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로봇의 시대, 소비의 지속가능성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다. 이 변화는 점진적 전환이 아니라 구조적 단절에 가깝다. 문제는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로 인해 발생한 경제적 이익이 일자리를 잃은 인간에게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산성은 높아지는데 인간의 소득과 소비 능력은 약화되고 있다. 이 불균형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의 대체 속도와 분배의 속도 사이에는 뚜렷한 비대칭이 존재한다. 자동화는 즉각적인 비용 절감과 이윤 확대를 가져오지만, 그 이윤을 사회 전체로 이전하는 장치는 정치적·제도적 저항에 가로막혀 있다. 기존 복지 제도는 대부분 노동을 전제로 설계되었고, 노동 없는 소득에 대한 도덕적 거부감 역시 여전히 강하다. 이로 인해 노동에서 밀려난 인간은 소득뿐 아니라 소비 자격까지 상실하는 이중의 배제 상태에 놓인다.
세계대공황 직전의 경제 역시 대량생산 능력은 빠르게 확대되었지만, 가처분 소득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공장은 더 많은 물건을 만들어냈지만, 그 물건을 살 수 있는 소비층은 충분히 넓지 않았다. 생산과 소비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자 재고는 쌓였고, 기업은 부도를 맞았으며, 노동자는 실업자가 되었다. 실업은 다시 소비를 위축시키는 방식으로 되돌아오며 악순환을 강화했다. 대공황은 기계의 실패가 아니라, 생산성과 소득이 분리된 구조의 붕괴였다.
이러한 구조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기본소득 논의는 윤리적 이상이 아니라 경제적 필요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즉, 기본소득은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복지 선언이 아니라, 소비 기반을 복원하기 위한 대규모 소득 이전(노동을 전제로 한 분배가 아니라, 자동화로 축적된 소득을 사회 전반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이라 '소득 분배'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음)으로서 역사적으로 도덕의 산물이라기보다 체제 유지를 위한 선택이었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사회경제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당연히 채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얼마 후에는 노동을 하지 않더라도 기본소득을 받으며, 놀고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할 수 있다. 최저생계비가 기초생활수급자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국민이면 누구나 소득수준이 최저생계비 미달이면 그만큼 채워주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노동을 하지 않는 인간은 무슨 가치가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무노동 무임금, 불로소득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지금 시대라면 참 용납하기 어려운 사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물음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논의해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