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하다

이럴 때 BOOKing [Dear YOU] 3

by Joo Min Park

Dear YOU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며 몸을 웅크리게 되는 외로움이 사무치는 그런 밤, 라디오에서 흐르는 사랑 노래의 가사들이 귀에 쏙쏙 박힌다. 모두 내 이야기가 같아서 쉽게 잠을 잘 수가 없다. 그중에서도 특히 마음에 와 닿는다 싶은 곡이 있으면 하루 종일 그 곡을 반복 재생해 질리도록 듣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곡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은 때가 온다. 그 곡을 무심히 흘려 보낼 수 있게 되는 때. 그때를 나는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할 준비가 된 시기, 또는 나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기로 명명한다. 어느 쪽이든 선택한 방향을 향해 열심히 걸어가면 된다.


사랑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상처를 안은 사람을 택하고 싶다. 상처를 회복하고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이 더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동병상련의 기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상처는 스승, 별’이라는 시와 노래가 있는 것처럼 사람은 상처를 통해 성장한다고 믿는다. 지난 만남을 추억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하지만 지나간 사람에게, 과거의 추억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까지 내가 포용하기에는 마음이 넓은 편이 아니라 사양하고 싶다.


나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보겠다 다짐했을 때는 용기 있게 홀로서기가 가능한 여행을 떠난다. 귀뚜라미가 매일 밤 어느 창가에든 찾아와 세레나데를 불러주니 외롭지 않고 하늘은 푸르고 바람이 시원하니 여행을 떠나기에 안성맞춤이다. 햇빛이 좋아서 모래사장이든, 잔디밭에 누워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음악도 원 없이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마주하는 노을 지는 풍경을 눈과 마음에 담고, 사진으로 담으며 이 세상에 살아갈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내 이야기가 되어버린 그 해 가을, 일 년의 힘들었던 시간 잘 이겨냈으니 고생한 나 자신을 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사랑을 위해서 바다를 건너는 용기가 필요해’라는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 속 대사에 꽂혀 파리행 비행기를 탔다. 내 드라마는 신파도, 유치 찬란도, 막장도 아니기를 바라면서 날아간 파리에서 나는 사랑을 잃고 우정을 안아왔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앞으로도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에도, 사랑을 시작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다. 실패하고 상처받았다면 다시 시작하기 위해 잠깐 욱신거리는 가슴 부여잡고 눈물 흘리면 된다. ‘너를 만나서 행복하다’는 친구와 가족이 있으니 살만한 인생이다. 그들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하늘이 있고, 음악을 함께 들으며 서로를 바라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바람이 분다. 넋 놓고 있기에는 시간도 빠르게 흐르고 가을은 짧다. 나도, 당신도 사랑하며 살자.


추천 BGM

1.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하림|2집 Whistle In A Maze|2004

2. 건너편|권순관|A Door|2013

3. 내 안에 하늘과 숲과 그대를|원 모어 찬스|1집 First Album|2012

4. River|어반 자카파|2집 02|2012


계간 <Haizel.&> 2013년 가을호 스페셜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