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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윤 Jan 06. 2020

새해 생각

내가 아픈 이유는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배가 고프면 사람은 밥을 먹는다. 나는 배가 고프면 생각을 한다. 무얼 먹지, 집에 오트밀이 아직 남아 있는데 오트밀에 우유를 타 먹을까? 그렇지만 설거지를 하지 않아서 그릇이 없는데. 그러면 시켜먹을까? 시켜먹으면 돈이 많이 드는데. 그러면 편의점에 갈까? 나가기는 귀찮아. 어쩌면 좋을까. 시켜먹는 게 가장 편한데 이번주 돈을 너무 많이 썼어. 그렇지만 나가기는 귀찮아. 설거지를 하면 되는데. 설거지 지금 하기 싫어. 왜? 잘 모르겠어. 왜? 그러니까. 그러면 시켜 먹어야지. 뭘 시켜 먹을까? 오늘만 시켜먹고 내일부터는 다시 집에서 밥 해먹자. 내일부터? 내일이든 모레든 빠른 시일 내에.... 이 집은 배달비가 너무 비싼데. 한 끼만 시킬까? 두 끼를 시키면 더 싸게 치는데? 하지만 돈은 더 많이 쓰잖아. 건강한 음식 먹고 싶은데.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정말 어쩌라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실제로 내 머릿속에서 생각은 저런 모양으로 돌아간다. 밥을 먹는 간단한 일을 앞에 두고, 나는 삼십분에서 한 시간씩 고민을 하고 마는 것이다. 양치질도, 세수도, 집청소도, 빨래도. 모조리 지긋지긋한 생각의 굴레 안에 갇혀 있다.


지금도 너무 생각이 많아서, 잠깐 생각을 털어 내려고 들렸다. 부디 새해에는 생각보다 행동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조금이라도 더 건강해질 수 있기를. 평화롭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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