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연재] Life Still

제8화 의심하는 자들

by 구대은

"새벽 3시 10분. 사망 선고합니다."

김도윤의 목소리는 바싹 말라 있었다. 군의관을 마치고 갓 임용된 35세의 임상조교수. 남들은 이제야 자리를 잡았다고 부러워하는 시기였지만, 그에게 지난 한 달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그는 전자 차트를 덮고 간호사들에게 손짓했다. "다들 나가봐. 사후 처리는 내가 할 테니까."

간호사들이 의아한 눈빛을 교환하며 나갔다. 응급실 소생실의 커튼이 쳐지고, CCTV 사각지대에 익숙한 적막이 찾아왔다. 커튼 뒤,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이 걸어 나왔다. 서현, 그리고 수석연구원 이연주였다.


"준비됐어." 서현의 짧은 지시에 이연주가 능숙하게 장비 케이스를 열었다. 그녀의 손놀림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무광 블랙의 카본으로 마감된 '포획 장치'가 가동되고, 양자 센서가 시신의 가슴에 부착되었다. 김도윤은 망을 보며 마른세수를 했다.


"이번이 세 번째야." 김도윤이 속삭였다. "원무과에서 벌써 말이 나왔어. 내 당직 시간에만 사망자가 살아났다가 다시 죽는다고. 로또 1등이 한 집에서 세 번 연속 당첨될 확률이야. 통계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데이터 수집은 끝났습니다." 이연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태블릿의 파형을 체크하며 서현에게 신호를 보냈다. "주파수 대역 42Hz 고정. 에너지 이탈 시작됐습니다. 팀장님, 지금입니다."

서현이 스위치를 올렸다. 웅- 하는 초저주파의 웅명이 공기의 밀도를 바꿨다. 죽은 자의 가슴이 다시 들썩였다. 멈췄던 심전도 모니터가 다시 삐- 삐-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적은 짧았다.


되살아난 70대 노인은 눈을 떴지만, 초점이 없었다. 입을 벌려 쉰 소리를 내뱉었지만 언어가 아니었다. 그는 4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다시 숨을 거뒀다. 총 3건의 실험. 모두 소생에는 성공했지만, 유지에는 실패했다.


"실패야." 서현이 말했다. "아니요, 하드웨어의 한계입니다." 이연주가 장비를 정리하며 정정했다. "노후화된 육체는 고출력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해요. 이미 깨진 그릇에 물을 붓는 격이니까요. 더 튼튼한 그릇이 필요합니다."


김도윤은 차트의 사망 시간을 수정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기록 조작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서현아, 우린 지금 의사가 아니야. 희망 고문 기술자들이지."


다음 날, 병원 흡연실. 이정수는 눅눅해진 담배를 태우며 스마트폰 녹음기를 켰다. 삼류 인터넷 신문 [위클리 팩트]의 5년 차 기자였다.


"확실해요? 의사가 사망 선고를 했다고요?" 맞은편에 앉은 유가족은 억울함에 목소리를 높였다.

"분명히... 사망하셨다고 했어요. 의사 선생님이 시계까지 보면서 선고했다니까요. 그런데 영안실로 옮기기 직전에 아버지가 다시 숨을 쉬었어요! 우린 기적이라며 좋아했는데... 결국 4시간 만에 다시 돌아가셨어요. 병원비만 중환자실 처치료 명목으로 몇백만 원 더 나왔고요."

이정수는 수첩에 '사망 판정 번복', '진료비 과다 청구'라고 적었다. 그는 내부 조력자를 통해 김도윤 교수의 최근 로그를 입수해 둔 상태였다.


[최근 1개월간 사망 번복 사례: 3건] [담당의: 김도윤 임상조교수]

'라자루스 증후군(자발순환회복)'이 한 의사에게서 한 달에 세 번? 말도 안 된다. 이정수의 촉이 발동했다. 이건 기적이 아니다. 죽어가는 환자를 상대로 사망 시각을 조작해 실적을 부풀리려는 보험 사기다. 좀비니 뭐니 하는 오컬트는 안 팔린다. 대중은 '돈'과 '의료 갑질'에 분노한다.

