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인간농장
서현이 김 실장의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부산 기장군 OO면 깊은 산속이었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려서야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온 힐링 센터]
겉모습은 숲속의 고급 요양병원이었다. 잘 가꿔진 정원, 피톤치드가 나오는 산책로. 하지만 서현은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 높다란 펜스와 곳곳에 설치된 CCTV를 놓치지 않았다. 그것은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안의 내용물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 감옥의 구조였다.
로비에는 김도윤이 창백한 얼굴로 서 있었다. "서현아..." 김도윤은 서현을 보자마자 안도와 공포가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 "여기... 이상해. 병원인데 환자 보호자가 한 명도 없어. 의료진도 전부 외부와 차단된 상태야."
"안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김 실장이 앞장섰다. 그들은 일반 병동을 지나, 건물 가장 안쪽에 있는 화물용 승강기를 탔다.
[B1 - 관계자 외 출입 금지]
문이 열리자, 소독약 냄새가 진동하는 긴 복도가 나타났다. 일반적인 영안실이나 창고 구역을 개조한 듯했다. 창문은 모두 막혀 있었고, 복도 양옆으로 늘어선 병실 문에는 호수 대신 바코드가 붙어 있었다.
"어서 오게, 서 선생." 강태준이 밍크 코트를 걸친 채 복도 끝에서 걸어 나왔다. "내 농장에 온 걸 환영하네."
강태준이 병실 문 하나를 열었다. 내부는 거대한 냉동 창고처럼 서늘했다. 그 넓은 공간에 수십 개의 침대가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침대 위에는 사람들이 잠들어 있었다. 20대 청년부터 70대 노인까지. 링거와 호흡기에 의존한 채 숨만 쉬고 있는 식물인간들이었다.
"이게 다... 뭡니까?" 김도윤이 경악하며 물었다.
"내 스페어타이어들이야." 강태준이 침대 하나를 툭 쳤다. "노숙자, 불법 체류자, 빚쟁이한테 쫓겨 숨어든 놈들... 사회에서 '증발'해도 아무도 찾지 않는 잉여 인간들이지. 내가 거둬서 관리하고 있어. 보호자? 당연히 없지. 재단이 법적 보호자니까."
강태준은 태블릿을 서현에게 건넸다. 화면에는 환자들의 이름 대신 [No.]와 혈액형, 유전자 정보가 적혀 있었다.
서현은 말없이 침대 사이를 걸었다. 그러다 42번 환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건장한 20대 청년이었다. 사고 환자라기엔 근육량이 너무 많았다. 서현이 링거 팩의 성분표를 확인했다.
[Rocuronium + Pentobarbital]
"이 사람... 아픈 게 아니네요." 서현이 차갑게 말했다. "근육이완제와 신경억제제... 멀쩡한 사람을 약물로 재워서 식물인간으로 만들고 있는 건가요?"
"재료 손질 중이라고 해두지." 강태준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희귀 혈액형이라 그냥 보내기 아깝더군. 그래서 잠시 보관 모드로 돌려놨지."
"미쳤어... 이건 살인이나 다름 없는데..." 김도윤의 비난 섞인 내뱉음에도 강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서현은 강태준의 텅 빈 눈을 보았다. 감정이 제거된 20년 전의 뇌사 소생자. 서현은 오히려 차분해졌다. 자신이 느껴야 할 혐오감을 저 남자가 대신 삭제해 준 것 같아서.
"실험체는 이걸로 하죠." 서현이 구석에 있는 8번 환자를 가리켰다.
[No. 008 / 박철민 / 52세 / 뇌내출혈 후 식물인간 (5년 차)]
"저건 진짜 사고로 들어온 놈이야. 좋아, 시작하지." 강태준이 팔짱을 꼈다.
"장비와 엔지니어가 필요합니다." 서현이 말했다. "이연수 수석연구원을 데려와 주세요. 제 차 트렁크에 있는 장비들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