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음악친구를 소개합니다 1
나의 오빠.
진지한 말투, 보수적이고 재미없는 사람.
나는 그런 오빠가 좋아서 늘... 어릴 때부터 오빠를 따라 하는 따라쟁이. 오빠가 소개해 주며 네가 좋아할 만한 음악이라는 말에 정말 희열님이 좋아졌고, 듀스, 메탈리카까지 오빠를 통해서 알고 좋아했다.
2000년 내가 고3이 되었을 때 오빤 군대에 갔고, 오빠가 아끼던 파나소닉 CDP와 모차르트 2CD(어떤 곡이 담겨있었고 누가 연주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ㅠㅠ),
메탈리카 & 샌프란시스코심포니오케스트라 협연 실황 음반(1999, 유니버셜뮤직)을 손에 쥐어주고 갔다.
2003년 유럽여행을 떠나는 내게 카라얀 말고 무조건 이반 피셔 앨범("Johannes Brahms: Hungarian Dances - Budapest Festival Orchestra / Iván Fischer")으로 사 와야 한다며 지시를 내려서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2일 내내 모든 음반 가게를 들락거려야 했다(왜 카라얀 음반만 있는 거냐.. 저 앨범 딱 한 장 있어서 겨우 샀다-오빤 카라얀을 너무 싫어한다. 그래서 나도 카라얀이 괜히 싫다. 미안해요. 카라얀).
2006년 11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아르농쿠르 지휘 공연! 모차르트의 ‘레퀴엠’과 ‘주일의 저녁기도’를 들으러 온 가족이 함께 총 출동. 생일선물이라더니... 예습시키고 복습시키고...
포스터가 지금도 기억난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2007년 클래식 쪽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독일로 클래식 공연 기획 일을 배워보겠다고 떠나는 오빠가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결국 오빤 전공을 살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지만 말이다.
함께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며 공연에 대해 쉼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행복했는데.. 지금은 오빠가 오스트리아 빈에 있으니 그럴 수 없구나.
컴퓨터공학과 강의실보단 고전음악감상실에서 더 쉽게 마주할 수 있었다는 우리 오빠. 브루크너와 말러를 좋아하는 그. 나에겐 늘 멋진 사람! 보고 싶다. 내 음악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