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첫 번째 성공 그러나 실패
이연주가 카트를 침대 옆으로 붙였다. 덮개를 벗기자 손잡이가 달린 금속 상자가 드러났다.
상자 한쪽에는 작은 창이 있었고, 굵은 케이블이 바닥을 따라 연결돼 있었다.
서현은 침대 곁에 섰다. 김도윤은 모니터 앞에서 시계를 확인했다. 02시 42분이었다.
사망선고 이후 1분이 지났다.
이연주가 스위치를 올렸다. 금속 상자 안에서 낮은 진동음이 울렸다.
모니터 한쪽에 DIR-B 수치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변화가 없었다.
잠시 뒤, 수치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서현은 센서를 옮겼다. 손끝에 저항이 느껴졌다.
공기를 붙잡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수치의 흔들림이 점점 일정해졌다.
이연주가 레버를 당겼다.
진동음이 달라졌다. DIR-B 그래프가 빠르게 좁아지더니 한 지점에 모였다.
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포획이 유지됐다.
잠시 뒤, 이연주가 다른 스위치를 올렸다.
금속 상자에서 짧은 소리가 났다. 모여 있던 그래프가 케이블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 순간, 박민석의 몸이 아주 미세하게 반응했다.
의식은 없었지만, 서현은 기계 장치들을 통해 어떤 느낌을 받았다.
그건 비어 있던 곳으로 무언가가 밀려들었고,
한 번 빠져나갔다가, 방향을 바꿔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심전도에 미세한 파형이 나타났다.
그리고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김도윤은 놀라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손목을 잡고 맥박을 확인했다. 가슴이 들썩였다.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그 순간 서현은 침대 위 남자가 살아있음을 확인하였다.
그 남자를 일반병동으로 이동시켰고, 서현은 따라가 그 옆을 지켰다.
아침 일찍 김도윤과 간호사가 와서 침대 옆에 엎드려 자고 있는 서현을 깨웠다.
간호사가 병실 침대 앞에 '박민석'이라는 이름표를 붙였다.
박민석은 인기척에 눈을 뜨고 천장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서현과 몸에 연결된 선들이 보였다.
박민석의 숨은 아직 고르지 않았고, 얼굴에는 힘이 없어 보였다.
서현은 그런 그의 상태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랫동안 앓이했던 궁금증을 쏟아내기 바빴다.
“의식이 없을 때, 뭔가 느껴진 건 없었나요?”
박민석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떴다. 숨을 한 번 고른 뒤, 어렵게 입을 열었다.
“자살 시도를 하고 의식을 잃었습니다.”
“그 다음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잠시 말을 멈췄다. 서현은 재촉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뭔가에 붙잡힌 느낌이 들었습니다.”
박민석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어디서 잡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끌려왔습니다. 다시 내 몸 쪽으로.”
서현은 그 말을 놓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였지만,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건 박민석의 상태가 아니라, 그 감각이 실제로 있었는지였다.
박민석은 말을 마치고 서현을 봤다. 시선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그런데,”
“저를 왜 살리셨나요?”
목소리는 낮았고, 감정은 숨겨지지 않았다. 고맙다는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불쾌함에 가까웠다.
“저는 지긋지긋한 내 인생을 끝내려고 했습니다.”
서현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틀린 말이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를 살린 선택이 잘못이었다고 인정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며칠 뒤 박민석은 퇴원했다. 의학적으로 문제는 없었다. 혼자 걸어서 병실을 나갔다.
퇴원 연락을 받고 온 서현이 병원 정문 앞까지 따라갔다가 멈췄다.
서로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그는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서현은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박민석이 말한 그 감각만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더 많은 걸 물어보고 싶었는데 더 묻기가 이상하게 미안했다. 약간의 후회가 남았다.
며칠 뒤 김도윤에게서 전화가 왔다.
박민석이 다시 자살을 시도했고,
이번에는 시체로 병원에 도착했다고 했다.
지금은 영안실에 있다고 덧붙였다.
서현은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