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틈틈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o Min Park Oct 25. 2015

책장 먼지를 털어내고

내 인생에서 의미가 있다 여겨지는 10권의 책

개인적으로 정말 존경하는 안윤모 작가 작품

1. <느낌? 멍에 벗던 날> 우희태

곤충학자가 꿈인가 싶게 어린 시절부터 곤충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고 참 많이 괴롭히기도 했던 내게 큰 충격을 줬던 책. 이 책을 읽고 그동안 내게 괴롭힘을 당했던 개미, 초파리, 잠자리, 방아깨비에게 미안해서 며칠을 엉엉 울었다. 말 못하는 곤충, 동물들이 써 내려간 유서를 마주한 느낌. 그 이후엔(초등학교 4학년 이후) 곤충, 동물을 괴롭히는 대신 그들에게 말을 걸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해충은 지금도 발견 즉시 즉사시키고 있지만.


2. <무지개 물고기> 마르쿠스 피스터

대학교 때 우연하게 성우 일을 하게 됐다. 더 공부하고 싶어서 성우스터디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교수님께서 인형극 2편을 준비하라셔서 내가 더빙을 맡게 됐다.  그때 'V' 스터디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준 덕분에 인형극을 성공리에 마쳤다. 무지개 물고기 역할을 맡아 녹음했는데 지금도 대학교 친구들이 근무하는 어린이집에서 행사 때마다 이 녹음본을 사용하고 있단다. 아이들, 학부모 모두 만족한다 하니 천만다행.


3. <상자 속 여행> 에즈라 잭 키츠

대학원 논문을 시작하게 해 준 고마운 동화책. 동화를 활용한 활동안 짜는 걸 워낙 좋아해서 여행 가서도 서점을 찾아가 동화책 코너에 오래 머무르는 편이다. 실제로 유치원에서 조형 수업할 때도 유아들에게 이 책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상자를 만들어보게 했는데 생각한 것보다 더 다양한 세상이 그려지는 것을 보고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자신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세상을 찾아가는 과정, 마음 먹은 대로 세상이 살아지는 것이 아님을 알아가는 것까지.. 모든 게 담긴 책이라고 생각한다.


4. <Paris Talk : 자클린 오늘은 잠들어라> 정재형

좋아하는 음악인이 살고 싶은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났고.. 그 곳에서의 일상을 책으로 담았다. 책을 읽는 내내 그가 부러워서, 그의 음악이 그리워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리고 나도 용기 내어 다시 한 번 파리로 떠났다. 17일의 짧은 파리 여행을 통해 20대를 잘(?), 실은 조금 아프게.. 마무리했다. 지나고 나니 다 추억이네.


5. <손 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 원태연

요즘 '서울시' 작가가 뜨는 것처럼 내가 중고등학교 때는 교과서에서 보던 시와는 전혀 다른 원태연 작가의 시가 파격 그 자체였다. '난다고 다 새냐 쯧쯧쯧 - 제목 : 파리" 시를 이렇게도 쓸 수도 있구나 하면서 대리 만족했다. 그 이후에 내 일기장에 적힌 시가 조금씩 변해갔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을 적어가기 시작했달까. 지금은 다시 꽁꽁 마음에 자물쇠를 채우고 있지만... 끙.


6. <대지> 펄벅

이상하게 우리나라의 이야기도 아니고 주인공의 삶을 이해할 수도 없으면서 주인공과 같이 웃고, 아프고 화나고. 읽으면서 참 힘들었던 책이다.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 가끔 기차를 타고 들판, 논을 지날 때면 대지의 주인공이 떠오른다.


7. <용의자 X의 헌신> 하기시노 게이고

회사의 A 선배선물 책. 만화책도 일본 만화는 잘 안 봤었는데.. 이 책을 읽은 후엔 일본 작가가 쓴 책도 잘 읽고 일본 영화, 일본 만화도 보게 됐다. 어쨌든 사람을 죽인 건 나쁜 건데 이 책의 주인공들을 응원하며 보게 되는 건 나만 그런 거? 일본 영화가 콩쿠르 때 개봉해서 못 봤는데.. 한국에서도 만들어졌더라.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서 조만간 볼 생각이다.


8.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이 책을 읽으면 다시 사랑하고 싶어 진다. 성공한 커리어우먼으로의 삶도 좋지만 한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 지고. 사랑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나로 바로 서 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한쪽 어깨를 빌려 기대어 쉴 수는 있지만 내 어깨도 빌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생각하게 됐다.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때 주인공이 최강희, 이선균, 지현우, 문정희! 다시 보고 또 봐도 재밌다. 드라마도, 책도.


9.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기욤 뮈소

그리운 사람, 미련, 후회가 남은 만남, 다시 만나지 않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는 그런 사람.. 내 삶이 끝나가는 시점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알약이 생긴다면 나는 누구를 만나러 갈까? 되돌릴 수 있을까?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를 알아봐줄까? 내 친구들은 미래에서 왔다는 나를 믿어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다 지우고 혼잣말한다. 에잇, 지금 현재에 충실해서 살자. 후회 남기지 말자!


10. <사람풍경> 김형경

대학교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이후 심리학을 계속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관련된 책을 찾아보고 했었다. 알랭 드 보통 책을 좋아하는 이유도 사람의 심리, 행동의 이유를 자세히 써 내려갔기 때문이다.

2011년 이상하게 병원을 다녀도 6개월 동안 감기가 낫지 않았다. 기침이 계속돼서 가슴까지 아파오고 너무 고생을 했는데 그런 내게 레몬과 꿀, 그리고 이 책을 생일선물로 준 이가 있었다. 바로 K. 집에 돌아와 예쁜 포장을 조심스레 뜯어 레몬차를 만들고,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심리를 되짚어봤다. 해소되지 않은 분노, 우울함의 원인이 무엇인지.. 덕분일까? 기침이 잦아들었다. 마음이 아픈 걸 인정하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자꾸 잊고 산다. 이제 나는 혼자 시간을 보내고 나를 찾는 여행을 한다. 온전하게 홀로 서는 법을 익혀야 했던 내게 길잡이가 되어준 고마운 책이다.


쓰다 보니 고마운 사람이 참 많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눈빛, 별빛, 마음의 빚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