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이 글을 쓰는 시대는 지났다

나부터 경각심을 갖고 준비해야지

by 하리하리

기계가 인간을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머지않은 시기에 인간의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을 거라는 이론에서부터 아직 인간의 영역을 완전히 커버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신중론’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의견을 주장하는 양측 모두 ‘기계가 지금 이 순간에도 발전하고 있다’는 데에는 여지없이 동의하고 있다.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글쓰기와 말하기를 도와주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내 입장에서 이 부분들도 기계가 대신할 날이 올 것임을 알고 있다. 기계가 현재 인간의 어느 부분까지 들어와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인류가 사라지는 그 날까지 그 몫을 지키고 있을 법한 일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을 ‘글쓰기’에 치중해서 살펴볼 예정이다.




단순한 기사 작성에서부터 작가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는 시나리오까지.


#1. 국내외 로봇 저널리즘의 현황


로봇 저널리즘은 이미 전세계 기자들을 대체하는 대명사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LA타임즈의 퀘이크봇, 뉴욕타임즈의 스태츠몽키 등이 금융, 스포츠, 자연재해처럼 인간의 감정이나 가치 판단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주제를 기사로 작성해 송출하고 있다. 이것이 몇 년 전까지도 국내 언론사에까지 뿌리내리지 않은 상태였다. 그 시발점이 된 것이 매일 경제이다. 올 초, 사내 벤처 ‘엠-로보’란 곳에서 개발한 AI 로봇 기자 아이넷이 증권 시황 분석 기사를 이미 매일 30여건씩 쓰고 있다. 이외의 분야에서는 직접 작성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맞춤형 뉴스를 큐레이션해 제공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것은 국내 주요 포털들도 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냉철한 시선이 지배하는 신문기사에 AI가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지분을 넓히는 중이다. 물론 올해 중순에 포르투갈에서 있었던 ‘세계 뉴스 미디어 총회’에서 나왔듯이 로봇은 좋은 품질의 기사를 가려내는 기준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런 부분마저 해당 카테고리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인간이 지속적으로 AI를 가르친다면, 전 장르를 통틀어 좋은 기사를 가려내고 쓸 줄 아는 로봇 기자의 활약을 곧 목격할 거라 예상된다.



#2. AI가 작품 추천을 넘어 작성까지


세계적 콘텐츠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도전하고 있는 영역이다. 특히 넷플릭스를 전세계 소비자들이 사랑하는 서비스로 만든 힘 역시 ‘추천’에 있다. 정교한 분석 기술에 기반한 인공 지능이 사용자 자신들도 몰랐던 취향을 고려해 작품을 권하고, 그것이 구매로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추천 기술은 웬만한 국내외 주요 IT 기업들이라면 다 갖고 있다고 자신 있게 얘기하고 있다. 여기서 누군가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하는데, 넷플릭스가 역시 그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현재 서비스 내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 시나리오들을 AI에 학습시키는 작업 중이다. 이것이 몰고 올 파급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현재 넷플릭스는 크리에이터들의 권한을 철저히 인정해 주고 있다. 특히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고 나면 캐스팅, 디렉팅 등 이후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까지 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에 쌓인 수많은 시나리오들을 AI가 학습하는 과정이 마무리되면 사용자들의 취향에 맞는 작품이 없다? 그러면 AI가 빠른 시간 내 시나리오를 쓰고, 바로 제작에 돌입하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접할 가능성이 높다. 즉, 진정으로 한 개인만을 위한 맞춤형 작품 시대가 도래하는 셈이다. AI가 무서운 것은 알파고의 경우처럼 그간 배웠던 것을 스스로 체화해서 응용한다는 것이다. 예측이지만, 그 시나리오들을 이식해 더 재미있고 맛깔나는 글을 쓸 넷플릭스 AI의 미래가 벌써 피부로 느껴진다. 이쯤 되면 솔직히 두렵기까지 하다.




글쓰기는 인간의 치열한 사고의 과정을 통해 나오는 산물이다.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고통스럽다. 누군가는 그것을 출산의 고통에 비유하기도 하지 않았는가? 괴로움을 회피하고 싶어 하는 인간 고유의 특성을 감안해 봤을 때, 인공지능은 계속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글쓰기’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 전반을 대신해 주니 얼마나 편리하기 그지없는가? 그러나 이것이 무조건 환영하기만 할 일인지는 분명히 상기해 봐야 한다. 주어진 현재에 만족하다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 버린 옛 나라들의 모습을 많이 봐 왔다. 그래도 그것은 인간이 인간을 정복한 사례이다. 이제 인간의 연구 지원을 받은 로봇이 인간을 넘어서려 하고 있다. 로봇이 발전하는 만큼 우리 인간도 고뇌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고뇌 속에서 혁신과 발전이 일어난다. 물론 나는 인간이 또 한 번 그에 상응하는 답을 내놓으리라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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