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하든 미래 지향적으로 생각하라
"내가 너를 위해 한 가지 충고를 해 주마.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갈증이 날 때를 대비해 배 한 개 정도는 남겨 두어야 해. 인생은 위기의 연속이야. 언젠가 찾아올 위기를 생각해 대비책을 세워두어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 법이지."
기욤 뮈소 <지금 이 순간> 中
월요일 아침, 비가 온다. 오늘 비는 한여름에 오던 국지성 호우와는 달라 보인다. 쉽게 그칠 기색이 없어 보인다. 떨어지는 비에 울상이지만 예년만큼 짜증나지는 않는다. 나는 지금 회사에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사당역 모임을 오는 길에서 보이는 수많은 차들을 보며 상대적 위안을 얻었다. 꽉 막힌 도로 위 차들만 봐도 그 안에 있는 운전자들의 기분이 짐작이 간다. 방금 전에는 엄청난 경적 소리가 들린다. 지각하면 안 되는데 어떤 차가 도로 위에서 가지 않고 (이른바 노매너)운전을 시전하고 있을 거라 봤다. 나도 나름 운전하며 경기도와 서울을 오갔던 프로 드라이버였다. 게다가 비오는 날에는 도로 사정이 더욱 좋지 않다. 물론 도로 사정보다 출근하는 내 기분이 더 안 좋았다. 이런 상황을 맞이하다 보니 오늘의 주제 '대비'를 잘 해 왔던 내가 너무 기특하다. 나는 입사와 동시에 나의 미래를 대비해 왔고, 그것이 아직 눈에 띌 만한 성과로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내가 주도적으로 나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큰 힘이 된 것만은 사실이다.
역시 사람은 자기 계발을 해야 해.
퇴사할 때, 팀 내를 돌며 관둔다고 말하고 다녔다. 그렇게 친하지 않던 대리가 내 어깨를 툭툭 쳐 주며 했던 말이다. 그 말 한 마디에서 많은 의미를 읽었다. 왠지 모르게 그 형도 관두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형은 그 당시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대출 받아 집도 샀기 때문에 절대 안 관뒀을 거다.) 여기서 말하는 자기 계발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퇴사 후 영어나 운동 등 자기 자신을 가꾸는 것이다. 둘째, 회사 외에 나의 수입을 책임질 만한 나의 skill을 갈고 닦는 것이다. 이 형이 나를 부러운 눈초리로 보며 말한 '자기 계발'이란 후자를 지칭하는 것 같다. 그렇다. 나는 회사 내에서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자기 계발'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 자기 계발로 나의 미래를 대비해 퇴사란 결정을 거침없이 내렸다.
당연하게도 퇴사만이 자기계발의 목적은 아닙니다. 입사해 첫 부서에 배치되자마자 나는 누군가 회사를 떠나는 경험을 했다. (그 경험이 나로 하여금 퇴사가 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것 같다.) 우리 회사에서 현대건설 구매팀으로 이직한 사람 얘기다. 그 사람도 내가 관두기 전까지 다니던 만큼 회사를 다녔다. 2년 반 정도. 3년차로 인정받고 경력직 이직에 성공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형의 회사 생활을 옆에서 봤다. 기본적으로 자기 일을 깔끔하게 했다. 회사에서 임원이 되겠다(흔히 말하는 큰 그림을 그린다)는 식의 생각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이 회사가 미래가 없어 보였는지, 자신이 이 회사에서 미래를 보지 못했는지 등 어떤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속마음이 어떨 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회사를 옮겼다. 성공적 이직을 위해 (보지는 못했지만) 영어 공부, 짬내서 면접 보기, 준비, 인적성 준비, 포트폴리오 정리 등 준비를 했을 거다. 이것도 자기 계발이다. 분명 전 회사보다 현대건설은 더 많은 연봉을 주는 회사다. 연봉 상승이 프로 세계에선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반증인 만큼 이를 위해 자기 계발을 통해 이직이라는 당신의 미래를 대비했을 거다.
사업을 하는 이에게도 자기계발은 필요하다. 흔치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대개 사업이 번창해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자본의 투자가 들어가야 한다. 이는 곧 관리해야 하는 것들이 더 많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작은 규모의 비즈니스를 운영할 때와 큰 비즈니스를 운영할 때는 마인드부터 달리 가져가야 한다. 사업가에게 자기 계발이라 함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더라도 그에 맞게 옷을 갈아 입을 줄 하는 유연한 사고를 갖추는 거 아닐까 생각한다. 경영학도 좋고, 철학도 좋다. 평소에 크게 생각하고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생각의 그릇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공부를 해야 한다. 그것이 곧 사업가의 자기 계발이다. 물론 미래가 이렇게 밝을 수만은 없다. 위기가 닥칠 때, 그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 지도 미리 공부해 두면 좋다.
내가 도와주는 친구들, 즉 취준생들은 자기 계발을 이미 많이 해 왔다. 그런데 그들은 자기 계발을 자기에게 맞는 방향으로 하길 바란다. 이들은 취업이란 목표를 두고 경쟁한다. 경쟁적으로 자기 계발에 몰두한다. 그런데 그 자기 계발이 주로 정량 스펙에만 몰려 있다. 자격증 취득, 높은 학점과 외국어 성적 등.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남들이 다 따니까 우루루 몰려 가면서 그런 스펙 따기에만 치중하지 않았으면 한다. 기업들이 스펙 화려한 애들만 뽑는 것도 옛말이다. 내가 어떤 식으로 살아 왔고, 나는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는가? 좀 더 본질적으로 난 어떤 사람인가? 등의 물음에 시원하게 답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이 자기계발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내가 안정된 꽃길만 걷고 있다고 해서 나의 미래가 안정을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평생 직장의 시대가 저물어 간 지 꽤 오래 되었습니다. 분명히 나의 미래가 지금과 같이 탄탄대로가 아님은 잘 알고 있습니다. 뚜렷한 대안이 각자에게 확실히 주어져 있다면 그것을 염두에 두고 움직일 텐데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미지의 정답을 직접 찾아야 합니다. 절대 1개의 정답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정답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도 미지수입니다. (제가 잘 났다는 게 아니라) 저 같은 경우 운이 좋게 숨겨져 있는 정답을 찾았습니다. 물론 그것이 정답인지 벌써 확신하기에는 이르지만 꾸준히 이것이 정답이라 믿고 살고 있고, 그 믿음이 아직까지는 저를 배신하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