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연재] Life Still

제2화 남아 있는 것

by 구대은

서현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다만 알고 있었다는 사실만이 분명했다.

방 안에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과, 아직 이름 없는 상태가 함께 있었을 때,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것은 판단이 아니라 반응에 가까웠다. 마치 오래전에 몸이 먼저 익혀 둔 선택처럼, 생각보다 앞서 있었다.

그 감각은 기억이 아니었다.
기억이라기에는 너무 흐릿했고, 너무 깊었다.


숨을 들이마시려는 순간, 서현은 폐가 아니라 몸 전체가 반응하는 것을 느꼈다. 공기가 들어오지 않는 것도 아닌데, 어디까지가 ‘들이마심’인지 알 수 없었다. 지금의 몸이 아니라, 훨씬 작고 가벼운 몸이 먼저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스무 해 전.
그때 그는 열다섯이었다.

사고의 장면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차는 멈춰 있었으며, 어머니의 얼굴이 가까이 있었다는 사실 정도만이 단순한 정보처럼 남아 있었다. 아버지는 움직이지 않았고, 어머니는 눈을 뜬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전부였다. 서현은 그 장면을 ‘본’ 것이 아니라, 지나쳤다. 그 순간 그는 이해하거나 해석할 여유가 없었다.

그 다음부터, 감각의 성질이 달라졌다.


고통은 문턱까지 왔다가 사라졌다. 통증이 시작되기 전에, 몸이 먼저 포기한 느낌이었다. 힘이 빠진다기보다는, 힘을 써야 할 이유가 없어지는 쪽에 가까웠다. 팔다리의 경계가 흐려졌고, 몸의 무게가 의미를 잃었다.

숨을 쉬지 않아도 괜찮았다.
폐가 멈춘 것도, 공기가 막힌 것도 아니었다. 호흡이라는 행위 자체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상태였다. 숨을 쉬는 이유가 사라지자, 숨은 자연스럽게 멈췄다.

그곳에는 빛도, 소리도 없었다.
그러나 완전히 비어 있지는 않았다.


서현은 자신이 아직 흩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생각은 없었고, 감정도 없었다. ‘나’라는 말로 묶을 수 있는 자각도 희미했지만, 그럼에도 어떤 결속이 남아 있었다. 형태도, 경계도 없지만,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상태.

그 결속은 점점 느슨해졌다.

물에 풀린 가는 실들이 천천히 벌어지는 것처럼, 붙어 있으려는 힘이 약해졌다. 그 과정은 불안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놓아도 괜찮다는 감각이 따라왔다. 붙잡을 이유도, 돌아가야 할 방향도 없었다.


그때, 외부의 감각이 들어왔다.

손처럼 분명한 접촉은 아니었다. 소리도, 빛도 아니었다. 다만 흩어지려던 상태가 한순간에 정렬되는 느낌. 느슨해진 결속이 다시 조여지는 감각이었다. 그것은 부름이 아니라, 개입에 가까웠다.

서현은 끌려온 것이 아니라, 다시 밀려 넣어졌다고 느꼈다.

순간적으로 밀도가 생겼다. 경계가 만들어졌고, 안과 밖이 갈라졌다. 무게가 돌아왔고, 무게는 곧 통증으로 바뀌었다. 통증이 생기자, 숨이 필요해졌다. 공기가 폐로 밀려 들어오면서, 몸은 다시 자기 자신이라는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 과정은 부드럽지 않았다.
되살아났다는 말보다는, 다시 묶였다는 말이 더 정확했다.

그는 선택하지 않았다.
무엇을 원한다고 말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다만 흩어지려던 것이, 누군가의 의지로 다시 한 덩어리가 되었을 뿐이었다.

눈을 뜨지 못한 채, 그는 다시 이쪽에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야, 서현은 그 경험을 언어로 옮기려 했다. 그러나 어디에도 정확히 들어맞는 말은 없었다. 죽음은 너무 단정적이었고, 삶은 너무 연속적인 말이었다. 그가 통과한 것은, 그 둘 사이에 잠시 열렸다 닫힌 어떤 상태였다.

그래서 그의 삶은 늘 어딘가 어긋나 있었다. 어떤 시기에는 세상과 거리를 둔 사람처럼 살았고, 어떤 시기에는 삶에 과도하게 매달렸다. 그 변화에는 분명한 이유가 없었다. 다만 방향이 일정하지 않았다.

의사들은 트라우마를 말했고, 사람들은 기적을 말했다.
그러나 그 어떤 설명도, 그때의 감각을 대체하지는 못했다.


서현은 결국 생명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자신이 한 번 머물렀던 그 상태를 설명할 언어가 필요했다. 생명이 언제 시작되고, 어디까지 유지되는지를 알 수 있다면, 자신이 어디에서 다시 이어졌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점점 집요해졌다.
이 연구는 선택이 아니었다. 멈출 수 없는 질문에 가까웠다.

그는 안다. 자신이 지금 이 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그는 이미 한 번, 살아 있음도 죽음도 아닌 상태를 몸으로 통과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상태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반드시 풀고 싶다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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