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연재] Life Still

제5화 첫 번째 실험체

by 구대은

서현은 가운을 입고 응급실로 들어왔다.

시계는 밤 9시 4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김도윤은 중앙 데스크에서 차트를 보고 있었다.
서현이 옆을 지나갔지만 김도윤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서현은 벽 쪽에 섰다.
보호자 대기석과 처치실 사이, 사람들이 가장 덜 신경 쓰는 자리였다.

이연주는 안쪽 빈 처치실에 있었다.
카트 하나가 벽에 붙어 있었고, 덮개가 씌워져 있었다.


밤 10시를 넘겼다.

교통사고 환자가 하나 들어왔다.
팔이 부자연스럽게 꺾여 있었다.
응급 처치가 끝나자 들것은 다시 나갔다.

서현은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김도윤은 모니터를 봤다가, 차트를 봤다가, 다시 모니터를 봤다.

“오늘도 길겠네.”

김도윤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서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밤 11시 30분.

응급실 공기가 탁해졌다.
사람이 늘었고, 말소리도 커졌다.

서현은 가운 소매를 한 번 걷었다가 다시 내렸다.

이연주는 처치실 문을 열어두고 안을 정리했다.
다시 닫지 않았다.

자정이 됐다.

김도윤은 커피를 들었다가 그대로 내려놓았다.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혹시라도.”

그가 말했다가 말을 멈췄다.

“아니다.”

서현은 그 말을 듣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새벽 1시.

응급실이 잠시 조용해졌다.
이 시간대 특유의 정적이었다.

바닥을 닦는 기계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서현은 그 소리를 들으며 서 있었다.

김도윤은 시계를 봤다.
그리고 모니터를 다시 봤다.


01시 56분.

사이렌 소리가 길게 울렸다.
끊기지 않았다.

김도윤이 바로 고개를 들었다.

“자살 시도.”
“남자.”
“의식 없음.”

들것이 들어왔다.

남자는 축 늘어져 있었고, 목에는 자국이 남아 있었다.
피부는 이미 식어가고 있었다.

“심정지.”

김도윤이 말했다.

그는 곧바로 흉부 압박을 시작했다.
간호사가 약물을 준비했고, 기도가 확보됐다.

서현은 한 발 물러서 있었다.
지금은 아직 그가 할 일이 없었다.

몇 분이 흘렀다.
심전도는 변하지 않았다.

김도윤은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다시 약물이 들어갔다.

그래도 반응은 없었다.

김도윤은 시계를 봤다.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

“중단.”

주변이 잠시 조용해졌다.

“사망 시각, 02시 41분.”

김도윤은 차트에 시간을 적었다.
펜 끝이 종이를 긁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서현이 가운 소매를 걷었다.
이연주가 처치실 문을 닫았다.

카트 위의 덮개가 벗겨졌다.

서현이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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