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럴 때 BOOKing [Dear YOU] 4

by Joo Min Park

Dear YOU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헐레벌떡 뛰어가는 직장인, 졸린 눈 비벼가며 등교하는 학생들, 그리고 마중 나온 유치원 선생님이 반갑다며 깡충깡총 달려오는 유치원생, 그 뒤를 따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작은 마을의 아침은 잠시 분주했다 평온함을 되찾는다. 개울이 흐르고 관악산 등산로가 연결되어 있는 이 아담하고 소박한 동네에서 나는 농부이면서 예술가인 두 사람과 함께 살고 있다.

월급쟁이로 35년을 한 직장에서 청춘을 불 태운 후 백발 성성해져 은퇴한 아버지는 농부로, 도예가로 작품 활동을 하고, 단소 연주로 아침을 깨우며 삶을 즐긴다. 아버지를 위해 매일 정갈하게 다려진 와이셔츠와 깔끔하고 안락한 가정을 선물했던 어머니는 이제 DSLR을 매고 출사를 떠난다. 자식들 키우느라 취미생활 하나 갖지 못하셨던 두 분이 적극적으로 배우고 열정적으로 작품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두 분의 소원은 무엇일까?

예술가의 피가 흐르고 있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아버지의 도예 실력. 그리고 사진기자로 은퇴한 큰외삼촌을 닮아 훌륭한 작품을 선보이는 어머니. 아마도 두 분의 합동 전시회를 열고 싶어 하시지 않을까?


농사 지은 배추로 김장한 김치를 다른 이웃과 나눠 먹으려 한다는 아주머니와 수다 한마당 펼친 어머니를 뒤로 하고 아버지와 단 둘이 동네 한 바퀴를 돌기로 했다. 아버지의 소원은 내 예상과 다르게 딸 시집 보내기, 우리 가족 건강한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하신다. 집 밥이 좋다며 밤 10시가 될 때까지 쫄쫄 굶다가 귀가한 딸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주는 어머니께도 질문했다. 어머니의 대답도 아버지와 똑같다. 결혼한 이후 여동생에게 관심을 끊어버려도 이렇게 딱 끊을 수 있냐며 불만을 토로해도 답장 한 번 없던 오빠에게도 질문했다. 정말 오랜만에 즉각 온 답 여섯 글자는 다름 아닌… ‘너 결혼하는 거’.


멀리 또는 가까이... 지금 있는 자리, 위치에 상관없이 꼭 닮아 있는 가족. 나를 염두에 둔 소원 말고 각자 마음에 담은 소원을 말하라고 하니 모두 응답하지 않았다. 결국 나만 내가 하고 싶은 걸 주르륵 읊어대는 욕심쟁이, 개인주의 막내딸이 되었다. 그런데 욕심쟁이가 되어버려도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 부모님의 내리사랑이 감사하고, 멀리 있어서 마주할 시간이 적어졌지만 오빠의 깊은 속을 알기에 무뚝뚝하게 던진 여섯 글자가 소중하다. 오래 오래 서로의 곁을 지킬 수 있기를, 가족 모두 건강하길 두 손 모아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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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Haizel.&> 2013년 겨울호 스페셜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