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내 이야기

지방재정이 방만하게 쓰이는 이유

by 구대은

나는 지방의회에서 5년 정도 일을 했다.

경기 화성시, 경남 고성군, 부산 동래구와 해운대구다.

최근 한 동안은 해운대구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했다.

전문위원은 말 그대로 의원들의 전문성을 보강해 주는 역할을 하는 일이다.

지방행정이라는 게 재정과 정책, 입법 등 전문적인 영역이 많아서

속칭 어공(어쩌다 공무원)인 지방의원들에게는 버거운 일이라서 그렇다.


나는 40세를 인생의 반환점이라고 생각하고

그때부터 생각하는대로 살기로 결심했었다.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나름 적성에도 맞고 일이지만 취미같은 느낌으로 임할 수 있어 좋았다.


해운대구의 경우에 1년간 운용 재정이 기금까지 합치면 1조원이 넘는다.

이 많은 재정 중에 60~70%는 국가 복지사업 예산이지만

그중 14~15%는 자체사업이라 지자체장이 지역 주민의 수요에 맞춰 집행하게 된다.

그 돈만해서 1000억원이 훨씬 넘는 적지 않은 돈이다.

그런데 참 안타깝게 쓰여지는 예산도 많다.

왜 저렇게 버려지듯 쓰여지는 예산이 많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해봤다.

결국 어떤 사업에 우선순위를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가 많이 듣는 소리가 "지방예산은 나올 구멍이 없어서 항상 부족하다."라는 것이다.

근데 솔직히 거짓말이다.

1년간 지자체 살림살이가 끝나면 순수하게 남는 돈이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이 넘는다. 시골 지자체로 갈수록 더 많이 남는다.

가끔씩 돈이 남아서 주민들에게 지역화폐 등으로 나눠주는 걸 봤을 것이다.


그럼 왜 지방예산이 모자르다고 할까?

그건 우선순위를 잘못 정해서 선심성 사업이나,

전시성 행사나 축제 등 사업에 먼저 배정되거나

특정 사업에 너무 과다하게 배정되는 문제들이 많아서 그렇다.

이런 문제는 지방의회가 예산이나 사업 평가를 제대로 못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지자체는 각종 사업을 통해 일을 한다.

이 사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많은 지침과 계획, 그리고 실무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걸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의원이나 의회 직원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보니 사업 집행 부서에서 잘 포장해서 꼭 필요한 예산이라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무지기수다.


어떤 경우엔 지자체장과 의회 다수당이 같으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예산을 자기들 좋을 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건 특정 지자체에 한정된 얘기만이 아니다. 어디나 너무도 만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지역에 진정성이 있으면서 전문성을 갖춘 의원이 필요하고

그들을 전문적으로 보좌할 인력이 의회에 잘 포진되어 있어야 한다.


최근에 정책지원관이라는 제도가 생겨서

지방의원의 전문성을 보좌하게 되었다.

그런데 개인 차이도 있지만

기초 지자체 의회의 경우, 평균적으로 전문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그리고 기초의회 의원들은 그 지역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많다.

알다시피 지방을 떠나지 못한 사람들은 대부분 공부를 못했던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어려운 재정이나 정책, 입법 등을 위한

행정, 경영, 회계, 법학 등 공부를 권하면

대부분 손사래를 치거나 시작했다가도 금방 포기하고 만다.


견제와 감시되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 진리로 여겨진다.

이 정도의 의회라면 견제와 감시 기능은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사실상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지자체장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지방이 계속 망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현재 정부 부채가 100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정부는 빚을 내서 지자체에 내려주고 있다.

그런데 지자체는 매년 돈이 수백억원씩 남는다.

그리고 많은 사업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고

그 무용지물을 유지하기 위해 또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지옥 이야기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