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안녕
스물아홉 봄, 막연한 기대를 품다
아, 떠나고 싶다!
근데 떠난다면 말이야
진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 어쩌면 그곳에 내가 있을까?
어느 순간, 이런 의문이 머리 속에 콱 박혀 빠지지 않았다.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에 진짜 ‘내’가 있으리란 막연한 기대를 품은. 겨울을 지나고 완연한 봄을 거쳐 여름의 문턱까지 오면서도 한시도 놓아본 적 없는 고민들.
쉽게 답을 찾을 순 없었다.
스스로에게 되물어봐도 돌아오는 건 더 많은 질문뿐. 희망찬 기대와 현실적인 걱정들이 마구 뒤섞여 끊임없이 고민거리를 만들어냈다. 생각할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막상 가선 어쩌지?
고생만 하다 본전도 못 찾는 거 아니야?
다니는 직장은 어떡하고?
가는 건 좋은데... 돌아와선 어쩌게?
이만한 직장을 구할 수나 있을까?
부모님께는 뭐라고 말을 하지?
여자친구는 어떻게 설득하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걱정만 늘어갔다.
고민에 지쳐 누구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든, 선배든, 가족이든, 여친이든... 어느 누구도 시원하게 대답해주지 않았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누구도 대답해줄 수 없었던 거였지만...
내 문제였다.
질문이 절실한 것도, 그 답을 찾아야만 하는 것도 결국 나였다. 답을 찾고 싶다면 떠나야만 했다.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문제들이 삶에는 더러 있다. 이때가 그랬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도저히 모르겠더라.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떠났다, 그래서.
수많은 고민을 안고서. 막연한 기대를 품고서.
어쩌면 그곳에 내가 있을 것만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