한이 정해진 것이 아니니 길게 호흡을 조절하면서 여유를 갖도록 훈련을 해야겠다. 넘어지고 구르고 깨지고, 망설이다 놓치면서 똑같은 실수도 할 것이다.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게 맞는 일, 내가 잘하는 일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지. 소중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살아야지. 지금보다 더 부지런해져야지. 마음 굳게 먹고 운동화 끈을 동여맨다.
오늘도 힘차게 달릴 준비 끝!
1. 달리기|No Dance|1집 골든힛트|1996
2. 출발|김동률|5집 Monologue|2008
3. 다시 시작|SKY|3집 The Third Sky|2004
4. 지나간다|김범수|7집 Solista Part.1|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