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연재] Life Still

제3회 멈춘 첫 번째 시도

by 구대은

서현은 결국 장치를 작동시키지 않았다.

손은 이미 스위치 위에 올라가 있었고, 장비는 언제든 생명 에너지 결속을 시도할 수 있는 상태였지만, 그의 손가락은 끝내 내려오지 않았다. 모니터에 표시된 DIR-B 수치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으나, 그 곡선은 조금씩 완만해지고 있었다. 그것은 곧 흩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남아 있기는 하지만, 더 이상 오래 머물지는 않겠다는 뜻이었다.


윤정호는 그 장면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서현을 재촉하지도, 손을 잡아 멈추게 하지도 않았다. 다만 방 안에 서서, 서현이 선택을 끝내기까지 기다렸다. 그 침묵은 익숙한 것이었다. 과거에도 그랬고, 중요한 순간마다 윤정호는 늘 말을 아꼈다. 말보다 결과를 아는 사람의 태도였다.


시간은 길지 않았다. DIR-B 수치는 결국 임계선 아래로 떨어졌고, 파형은 방향성을 잃은 채 천천히 평평해졌다. 그 순간을 확인한 연구원이 낮은 목소리로 시간을 불렀다. 사망 후 경과 시간. 그 말이 끝나자마자, 방 안의 공기는 분명히 달라졌다. 더 이상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모두에게 전달된 것이다.

서현은 천천히 손을 내렸다. 장치는 끝내 사용되지 않았고, 첫 번째 시도는 그렇게 실패로 끝났다.


“정리하자.”
윤정호가 말했다.

그 말에는 안도도, 승리감도 없었다. 오히려 오래전부터 예상하고 있었던 결론을 확인하는 사람의 목소리에 가까웠다. 연구원들은 별다른 질문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관은 닫혔으며, 기계는 하나씩 꺼졌다. 죽음 이후의 절차는 언제나 효율적이었다. 남아 있던 가능성만큼은 그 효율 속에 자연스럽게 포함되지 못했다.


윤정호는 방을 나서기 전, 서현을 바라보며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여기까지다.”
“이번에는,”이라는 말에 의미가 담겨 있었다.

서현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닫힌 관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실패에 대한 감정은 들지 않았다. 대신,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 다시 확인되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멈춘 이유는 설득당했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 이 실험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날 이후, 윤정호는 서현의 연구에 이전보다 더 자주 개입했다. 장비 사용 승인, 실험 대상 접근, 데이터 열람까지, 모든 절차에는 윤정호의 이름이 걸렸다. 공식적인 이유는 윤리와 안전이었지만, 실제 목적은 분명했다. 더 이상의 시도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서현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공개된 실험을 중단한 대신, 기록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자신이 살아 돌아왔던 그 순간, 정확히 무엇이 유지되었고 무엇이 사라졌는지를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감각의 변화, 의식의 단절, 그리고 다시 연결되던 과정. 그것은 감정이 아니라, 현상이었다. 설명되지 않았을 뿐, 무작위는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 사람이 떠올랐다.

이연주였다.

서현의 연구팀에서 가장 오래 함께한 연구원이었고, DIR-B 파형의 이상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이 연구가 어디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도 이해하고 있었다.

서현은 늦은 밤, 연구실이 거의 비어 있는 시간에 이연주를 불렀다. 공식 회의가 아니라는 점은 둘 다 알고 있었다. 기록으로 남지 않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첫 번째는 실패했어요.”
서현이 먼저 말했다.

이연주는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답했다.
“성공할 수 없게 설계돼 있었죠.”

서현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윤정호 교수의 눈을 피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이연주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테이블 위에 놓인 데이터 요약본을 천천히 넘겼다. DIR-B 유지 시간, 붕괴 패턴, 조건별 편차. 그녀는 이미 같은 결론에 도달해 있었다.

“새로운 실험체가 필요해요.”
그녀가 말했다.
“병원 시스템 안에 있는 사람은 안 됩니다. 기록이 남고, 통제가 들어옵니다.”

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망 직후 접근이 가능해야 하고, 가족이나 보호자의 개입이 최소화된 경우.”
“그리고,” 이연주가 덧붙였다.
“윤정호 교수가 미처 손을 뻗기 전에 우리가 도달할 수 있어야 해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 대화가 어떤 선을 넘고 있는지, 둘 다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침묵은 망설임이라기보다, 이미 선택된 방향을 확인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서현은 말했다.
“이번에는 포획까지 갑니다.”


“확실한가요?”
“네.”
그의 대답은 짧았지만, 흔들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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