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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하리 Aug 25. 2018

갑작스럽지만, 스스로 바꾸는 나

그런 내가 마주하게 될 환경에서 살아남으리

'이 모든 게 해가 뜨고 지는 하루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니...' 그러니 살다보면 너무도 갑작스럽게 삶의 모든 것이 뒤바뀌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中


삶의 변화는 서서히 일어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우리가 예상치 못하는 속도로 급격히 나를 둘러싼 환경이 변하기도 한다. 오늘 아쿠아리움을 다녀와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별 이유는 아니다. 갑작스레 내 안에서 떠오른 질문에서 이 생각은 시작되었다.

얘네는 생각이 있을까?


수족관을 유유히 다니는 모습에서 스트레스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의 감정을 어찌 아는가? 이들은 여기 오기 전만 해도 저 넓은 심해를 헤엄치던 애들이었다. (자신들의 자발적 의지일 리는 당연히 없고) 하루아침에 생소한 서울이란 도시 속 수족관에 갇혀 있다. 그 녀석들의 헤엄을 보니 문득 서글퍼졌나 보다. 어떤 표정도 읽을 수 없었다. 그 앞에는 평소 때엔 보지 못하던 물고기를 보고 흥분한 아이들이 있다.


아쿠아리움에는 물고기의 특성마다 환경을 다르게 꾸며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심해에 사는 고기를 위해 심해와 흡사한 조명을 해 놓는다거나, 어두운 곳에 가는 물고기를 위해서는 그 고기가 다니는 공간을 어둡게 해 놓는 식으로 말이다. 아쿠아리움 측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과연 그 고기들의 기분은 어떨까? 끝없이 드리워져 있는 바다에서 노닐던 그들이다. 얘네들도 매일 보는 환경이 똑같다면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랑 다르다고 아무 생각이 없을 거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공감하는 순간 서글퍼졌다. 큰 돌고래 이후에 만났던 물고기들은 보는 둥 마는 둥 한 뒤, 급하게 그 곳을 나왔다.


좋은 건 시간을 두고 서서히 만들어지지만 망하는 건 한순간이라고들 한다. 특히 자기소개서를 써 주는 일을 하기 위해 학생들과 면담을 하다 보면 기구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많다. 아니 정확히는 그들 말고 그들의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분노했다. 어렸을 때부터 몇십년 간 자기 기술을 연마해 사업으로 키우신 분들이 많았다. 성실하긴 한데 돈 감각이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영업이나 사업적 부분을 다른 이들과 파트너를 이뤄 하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열에 아홉은 그 기술을 뺏기셨다. 얼마나 억울하실까? 피땀 흘려 일궈 놓은 터전을 단번에 강탈 당하는 격 아닌가? 흡사 일제에 자신들의 토지를 뺏기는 소작농과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두 가지 환경 변화(특히, (-)적 변화)를 살펴 보면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다. 둘 다 타의에 의한 변화라는 점이다. 물론 그런 기구한 변화를 맞이한 이들이 안쓰러운 것도 있지만 조금만 냉정하게 보면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미리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위기가 찾아오지 않는다 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안주하다 보면 우리라고 물고기들과 같은 비극을 겪지 말란 법 없다. (물론 이 변화가 희극인지 비극인지는 모른다.) 자의적으로 내 상황을 조정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우리 삶은 살아 볼 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난 퇴사했다.


회사에서 나를 둘러싸고 있었던 환경은 좋지 않았다. 나를 위로해 줄 것은 월급 하나였다. 물론 일이 재미없거나 의미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 일이 내 삶의 활력소가 되어 주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회사에서 미래가 촉망받는 인재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천덕꾸러기였다. 월급 하나만 믿고 계속 그걸 질질 끌고 있었다면 나는 언제든지 내쳐졌을 지도 모른다. (물론 연차도 적고 나이도 어려서 회사에서 잘릴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회사에서 나를 절벽 밑으로 밀기 전에 내 스스로 절벽 밑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회사에 계속 다니긴 어렵겠다고 애초부터 생각했던 게 자기 계발을 멈추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날개가 완벽히 만들어진 채로 떨어진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날개의 형태가 갖춰지자 과감히 나를 내던졌다. 이카로스처럼 날개가 녹아서 언제라도 바다로 떨어질 지 모른다. 다행히 아직까지 나의 날개는 녹지 않았다. 비행 과정에서 끊임없이 날개를 고치며 계속 창공을 날아오르고자 노력 중이다.




어제 심심풀이로 본 타로에서도 저의 사업운을 나쁘지는 않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타로 아주머니, 혼자 사업 하냐고 묻더군요 (꽤 용합니다. 신천역 부근 점집이에요!) 누군가와 협업을 하며 사업하기보다는 제 대체 불가능한 글쓰기 기술을 믿고 1인 기업을 최대한 오래도록 지속할 생각이에요.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혼자 의사 결정을 내리고 행동해야 신속하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결과가 어찌 되었든 누구 탓도 하지 않고 무조건 내 잘못이구나 생각하며 겸허히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고 봅니다. 스스로 밀어넣은 환경에서 절대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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