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씌우면 이익일까, 손해일까?

바가지가 오히려 손해인 이유

by 구대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유명 동네와 시장이 있다.
주말이면 줄을 서고, 평일에도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곳에서 바가지 씌우는 일이 꼭 한 번씩 터진다.

그러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있다.

“여긴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
“인건비, 재료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


듣고 보면 이해가 되는 말처럼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이 동네는 사람이 많다. 광고를 안 해도 손님이 들어온다.
회전율이 높고, 하루에 파는 수량 자체가 많다.

이 말은 정가로 팔아도 충분히 남는 구조라는 뜻이다.

경제학에서는 이걸 "규모의 경제"라고 한다.

임대료가 비싸다는 건 사실이지만,

그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수요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정비는 손님이 많을수록 나눠서 부담된다.

그러니 경제적으로 보면 바가지 씌울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바가지를 씌운다. 왜일까?

어떤 상인은 “이 손님은 다시 안 올 사람이다.”
“이번 한 번만 잘 받으면 된다.”

이 생각이 문제다.


지금 시대의 손님은 그냥 손님이 아니다.

그 손님은 스마트한 휴대폰을 들고 있다.
영수증을 찍고, 메뉴판을 찍고, 이것저것 다 찍어서

바로 영상을 올린다.
“여기 바가지 씌운다. 가지 마라.”

이 말 한마디는 예전의 민원이나 항의와는 다르다.

다른 많은 사람들까지 그 영상을 보고 선택을 바꾸게 한다.

그 가게만 안 가는 게 아니라, 그 동네나 시장 자체를 피한다.


결국 바가지를 씌운 가게는 한 곳인데, 욕은 동네 전체가 먹는다.

“거긴 원래 다 저렇다”는 말이 붙는다.

임대료보다 더 무서운 게 바로 신뢰를 날려버리는 것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 동네는 원래 정가로 팔아도 충분한 수요가 있어서 잘되는 곳이다.
바가지를 씌워서 버는 돈은 하루치지만,
바가지를 씌워서 잃는 신뢰는 몇 년치다.

그리고 한국이 좋아 방문한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웠다면

이건 나라 망신이 된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이쯤 되면 국가가 가격을 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장사 가격은 국가라고 해서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국가가 전부 정찰제로 묶어버리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파괴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국가는 가격을 정하는 게 아니라 속일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어디든 가격표를 붙이게 하고, 추가 요금은 미리 알리게 하고,
공공 행사나 공공 공간에서는 정가를 지키는 가게만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정가를 지키는 가게는 인증제도를 활용해서 드러내 주고,

바가지 씌우는 가게는 강력한 단속을 통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되게 만드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도 바가지 근절을 위해

관계 장관에게 개선을 요구했지만,
여전히 뚜렷한 제도적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그 배경엔 ‘영세 상인 보호’를 이유로 한 비합리적 온정주의 문제가 있다.


비공식적 관계 중심의 판단이나 정서적 배려가 제도적 투명성을 낮추고,

결과적으로 부패를 용인하거나 확산시킬 수 있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말하자면 온정주의가 부패 인식 저하, 감시 회피, 자의적 재량권 확대 등

부패를 촉진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동한다는 많은 연구가 있다.


결국 시장 신뢰와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선,

‘착한 의도’가 아니라 ‘투명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온정적 시선이 정책의 빈틈이 되는 순간,

관광객의 배신감과 억울함만 남을 수밖에 없고

지속가능한 관광은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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