이정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기사를 송고했다.


[단독] H병원 응급실의 수상한 기적... '사망 선고' 뒤집기, 진료비 부풀리기인가? - 김 모 교수 당직 날에만 집중된 '회생 후 재사망' 미스터리 - 유가족 "차가운 시신이 갑자기 숨 쉬며 배고프다 해... 희망 고문에 두 번 울었다"


기사는 자극적이었고, 병원 게시판과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연구실의 공기는 무거웠다. 이연주는 태블릿을 들어 서현에게 기사를 보여주었다. "팀장님, 기사가 떴습니다. 병원 감사팀이 움직일 겁니다. 당분간 실험은 중단해야 합니다."

이연주의 어조는 담담했지만, 눈빛에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그녀는 서현의 광기를 이해하는 유일한 조력자였지만, 동시에 파국을 막아야 하는 브레이크였다. "김도윤 교수님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수도 있습니다."

"상관없어." 서현은 기사를 훑어보지도 않고 모니터만 응시했다. 실험 데이터 분석에 몰두해 있었다. "어차피 병원 안에서의 실험은 끝났어. 늙은 육체로는 한계가 명확해."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기자들이 몰려오고 있다고요." "놔둬. 짖다가 가겠지." 서현은 태연했다. 그는 몰랐다. 자신이 쏘아 올린 신호탄을 누군가 보고 있다는 것을.


부산 해운대, 프라이빗 피트니스실. 강태준은 러닝머신 위를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 속도 18km/h. 심박수 170. 온몸이 땀으로 젖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멈추는 순간 찾아오는 한기와 공허함을 견딜 수 없어서였다.

"회장님." 비서실장 김 실장이 다가왔다. "신경 쓰이는 기사가 하나 있습니다. 찌라시긴 합니다만... 내용이 심상치 않습니다."

강태준은 기계를 멈추지 않고 화면을 곁눈질했다. 흔한 의료 사고 기사였다. 하지만 한 문장이 그의 동공을 수축시켰다.


'목격자에 따르면... 환자는 소생 직후 극심한 갈증과 한기를 호소했으며, 속에 구멍이 뚫린 것 같다고...'

강태준이 비상정지 버튼을 눌렀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러닝머신이 멈췄다. 그의 입가에 기괴한 미소가 번졌다. 20년 전, 그가 윤정호의 수술대 위에서 처음 느꼈던 그 감각. 지옥의 밑바닥을 긁는 듯한 허기.

"찾았군." 강태준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윤 박사가 덮어버린 기술을, 어떤 미친놈이 다시 꺼냈어."

"어떻게 처리할까요? 병원 측에 압력을 넣어 기사를 덮을까요?" "덮다니. 무슨 소리야." 강태준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거울을 보았다. 늙고 병든 육체. 아무리 좋은 연료를 넣어도 줄줄 새는 고장 난 차.

"김 실장. 차가 고장 나면 어떻게 하지?" "수리를 맡기시거나... 폐차하고 새 차를 뽑으시죠." "그래. 새 차를 뽑아야지."


강태준의 눈이 포식자의 것으로 변했다. "저 의사 놈, 데려와. 정중하게 모셔. 안 통하면 납치해서라도 내 앞에 무릎 꿇려." "알겠습니다. 저 기술이 회장님의 병을 고칠 수 있을까요?"

"고치는 게 아니야." 강태준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건강하게 걸어 다니는 젊은이들이 보였다. 그에게 저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갈아탈 수 있는 '공기계'일 뿐.

"이건 내 가설이야.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다른 차로 갈아탈 수 있다면... 영혼도 육체를 갈아탈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씩 웃었다. 소시오패스의 전형적인, 윤리가 거세된 웃음이었다.


"물론 확인해 봐야지. 내 몸을 걸 순 없으니까." 강태준이 김 실장을 보며 명령했다. "실험 재료도 하나 준비해. 멀쩡하고 싱싱한 놈으로. 내 가설이 맞는지 확인해 봐야겠어."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의 식욕이, 부산의 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8화 끝)

작가의 이전글[소설연재] Life St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