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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Jul 22. 2016

#3.어쩌면, 그곳에

서울안녕



#어쩌면, 그곳에

스물아홉 봄, 막연한 기대를 품다



아, 떠나고 싶다!

근데 떠난다면 말이야

진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 어쩌면 그곳에 내가 있을까?


어느 순간, 이런 의문이 머리 속에 콱 박혀 빠지지 않았다.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에 진짜 ‘내’가 있으리란 막연한 기대를 품은. 겨울을 지나고 완연한 봄을 거쳐 여름의 문턱까지 오면서도 한시도 놓아본 적 없는 고민들.


쉽게 답을 찾을 순 없었다.

스스로에게 되물어봐도 돌아오는 건 더 많은 질문뿐. 희망찬 기대와 현실적인 걱정들이 마구 뒤섞여 끊임없이 고민거리를 만들어냈다. 생각할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막상 가선 어쩌지?

고생만 하다 본전도 못 찾는 거 아니야?

다니는 직장은 어떡하고?

가는 건 좋은데... 돌아와선 어쩌게?

이만한 직장을 구할 수나 있을까?

부모님께는 뭐라고 말을 하지?

여자친구는 어떻게 설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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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하면 할수록 걱정만 늘어갔다.

고민에 지쳐 누구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든, 선배든, 가족이든, 여친이든... 어느 누구도 시원하게 대답해주지 않았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누구도 대답해줄 수 없었던 거였지만...


내 문제였다.

질문이 절실한 것도, 그 답을 찾아야만 하는 것도 결국 나였다. 답을 찾고 싶다면 떠나야만 했다.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문제들이 삶에는 더러 있다. 이때가 그랬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도저히 모르겠더라.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떠났다, 그래서.

수많은 고민을 안고서. 막연한 기대를 품고서.

어쩌면 그곳에 내가 있을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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