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연재] Life Still

제12화 혼선

by 구대은

박철민이 깨어난 지 3일 후. 지하 현장의 분위기는 고조되어 있었다. 강태준은 확신에 차 있었다. 죽음을 '리필'할 수 있다면, 그것을 '이동'시키는 것도 가능하리라.


"서 선생. 이론은 완벽해." 강태준이 모니터를 가리켰다. "자네 말대로 생명 에너지가 세포를 움직이는 근원이라면, 그 에너지 안에 정보도 포함되어 있을 거야. 심장 하나만 이식받아도 기증자의 식성이랑 버릇이 옮겨간다며? 하물며 몸 전체의 에너지를 쏟아붓는데, 기억이 안 옮겨갈 리가 없지."


서현은 묵묵히 데이터를 검토했다. "세포 기억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에너지가 기억의 매개체라면, 이론상 영혼의 이사는 가능합니다."

"그럼 증명해 봐."


제2 실험실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실험체 A(제공자): 최 영감(72세). 폐암 말기로 오늘내일하는 노인이었다.

실험체 B(수혜자): 박 군(23세). 오토바이 사고로 뇌 손상을 입고 식물인간이 된 청년이었다.

"최 영감의 에너지를 뽑아 박 군에게 넣는다." 강태준의 지시는 간단했다. 하지만 그 의미는 신의 섭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었다.


"시작해."

김도윤이 떨리는 손으로 최 영감에게 약물을 투여했다. 심박동이 멈췄다.

"포획." 서현이 최 영감의 마지막 숨, 그 70년의 세월이 담긴 붉은 에너지를 남김없이 포획했다.

그리고 지체 없이 박 군의 호흡기에 주입했다. "주입."

푸슉-! 젊은 육체인 박 군의 폐가 부풀어 올랐다. 타인의 생명력이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

"커억... 컥!"

박 군의 몸이 활처럼 휘었다. 거친 기침 소리와 함께 감겨있던 눈이 번쩍 뜨였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깨어난 청년은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다가, 천천히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 주름 하나 없는 팽팽한 피부. 굵은 뼈마디.

그는 자신의 얼굴을 더듬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강태준을 쳐다봤다.


"회장... 님?"

그 목소리. 그것은 20대 청년의 성대에서 나온 소리였지만, 말투와 억양은 분명 70대 최 영감의 것이었다.

강태준이 환희에 찬 비명을 질렀다. "성공이야! 최 영감! 자네인가?"

"이게... 꿈입니까? 내 몸이... 내 숨이 안 차...!" 청년(최 영감)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폐암으로 썩어들어가던 고통이 사라졌다. 넘치는 활력. 그는 아이처럼 제자리에서 뛰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살려주신다고 약속하시더니 정말...!"

그때였다. 환희에 차 있던 청년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으아아악!"

그가 머리를 감싸 쥐고 바닥에 뒹굴었다. 마치 뇌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었다.

"내 오토바이... 아니야! 난 암이야! 아니야, 트럭이 왔어! 손녀딸은? 헬멧이 깨졌어!"

그의 입에서 두 사람의 기억이 뒤섞여 터져 나왔다. 하나는 에너지를 타고 들어온 최 영감의 소프트웨어. 다른 하나는 청년의 뇌세포에 물리적으로 각인되어 있던 박 군의 데이터.

두 개의 자아가 하나의 육체를 두고 충돌을 일으킨 것이다.


"꺼져! 내 몸이야! 아니야, 이건 선물 받은 몸이야! 으아아악!" 청년은 자신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눈동자가 뒤집히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 극심한 인지 부조화가 뇌전증 발작을 일으켰다.

"진정제! 진정제 투여해!" 서현이 소리쳤지만, 이미 청년의 정신은 붕괴하고 있었다.

강태준은 그 끔찍한 광경을 보면서도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눈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정보의 중복인가..." 강태준이 중얼거렸다.

"들어간 놈(최 영감)은 멀쩡한데, 집주인(박 군)이 안 나가고 버티는군."

서현이 발작하는 환자를 제압하며 강태준을 쳐다봤다.

"하드웨어(뇌)에 기존 데이터가 남아있어서 그렇습니다. 덮어쓰기가 안 되고 혼선이 빚어진 겁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군." 강태준이 차갑게 웃었다.


"초기화를 해야지."

"네?......!"

"빈 집이 아니라, '완전히 비우는 작업'이 필요해. 주인이 짐을 싹 뺀 깨끗한 집 말이야."

강태준은 이미 다음 단계를 구상하고 있었다. 단순한 식물인간이 아니라, 뇌 속의 기억을 하얗게 지워버린 '백지 상태의 육체'. 그것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더 잔혹한 짓을 해야 할지, 서현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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